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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진 화가8월말 인사동 라메르갤러리에서 개인전 준비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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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1  15: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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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란!!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나?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누군가 “옳거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요?

그저 남녀 각각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게 다가 아닐까요?

특히 우리는 아름다운 물감과 붓질로 나름 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요?

누구든지 마지막 순간에 진정 사람답게 살았노라고 말한다면, 그는 제대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시 같은 선율이 담긴 위의 글에는 서울 대원여고 미술교사이며 중진화가로 활동 중인 문형진 작가의 마음이 잘 담겨져 있다.

지난달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여전히 드센 용마산 자락에 있는 명문 예술중점학교로 문형진 작가를 찾아갔다. 기자를 기다리는 동안 문 작가는 작업실에서 50% 정도 진행 중인 작품 「판타지아」를 그리고 있었다.

큰 키의 이젤에 놓인 캔버스 위의 유화를 수놓은 무질서한 물감들, 그리고 부조화한 주변의 불협화음을 보는 순간 화가의 집중력이 가늠됐다. 그러고 보니 도리어 작업을 방해한 듯해 불쑥 미안해졌다.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의 교실 탓일까. 학생들이 그림 수업을 받는 미술실과 연결된 그의 작업실은 한눈에 척 봐도 쓸쓸해 보였다. 물론 좋은 작품을 그리려면 오히려 이처럼 외로움이 묻어나야 제대로 된 탐미(眈美)가 나올 법했다. 그러므로 그런 선입감은 불필요한 상상력의 낭비(?)일 뿐….

 

‘심 울림’이란 것을 생각하며

“교실에서 그리고 미술실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보내온 30여년의 세월이 텅 빈 캔버스처럼 느꼈던 날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미술실에서 그 공허함과 싸우느라 안간힘을 쓰던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이 쏟아내는 소리들이 아름다운 선율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울림이 들려왔다. 저 소리를 그리고 싶다. 그리고 싶다. 싶구나.”

문형진 작가의 그림에는 반드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거나 그 속에 숨어 있다. 결론은 여러 가지 악기이다.

처음 그의 작품을 보고 바이올린‧첼로‧비올라‧콘트라베이스‧오보에‧바순 등 악기가 그림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적잖게 당황했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생소한 데 따른 당연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문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대원여고를 찾으면서 그 궁금증이 한순간에 풀렸다. 대원여고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음악성 개발과 창의적 표현 능력을 키워 이론‧실기를 겸한 전문 음악인으로 성장시키는 음악중점학교였던 것이다.

또한 일반 고등학교이지만 인문사회‧과학기술 과정 외에 미술‧체육‧직업 과정과 별도 선발로 음악중점‧관악예술 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이 저마다 가진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과 독창적이며 뛰어난 수준의 학생 맞춤형 진학‧진로 프로그램이 뛰어나다. 결국 이런 음악성은 동질의 예술이므로 이질적일 듯한 미술성과도 묘한 어울림으로 빛난 셈이다.

 

음악적인 마음의 박동소리 화폭에 담아

문형진 작가는 그런 음악적인 마음의 박동소리를 화폭에 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의 예술적인 교감을 학교 작품 발표회 책자에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리움을 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그리움을 전하고 싶어 하루 일과가 끝나면 서둘러서 나는 미술실로 향했다. 어두움을 물리치는 형광등 빛과 함께 나의 울림을 화폭에 옮기기 시작하기 위해서다. 가끔 나는 붓질을 멈추고 나라는 놈은 참 복이 많은 놈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는 바쁜 와중에도 현역 화가로 활동하도록 자신을 계발한 것도 아이들 덕이라고 고백했다.

“그림을 그릴 재능을 물려주신 부모님. 항상 말없이 뒤에서 믿어주는 아내와 내 아이들. 수시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톡톡 튀는 제자들. 그리고 항상 격려와 눈길을 보내는 수많은 지인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감사하며 붓을 들 수 있는 날까지 창작활동을 전념하리라 결심하는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슴이 뜨겁다.”

   
 

오늘의 예술명문 대원여고로 키워

인터뷰 도중 문 작가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구수했다. 누구일까. 궁금해 하자 그는 대뜸 배한성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문형진 작가는 어느덧 올해 교직생활을 끝으로 내년부터 자유인이 된다. 그러나 막상 퇴직한다고 생각하자니까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고 고백한다.

처음 대원외고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1997년 대원여고로 자리를 옮겨 현재의 유명한 예술중점학교를 만든 주인공이 그다.

문 작가는 “처음 전입해 와보니 예술계 대학 진학률이 저조해 예술반을 만들었더니 진학률이 훨씬 좋아졌다”며 “밖에 부모와 학원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친 결과였다.”고 말했다.

어느덧 대원여고에서 20년간 후학들을 양성한 문형진 작가는 현재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제자들만 40여명에 달한다. 가끔 몇몇 제자들이 건강 걱정 등 안부를 물어오지만 각자 바쁜 생활과 가정이 있어 사제지간의 정 나눔이 쉽지 않다고….

이와 같은 영향도 그가 예술학교인 서라벌고등학교에 다닐 때 후배 양성에 열정적이었던 은사님들로부터 많이 배웠다고 술회한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고3 담임만 16년간 맡았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일석이조의 자신감을 불어주기 위해 작가 활동도 열심히 했다. 부모형제와 가정을 돌보고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하며 그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문 작가는 “국어 선생도 시인이나 소설가이면 더 좋듯이 미술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큰 교육이다”며 “그림을 그리며 자기 세계를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좋다. 그러면 미래도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림 속에 듣기 좋은 아이들의 악기 소리를 함축하면서 비로소 그는 화단에 독특한 미술세계를 인정받은 셈이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

문형진 작가의 그림은 다른 그 어떤 화가의 작품보다 무게가 나간다. 물론 작품성의 무게도 그렇지만 밑그림을 만드는 데 오일을 많이 사용하는 탓이다.

그는 다른 작가들처럼 현란한 색을 사용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의 노랑, 주황, 다홍, 하늘색 등을 즐겨 쓴다. 소리만 들릴 뿐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악기는 조형적인 맛이 없어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문 작가는 바탕색과 위에 덧칠한 색깔이 아우러져 나오게 하는 마티에르 효과를 선호한다. 바탕에서 물감과 기름, 그리고 그림이 어울리는 소리가 보이지 않는 악기의 매력을 발산한다.

오는 8월말 서울 인사동 라베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인 문형진 작가는 2015년 1월 14~20일 개인 작품전 「율」을 전시해 관심을 끌었다.

김응렬 평론가는 「율」전에 대해 “나이 든다는 것이 꼭 애달픈 일은 아니다. 예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며 “그래서 아주 작은 들꽃에 눈이 가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들린다. 또 아주 작은 친절도 가슴에 오래 남아 감동할 일이 자꾸 많아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이 들어 좋은 점이 또 있다. 본질이 보인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줄여 표현할 줄 알게 된다”며 “자질구레한 이유도 변명도 필요 없어져 수많은 ‘왜’라는 질문에 ‘그냥 그렇게 됐어’라는 대답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문형진 작가의 작품도 그런 것 같다고 평했다. 술 마시며 밤새워 이야기해도 또 할 이야기가 남아 있던 젊은 시절처럼 그림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김응렬 평론가는 “날개 달린 천마 페가수스가 예술의 여신 무사(Musa)들이 헬리콘산에서 벌인 노래 경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가 하면 회백색 달 항아리는 조선시대 여인네의 내밀한 소리를 들려준다”며 “꽉 찬 보름달은 정화수 떠놓고 빌던 어머님의 한숨과 소망을 이야기하고, 꽃이 피며 씨앗도 함께 생기는 연꽃은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전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평했다.

더불어 “그러나 요즘 문 작가의 작품엔 배경이 없는 듯하다”며 “카메라의 심도를 깊게 하고 촬영하면 배경이 흐릿해지면서 중심이 되는 피사체만 선명해지는 것처럼 그의 그림에선 본질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래서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또 한 번 살아낼 힘을 준다”고 말했다.

문 작가의 악기가 담긴 그림을 보노라면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정한 작품의 제목을 보면 그런 추론이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불현듯 시인의 시심(詩心)을 찾는 눈이나 화가가 미심(美心)을 탐하는 것과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사유(思惟), 침묵의 소리, 봄날의 서정, 순백의 기억, 하모니, 창가의 세레나데, 사랑은 두드리라, 이국 이미지, 판타지아의 찬사, 기억의 중첩, 보랏빛 향기, 열정의 선율, 봄소식, 미소의 온기, 밝은 미소로 손짓하네, 향기의 파동, 행복한 나날, 열정의 판타지, 수줍은 미소, 추억 속으로, 환상(幻想), 침묵의 명상’ 등 제목이 곧 시(詩)라는 얘기다.

   
 

오랜 전통의 ‘구상전’ 이사로 활동

문형진 작가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구상전의 회원전은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지난해 11월 23~29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5층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73명의 현역 작가와 8명의 고인 회원 작품을 선보였다.

12월 구상전 공모대전을 앞두고 기획한 지난해 구상전 회원전은 ‘2016년 45회 공모대전’을 통해 미술계 불황의 그늘에서 구상전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구상전은 1967년 제1회 창립전을 필두로 49년간 92회의 회원전을 연 공인 전시회이다. 구상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의 역사로 불릴 정도이다.

현대적인 형상 회화를 모색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추구해 왔다. 구상전은 회원전과 공모전을 통해 뛰어난 작가와 작품을 배출했다.

회원 입회 자격은 구상전 공모전에서 특선 3회, 입선 10회 이상이어야 한다. 회원 중 공모전을 통해 입회한 작가는 150여명에 달한다.

문형진 작가는 구상전 회원전에서 「천상의 판타지」란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그림은 특이하게도 화폭에 늘 악기가 숨어 있거나 그윽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문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현악3중주로 이어지는 것을 표현했다. 제자들이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이런 음악적인 요소를 깔고 선율의 미를 공간 속에 적절히 표현했다. 숨어 있는 것은 선율이다. 미켈란젤로의 스토아 기법, 즉 공기원근법으로 색깔과 색깔의 중첩으로 공간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미술교육협의회위원장인 문 작가는 KAF 회장, 광진미술협회 부회장, 밀알회·서울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경희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문 작가는 6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출품하고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다수의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경희대 미술대학 강사와 함께 경희대 미술대학 총동문회장도 역임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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