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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성당 김연준 신부“소록도에 뿌려진 사랑이 열매 맺게 할 겁니다”
김영주 방송작가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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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5  17: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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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960년대 파견 간호사 자격으로 소록도 땅을 밟은 오스트리아 여성 두 명이 있었다.

두 여인은 파견 기간이 끝난 후 70대가 될 때까지 봉사하고 2005년에 홀연히 고국으로 떠났다. 바로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푸른 눈의 두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다.

두 간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사람은 현재 소록도 성당 주임 신부로 있는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이다.

김 신부는 소록도 내 관사와 병사 등 2개의 성당을 맡고 있으며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대표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분의 삶 앞에 그저 숙연해졌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획한 김 신부님이 어떤 분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12년 전, 소록도 성당의 보좌신부로 있었던 것이 인연이 돼 2014년 주임신부로 다시 소록도 성당에 발령을 받은 김연준 신부. 김연준 신부에게 소록도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했다.

한센인들의 삶터에서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소록도를 치유의 섬, 사랑이 넘치는 섬으로 만들고 싶다는 김 신부의 아주 특별한 고백을 들어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계기와 과정은?

2016년 5월 17일은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백 주년을 준비하면서 소록도 100년사에서 사랑과 희생의 봉사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이들이 누굴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들의 이웃이며 어머니 역할을 하였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분 간호사 이야기는 가장 탁월한 모델이었습니다.

마침 저는 2005년도에 마리안느와 마가렛과 함께 10개월을 소록도에서 살았습니다. 보좌신부로 있으면서 두 분과 함께 밥도 먹고 어려울 때 제가 조언도 구한 관계이기에 자연스럽게 두 분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2013년 소록도 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했는데 고마운 것을 고맙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고, 실제 영화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꿈만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월 20일에 영화가 개봉됐는데 현재 누적 관람객 수는?

현재까지 영화를 본 관객은 26,000명 정도입니다. 저희는 100,000명을 목표로 하고 계속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일반 영화와 영화관에서 함께 개봉하여 경쟁한다는 것은 어려울 줄을 알았지만 막상 경험하고 보니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지금의 구조라면 아주 특별한 홍보를 지원받지 못하는 이상 다큐멘터리가 상업영화 속에서 살아남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관객의 반응은 일단 영화를 보신 분들은 호평에 호평을 해주시는데 극장에 오게 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영화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불평이 원하는 시간대에 영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시간대를 배정받기가 힘들었고 개봉관도 많이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여기에는 저 예산 홍보비도 한 몫 한다고 생각됩니다.

 

-영화제작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죠.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분은 40년간 인터뷰를 하지 않은 분들입니다. 본인들이 기사에 나오는 것을 정말 꺼려했고 기자를 반겨 하지 않았습니다.

재작년에 처음 오스트리아로 감독과 스텝이 촬영을 갔는데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심각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나중에는 마음을 열어줬고, 감독도 두 분을 배려해 가면서 최대한 그분들의 마음을 존중해서 촬영했습니다.

 

-지금 두 분은 오스트리아에서 어떻게 지내나?

가족은 있지만 아픈 할머니가 빈손으로 온다면 누가 환영해주겠어요? 마가렛씨는 치매기도 있어 국가에서 운영하는 양로원에서 지냅니다.

사실 우리로서는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평생을 한국에서 보냈는데 오스트리아 정부가 그 노후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하지요.

오스트리아 주한국대사관이 다음 달 6월, 영화 시사회를 열어달라고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그때 두 분을 만나 꼭 영화를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세상이 갈수록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봐도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좋은 이야기보다 가슴 아픈 사건·사고를 압도적으로 많이 접합니다.

한마디로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이 희망임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인간이 희망임을 알리는 가장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은 달랐지요. 두 분은 사람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 점을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신부님은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이사장이기도 하다.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은 두 분의 삶을 알리는 것이 우선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소록도 사람들이 40여 년간 받은 은혜를 똑같이 지구상의 가장 어려운 곳에 은혜를 갚는 사랑의 열매로서의 행동입니다. 세 번째는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처럼 사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두 분과 함께 지난 7년간 소록도에서 근무했던 최연정(43) 간호조무사가 자기도 두 분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볼리비아로 떠난 직후인 지난 해 1월에 법인 설립이 추진됐습니다.

익명의 한센인이 낸 500만원이 종잣돈이 됐고 현재 월 1만 원 후원자가 전국적으로 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소록도에 ‘치유의 길’이 있다고 들었다. 이 길은 어떤 길인지?

1937년 중일 전쟁 당시 강제노동이 시작되고 식량사정이 악화되고 일본인 직원들은 더 사납게 변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록도를 탈출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탈출은 주로 소록도의 끝자락, 서생리 십자봉 근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숲이 우거져서 숨기에 유리했고, 지형상 발각되지 않고 바다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생들의 탈출을 막고 탈출한 원생을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1938년 1월, 전 원생을 통원하여 총 4km의 길을 20일 만에 완성시킵니다. 소록도의 맨 끝 서생리 십자봉 둘레길은 환우들의 피땀과 고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치유의 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길이 치유의 길이란 이름이 붙게 된 두 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해방 이후 여전히 소록도는 한센인들이 강제로 격리되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나병을 천벌받은 병, 즉 천형이라고 부릅니다, 가족들이나 친지들과의 생이별이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버림받고,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데 이곳에서 격리된 소록도 안에서 또다시 격리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바로 전염병인 결핵에 걸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소록도에서 이중의 격리는 바로 십자봉이 자리 잡은 서생리였습니다. 탈출자를 막기 위해 만들었던 바로 그 길옆에 말입니다. 그 길은 이중의 전염병을 앓은 그들의 구역이 되었습니다.

지금 소록도의 결핵병동은 폐쇄되어 없지만 그 아픔의 잔상은 그대로 간직한 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길에서 인간 고통의 맨 밑바닥을 봅니다. 작은 상처는 큰 상처를 만나면 치유됩니다.

현재 이 지역은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된 구역이 아닙니다. 덕분에 자연 그대로 잘 보존돼 있습니다. 소록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거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정자들을 가끔 이 길로 인도해 주는데 특별히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꼭 이 길을 걷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 길은 4km 전체 해안을 끼고돌며 숲이 우거져 있고 길바닥 많은 부분에 잔디가 깔려있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걷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아름다운 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지금처럼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세상에 알려야죠. 두 분은 알려지기 극구 싫어하지만 40여년 간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헌신한 그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죠.

사랑은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사)마리안느마가렛 법인 사업도 꾸준히 해서 우리보다 어려운 볼리비아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식량과 의료지원을 하고, 직업학교를 만들 것입니다.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의 요청으로 오는 6월 6일 빈 우라니아 문화교육원에서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상영됩니다. 한·오 125주년 행사 일환으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소록도에 결핵․정신병동, 목욕탕, 영아원 등을 지어줬던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 간부들과 정계·문화계 인사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이 초청됐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두 분의 숭고한 봉사정신이 오스트리아 내에서 알려지게 되고, 두 나라 간의 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소록도에는 500여 명의 한센병 환자가 남아있고 그중 가톨릭 환우는 130명 정도 됩니다. 환우들 건강도 챙기고, 생일도 축하해주고, 상을 당하면 상주 역할까지 해드려야죠.

또 소록도 환자 한 분 한분의 사연을 듣고 정리해서 기록물도 만들 생각입니다. 소록도의 ‘한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소록도에서 행복했어. 그냥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는 것이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분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 때 행복하다는 것을 삶 자체로 보여줬다.

김연준 신부도 그들에게서 깨달음이 왔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닦아 줬어요. 그것이면 돼요”라고 마가렛이 말했다는 것.

김연준 신부는 마가렛의 이야기를 듣고 군림하는 신부가 아니라 섬기는 신부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세월이 흐른 후 주임신부가 되어 다시 소록도 성당에 부임하게 된다.

김연준 신부는 앞으로도 세상 그 어떤 이들과도 견줄 수 없는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한센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싶고, 희생과 봉사의 상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고귀한 삶을 기억하고 세상에 널리 알릴 것이라 한다.

소록도에 뿌려진 그들의 사랑이 열매가 되어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이 위로받고, 치유되고 행복해지기를… 그래서 각박해진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삶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기를 나도 함께 기도드린다.

김영주 방송작가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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