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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범바위에 가서 기(氣)를 받아라!”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청산도 여행… 느림의 미학 통해 빠른 인생 돌아보다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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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1  14: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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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마을 청산도가 전국 슬로시티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기까지는 여러 청산도 사람들의 노력이 뒤따랐다. 물론 그런 데는 청산도에 남아 있는 이들은 물론 비록 섬을 떠났지만 여전히 타향에서 고향 청산도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고향 사람들의 힘이 컸다.

특히 청산도가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선정되기 전부터 고향을 위해 불철주야로 애써온 재경청산면향우회 정태열 회장과 임원진, 청산농업협동조합 지복남 조합장, 당시 정성희 청산면장 등과 고향 주민들이 일치단결해 청산도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된 청산도를 찾아가 봤다.

   
 

‘느림과 여유의 섬’ 청산도

전남 완도군 청산도는 ‘달팽이 섬’이라고 한다. 달팽이를 닮은 섬이 아니라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른바 느림의 미학을 느끼는 섬이다. 그래서 서두르거나 달리면 반칙이다.

요즘 청산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그런 맛이 줄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여유롭다. 섬 곳곳의 이정표에는 달팽이 그림이 많고 돌신도 있다. 돌로 만든 신발을 신어 걸음걸이가 자연 느릴 수밖에 없다.

긴 숨을 내쉬고 천천히 걷다 보면 인근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섬마을 주민들의 정이 정겹게 느껴진다.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여객선으로 5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섬이다. 제법 큰 여객선 곳곳을 둘러보고 매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마시니 금세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한다.

청산농협이 운영하는 여객선은 평일에도 관광객이 제법 많다. 영화, 드라마 촬영지에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지정 등을 계기로 많이 알려진 탓이다.

여의도 면적의 10배쯤 되는 섬이지만 의외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넘쳐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곳 중의 하나로 선정된 이유다.

모두 11개 코스로 나뉜 슬로길을 다 합치면 42.195km로 마라톤 풀코스 거리와 딱 맞췄다.

지렁이처럼 꼬부라진 이정표를 따라 걷다가 힘이 부치면 쉬어가고 꼬박 2박3일이 걸린다.

도청항에서 시작되는 1코스는 잘 알려진 길이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가 방문객을 맞는다.

해마다 청산도 슬로축제가 열리는 4월에는 노란 유채꽃이 환상적이지만 사시사철 운치가 있다. 9월 말에는 코스모스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서편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한 폭의 풍경화다. 돌담을 길게 쌓아 물고기를 잡는 ‘독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독살은 두 개가 맞물려 사랑의 하트(♡) 모양을 연출한다.

당리에서 구장리를 잇는 해안절별길로 화랑포(花浪浦)에 가는 2코스는 파도 물결이 꽃 같아 ‘사랑 길’로 불린다. 바닷가 한쪽에 있는 널따란 연애바위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울타리에 매달린 사랑의 자물쇠는 저마다 애틋한 사랑의 고백이 담겨 있다.

 

곳곳에 문화 유적지 많아

슬로길 곳곳에는 눈길을 끄는 문화 유적지가 많다.

3코스 고인돌길은 청산도 역사문화 자료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길로 당리를 감싼 청산진성, 고인돌, 하마비, 초분 등 오랜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왕년에 쓰인 초분(草墳)은 청산도 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꽃무덤 장례 방식이다. 민간신앙과 불교가 결합한 신앙물인 하마비도 슬로길 옆에 있다.

십여 리 정도의 청산진성 성곽에서 바라보는 청산도의 아름다운 장관은 최고조에 달한다. 섬마을의 모습이 어머니의 품 같이 안락하다.

4코스 낭길은 구장리에서 권덕리까지 이어진 낭떠러지 길로 하늘에 떠 있는 듯 바다에 떠 있는 듯 모호한 경계선을 따라 걷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5코스는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 이르는 길로 범의 머리 모양을 닮아 범바위라고 부른다. 청산도 여행에서 반드시 들려야 할 코스이다. 이곳은 삶에 지친 현대인이 기(氣)를 충전해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권덕리에서 범바위로 오르는 길에서 보는 청산도의 절경은 최고다.

범바위란 이름부터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옛날 청산도에 살던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했는데, 이 바위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커 도망갔다는 전설이 안내표지판에 적혀 있다.

범바위 자체도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가 뭉쳐져 바람이 불 때면 울림소리가 유난히 크다. 곁에서 들으면 실제로 범이 우는 소리와 같다.

범바위 바로 앞 권덕리 해상은 예부터 선박 사고가 잦아 이른바 ‘한국판 버뮤다 삼각지’로 불린다. 바위에 지남철 성분이 많아 강력한 자기장이 선박의 나침반까지 꼼짝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자침이 빙글빙글 도는 자연의 신비가 놀랍다. 선박과 항공기 실종 사고로 유명한 중남미 카리브해의 버뮤다 삼각지대와 같은 공간이 청산도에도 있다.

해도(海圖)에는 이 지역이 ‘자기장 이상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해경에서도 이 해역을 지날 때는 운항 주의를 당부한다. 그래서 이곳에 기가 세다는 소문이 나 기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정말 많다.

범바위는 보는 각도와 햇빛에 따라 다양한 형상이 나타났다. 코를 늘어뜨린 코끼리, 원숭이나 사자 얼굴, 용이 비상하는 모습 등이 제각각 펼쳐져 경이로울 지경이다. 20여개의 다양한 동물 모습을 찾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날씨가 좋을 때는 범바위에서 여수 거문도와 제주도까지 보인다. 물론 옅은 안개가 자주 끼어 제주도를 보는 것은 행운이 따라야 한다.

전망대에서 해물파전을 안주로 마시는 막걸리 한잔도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또한 낚시하러 왔다가 청산도 매력에 빠져 10년 전에 눌러앉았다는 지역 향토 사진작가 김광섭 씨의 청산 8경도 전시돼 있다.

6코스에 자리 잡은 구들장 논은 섬사람들의 지혜와 의지가 담겨 있다. 척박한 섬에서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한 농부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바닥에 돌을 구들장처럼 깔고 그 위에 흙을 쌓아 물이 밑으로 흘러내리게 만든 논이다.

농업유산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이름을 떨쳤다.

구들장 논에서 가까운 곳의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느린섬 여행학교’도 있다. 청산도 청정재료로 만든 슬로우 푸드를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숙박시설도 있어 하룻밤 묵어가는 데 안성맞춤이다.

국립공원 최고의 명품마을이 청산도에 있다. 슬로길 7코스에 있는 상서마을이 그곳이다.

구불구불한 돌담은 최소한 200년이 넘어 보인다. 소박하게 지어진 농가와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어울린다. 옛돌담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보기도 아름답지만 신기하다.

   
 

아늑한 청산도 바다와 해변

청산도에서 바다와 해변을 빼놓고는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 청산도항 반대편의 신흥리 풀등해변은 썰물 때 진면목이 보인다. 길이만도 무려 2km의 하얀 모래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심도 완만해 가족단위 피서지로 제격이다.

8코스는 해맞이길로 목섬, 신흥리, 상산포, 진산리를 잇는 길로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

진산리의 갯돌해변은 작고 동글동글한 갯돌로 이뤄진 곳이다. 갯돌을 쓸고 내려가는 파도소리가 정겹다. 아침에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는 장관이다.

9코스는 단풍길로 진산리에서 지리까지 단풍나무와 함께 걸을 수 있다. 이곳에서 드라마를 찍으면 좋은 그림이 나올 듯한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10코스는 노을길로 섬의 서쪽 가장자리로 난 길을 따라 걷기에 청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도청리로 가는 길목의 지리해수욕장은 수령 200년 이상의 소나무가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준다.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지리해수욕장 노을은 필수적인 비경이다. 혹여 인근에서 민박을 하면서 야간에 하는 붕장어 낚시가 일품이다.

11코스는 청산중학교에서 도청항까지 ㅣ르는 골목길로 미로처럼 얽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길을 찾는 재미가 있고 마을의 소소한 일상까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슬로시티 청산도에서도 바쁜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위한 단축 코스도 있다.

1코스 서편제·봄의 왈츠 촬영지를 거쳐 범바위와 느린섬 여행학교, 구들장 논을 둘러보거나 11코스인 파시문화거리와 상서돌담마을, 신흥리 풀등해변을 돌아 느린섬 여행학교를 둘러보는 코스가 바로 그것.

▲ 교통편·요금

완도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평일에는 8회 운항한다. 4월 슬로시티 축제가 열리는 기간의 주말에는 15회 가량 늘려 운항한다. 지난 5월부터 청산농협이 새로 건조한 ‘퀸청산’호가 투입돼 운항중이다.

배를 탈 때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차량을 갖고 갈 경우 순서대로 도선이 이뤄지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일반 기준 요금은 7천원이다.

완도여객터미널(061-552-0116), 청산농협(061-552-9388).

여객선 도착 시간에 맞춰 슬로시티 순환버스가 운행한다. 요금은 어른 5천원, 어린이 3천원이다. 슬로시티 투어버스도 있다. 1일 3차례 운행한다. 요금은 어른 7천원, 어린이 5천원이다.

▲ 식당

부두식당(061-552-8547), 보적산장음식점(061-555-5210), 늘푸른식당(061-553-2585), 대봉식당(061-552-8684), 바다식당(061-552-1502), 보적산장(061-555-5211), 해녀식당( 061-552-8547), 섬마을식당(061-552-8672), 자연식당(061-552-8863), 진미원(061-552-8633), 청산도식당(061-552-8600), 토방식당(061-552-0031)

▲ 숙박

어울림펜션(010-4521-8148), 빌리지펜션(010-8853-8664), 힐링하우스(010-4780-9510), 흙사랑펜션(010-6246-6737), 청산한옥민박(010-2590-3130), 행복해한옥(010-6630-6834), 해랑달민박(010-4936-6018), 섬이랑나랑(061-555-3344), 올레펜션(010-6688-7454), 광주민박(061-552-8846)

 

<인터뷰>

청산농업협동조합 지복남 조합장, 청산도 위해 불철주야 노력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청산농협 좋은 배 갖기 운동을 펼친 끝에 지난 5월 12일 ‘퀸 청산’호 가 취항했다.

이날 완도군 청산면 도청한 선착장에서 청산농협 지목남 조합장은 신우철 완도군수, 강남경 전남농협본부장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퀸 청산호’ 취항식을 가졌다.

그동안 청산농협은 청산도 노선에 2척의 여객선을 운항했지만 매년 증가하는 관광객들의 해상교통 편의를 위해 이번에 ‘퀸 청산호’를 새로 도입했다.

‘퀸 청산’호는 차도선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좋은 배로 관광 청산의 기반을 마련했다. 전국 최초로 교통약자(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가 2~3층 객실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설계해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산모를 위한 수유실도 마련돼 있다.

‘퀸 청산’호의 취득 금액은 70억원으로 항해 속도 15노트, 총톤수는 997톤, 여객 정원 810명, 차량적재는 소형 승용차 기준 72대가 적량이다.

이에 따라 청산도 지역민의 화합과 관심, 사랑을 받으며 농협과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지복남 청산농협조합장은 인사말에서 “‘퀸 청산’호는 안전제일을 목표로 하는 국가사업의 여객선 현대화사업에 솔선수범하고 엄격한 검사 기준을 모두 마쳤다”며 “어항 시설을 보강해 가며 지역주민들에게는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청산을 찾는 고객에게는 좋은 추억을 주는 아름답고 편안한 여객선이 되도록 모든 정성을 다해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만든 카페리 여객선으로는 국내 최고의 선박으로 향후 20년 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독자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배는 하루 8차례(평일 기준) 완도항을 출발해 도청항까지 왕복운항하며 50여분이 소요된다. 이를 통해 해상교통 편익은 물론 농수산물의 원활한 수송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내년 슬로걷기축제 기간 중에 2017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가 개최되는데 이번에 취항한 여객선이 해상교통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산농협은 ‘청산도 구들장논 오너제’ 가입도 권유하고 있다. 이는 청산도 구들장논을 경작하는 농부와 도시민(오너)이 농업 유산의 소중함을 함께 인식하기 위해 마련된 것. 경작 활동을 안전하게 지속하도록 지원해 경작을 유지하도록 도움으로써 구들장논의 가치를 후대로 이어나가는 농업유산 전승 운동이다.

1구좌당 3만원으로 오너 자격 기간은 가입일로부터 1년이며 구좌 구매 수량은 제한이 없다. 가입 오너에게는 연중 1회 12월에 발송되며 구들장논에서 생산된 쌀, 콩, 마늘 등의 농산물을 받아 볼 수 있다.

청산농협(061-552-9388), 청산도 구들장논보존협의회 사무국(010-9165-8543)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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