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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세상 충돌 이야기' 화제최근 출간 『세상 충돌』, 서점가에 잔잔한 파문
전흥규 기자  |  jeonh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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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02  14: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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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교 밀짚모자가 주최하고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한 ‘대한민국 청소년 세상 충돌기 공모전’의 수상작을 엮은 책 『세상 충돌』(말벗)이 서점과 일반 독자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공모전 시상식은 지난 1월 개최됐지만 출간이 늦어진 이유는 보다 완벽한 책을 준비하는 데 따른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제1회 공모전 작품을 심사한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인 지상학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많은 영화제와 셀 수 없는 시나리오, TV 드라마 공모전에 심사를 해온 저로선 이번처럼 뜨겁고 가슴이 울컥해서 심호흡까지 하며 심사를 해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 위원장은 “눈물이 메마를 나이이지만 때로는 울었고, 때로는 기성세대로서 죄스러웠고, 때로는 그냥 백지 상태로 멍해 있었다”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토록 가슴 아픈 절절한 사연의 아이들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시대는 달랐지만 모든 이들의 청소년기가 이 아이들 못지않게 슬프고 억울하고 절박하기도 했었다”며 “빛깔과 시간은 다르지만 모든 이들의 청소년기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말하는 풍요와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흘러넘치는 이 시대에 이토록 몰래 고통스러워하고 고뇌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 피투성이 싸움을 벌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새로운 슬픈 발견이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지상학 심사위원장은 “이번 청소년 공모전 행사가 일회성이 아니라 사회와 기성세대에게 반성과 큰 울림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 수익금, 제2회 공모전 상금으로

이에 대해 공모전 집행위원장인 김행수 영화학교 밀짚모자 학교장은 “보다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수상작의 출판 수익금 전액을 제2회 공모전 상금과 운영비로 쓰이도록 할 예정이다”며 “지상학 위원장의 지적대로 청소년 세상 충돌기 공모전을 지속적으로 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 관계자가 아닌 영화감독 신분인 김행수 학교장이 국내 최초로 청소년들의 세상 충돌기 공모전을 마련한 이유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슬픈 현실을 목도한 이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공모전 상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지난 첫 번째 행사는 가까스로 잘 치렀다.

“관계자 둘만 모이면 청소년 문제를 토론하지만 실현 가능한 해결점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관된 입시 위주의 교육이 낳은 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 사회는 모두 대학을 가야 합니까? 또한 대학 졸업생 전원이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며, 대기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회적 정서를 왜 끊지 못합니까?”

영화학교 밀짚모자는 그 이유를 우리 사회에 질문하고 있다.

김행수 학교장은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마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학원을 가기 위해 잠자는 곳이라고도 하며, 대학을 가기 위한 맞춤형 공장이라는 자조적인 학생들의 얘기가 들린다”며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깨우다가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장은 “교육이 망한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 중심 구성원이 되고, 그 중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자들의 줌심 사회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지금 살고 있다”며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청소년기는 딱 한번뿐이다. 과일 속에 맛있는 과즙을 많이 저장하려면 딱 한철 여름 햇빛을 잘 받아야 한다. 곧 여름 햇빛이 청소년기이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정서와 인격으로 맛있는 과일이 열린다. 세상은 맛없는 과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책에서 밝힌 이름은 가명

『세상 충돌』에는 ‘괜찮은 척’, ‘그래도 살 만하다’, ‘현대중공업 고졸채용 성공수기’,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꽃’, ‘일방통행 속에 사라진 뚱뚱이’, ‘명백의 늪’, ‘비 온 뒤 땅 굳는다’, ‘개구리 소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아빠 우리 아빠’, ‘나의 꿈을 찾아서’, ‘가면 아이’, ‘그럼에도 나는 괜찮아’, ‘열여덟’이란 소제목의 15개 작품이 실려 있다.

이들 제목 하나하나가 학생들의 솜씨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프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출판사는 이 책을 내면서 제목 하나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개중에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오자나 맞춤법 정도만 손댔을 뿐이다. 특히 여기서 밝힌 이름은 본명이 아닌 가명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함부로 밝히기 힘든 사연들의 주인공이 대다수인 탓이다.

이들 수기는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심사위원 특별상 외에 ‘희망·투지·정의·배려·용기· 협력·우정·미래·청년·진실’이란 특정 단어를 붙여 시상한 것도 특별하다. 굳이 등수를 나누기도 힘들 만큼 애절한 데다 차등을 두는 개념 또한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상학 심사위원장은 좀체 10점 만점을 잘 안 주는 사람인데 10개 이상의 작품에 만점을 준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는 심사평에서 “꼴과 결과 깔이 다른 아이들이 피워낸 이 붉디붉은 어린 꽃송이들 중 어느 것을 잘라내고 어느 것을 꽃 피우게 할 것인가?”라며 “다른 심사위원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분들도 모두 응모자들의 아버지·어머니·할아버지였기에 그 아픈 사연 하나하나의 우열을 가리기가 정말 괴롭고 끔찍했을 것이다. 이 말은 그만치 훌륭했으나 아깝게 선정이 안 된 작품이 많았다는 뜻이다”고 밝혔다.

응모작들의 내용은 대충 세 가지 패턴이었다. 참혹하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갈등을 딛고 꿈을 향해 가는 이야기, 부조리하고 모순된 제도 교육 속에서 고뇌하거나 학교폭력·교우 관계로 고민하는 이야기, 소소하거나 소박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절체절명이었던 사건이나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슬프고, 뜨겁고, 놀라울 만큼 시선을 집중시킨다.

특히 중1밖에 안 된 아이들이 정말 미세한 일상의 고민들을 실핏줄을 그려낸 작품도 있었다. 이는 누군가 대신 써줬거나 거의 고쳐준 게 아닐까 할 만큼 직업작가인 심사위원들을 감탄케 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잘 꾸며진 문장이나 기교보다는 투박하더라도 글쓴이의 사연에 더 집중하면서 진솔함에 주목했다. 공모전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심사였다는 표현을 잘 쓰는데 이번이 정말 그랬다는 후문이다.

 

충돌기 쓰면서 수없이 울다

대상 수상자인 한겨울 양은 수상 소감에서 “제 충돌기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쓰면서도 몇 번이나 울었고,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도 내가 과연 후회하지 않을까’ 하며 몇 번을 고민했지만 이렇게 쓰고 나니 홀가분하다”며 “슬프기도 하지만 그때 제가 했던 부끄러운 생각들을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엄마께서 얼마나 절 사랑하시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감사하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한 양은 “글 속에는 적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집이 많이 힘들었기에 종종 불편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것들이 정말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며 “그래서 그런 대우를 받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지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다. 저와 같거나 더 심한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도 저보다 더 심한 트라우마를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실 청소년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시절이 청소년기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열정이 넘치는 시기이다. 아직 서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수해도 청소년이라는 특권으로 이해될 수 있는 때이다.

그러나 그 무엇으로 인해 소중한 청소년기를 누릴 수 없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이든 사회적 책임이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영화학교 밀짚모자에서 ‘세상 충돌기’를 마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현재 학생과 선생님,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불신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학생에게 문제가 있다고 사회와 단절시키면 머지않은 시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우리는 늘 보고 듣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통절히 느끼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도 그런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같이 가야만 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들이 곧 우리 사회의 중심 구성원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그들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고뇌를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출품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음속의 응어리를 꺼내 토해낼 수 있는 “충돌기 공모전 기회를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 많은 청소년들의 마음이 아프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어쩌면 평생 아픈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마음이 아픈 청소년이 있으면 그가 왜 아파하는지, 무엇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우리 사회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아픈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면 병이 된다. 그 병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스스로 걸어 나오지 않으면 불치의 병이 된다.

그런 환자가 그대로 사회인이 됐을 때를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감당할까? 정치인들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무송, “마음 아픈 청소년이 더 이상 없기를…”

한편 이 책에 대한 유명 사회인들의 응원의 메시지도 다양하다.

전무송 배우는 “우리 사회는 영화학교 밀짚모자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청소년 세상 충돌기’ 공모전 수상작을 통해 청소년들의 현실적 아픔과 고뇌를 비로소 알았다”며 “비록 작은 책으로 수상작을 엮었지만 그들의 외침 앞에 학교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마음 아픈 청소년이 더 이상 없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내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는가. 무엇이 그들을 아프게 하는지, 무엇이 그들의 발걸음을 잡는지, 사회를 향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라며 “세상 충돌기 공모전 수상작은 우리 사회가 살피지 못한 청소년사회 소통의 시작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가슴 뛰어야 할 청소년이란 말은 나에게는 무거운 짐이고 갚아야 할 빚으로 다가온다. 청소년들이 겪는 고통의 근본적 원인은 결코 청소년들에게 있지 않다.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는 청소년들에게 부채 의식을 지녀야 마땅하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을 만들고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선우 서울시홍보원 전 사무총장은 “나는 이 책을 읽고 참으로 부끄러웠다.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청소년이 그토록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그들의 고뇌를 실질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라며 “어디에도 말할 수 없고 누구와도 소통되지 않는 고통스런 시간을 혼자 웅크린 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그들의 아픈 현실 앞에 난 내 자신에게 분노했다. 이대로 그들을 혼자 있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강철수 만화가는 “사람들은 「사랑의 낙서」, 「바둑 스토리」, 「발바리의 추억」 등 만화를 그린 내가 한때는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문학청년이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또한 중학교 3학년 나이에 「명탐정」을 써 프로 만화가로 데뷔한 것도 알지 못한다”며 “나 역시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혼돈과 방황, 그리고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낼 줄 알아야 비로소 참인간이 된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여러분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세상 충돌』을 펴낸 말벗출판사 박영이 대표는 “이번에 처음으로 세상 충돌기를 접하면서 적잖게 많은 눈물을 훔쳐냈다. 특히 대상 수상작인 한겨울의 「생일 케이크」는 읽으면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보는 듯해 한동안 먹먹했다”며 “이런 좋은 책을 낼 수 있어 뿌듯하고 행복했다. 앞으로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전흥규 기자  jeonh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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