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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 수상한국문학이 도약할 수 있는 커다란 발판
임윤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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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3  13: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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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46)이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했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지난 5월 16일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맨 부커상은 1969년에 제정되어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에 수여되는 상이다.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 부문은 2005년 신설된 것으로 어떤 언어로 쓰였든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올해부터는 번역상의 의미도 포함해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하게 됐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과 중국 문단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을 제치고 수상했다. 상금으로는 작가인 한강과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5만 파운드(한화 약 8,600만원)를 나누어 수여받게 된다.

경향신문 5월 17일자 기사에 의하면,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해외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건 2007년부터라고 한다. 한국문학 수출 에이전시가 영문 샘플과 시놉시스를 들고 수많은 출판사들을 찾았지만 출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번역자가 바뀌기도 몇 차례,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The Vegetarian>이라는 완성도 높은 영역본이 나와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수상하기까지 꼬박 9년이 걸렸다. <채식주의자>의 수상 뒤에는 한국문학 수출 에이전시인 ‘KL매니지먼트’를 비롯해 번역을 지원한 한국문학번역원, 한강의 작품 수준을 알아본 영국 출판사의 편집자, 문학적 번역을 연구한 젊은 번역가 등의 협업이 있었다. 22년간 한국문학 전문 수출 에이전시를 하고 있는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처음 한강의 작품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 작품에 확신을 가지고 외국에 처음 소개하기 시작한 때는 <채식주의자>가 연작소설집으로 출간된 직후인 2007년”이라고 밝혔다. KL매니지먼트는 영어권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출판사들과 접촉했지만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비영어권에서 먼저 판권이 계약됐고, 영미권에 꾸준히 소개하는 과정에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영국에서의 출간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본 소설 내용이 아무리 탁월해도 영문 샘플이 좋아야 한다. ‘임자’를 만나지 못하면 번역 출간에 수년이 걸린다”며, “원작이 가진 문학적 표현과 뉘앙스 등을 제대로 번역해내는 번역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소설가 한강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수상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는 보이드 턴킨 심사위원장으로부터 “그의 완벽한 번역은 매 순간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하게 뒤섞인 이 작품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영어만 할 줄 알았던 영문학도 스미스는 6년 전인 2010년에야 독학으로 한국어를 시작했다. “한국 문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한국인을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할 만큼 한국과 인연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영문학 학위를 마치고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한국어 번역가가 적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한국어 번역을 택한 것에 대해 “이상하지만 확실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2년가량 한국어 공부 후 처음 번역할 때만 해도 “사실상 하나 걸러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봐야 했던, 끔찍한 실력”이었지만, 꾸준히 노력해 안도현의 <연어>,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 한강의 <소년이 온다> 같은 한국문학 작품을 다수 옮기며 전문 번역가로 올라섰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데버러 스미스라는 이상적인 번역가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의 작품성을 알아보고 주요 출판물로 밀어준 영국 문학전문 출판사 포르토벨로의 편집자 맥스 포터의 덕도 크다고 한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번역자에게 1만5,000달러와 한국문학을 출간하는 해외 출판사에 5,000달러를 지원하는 한국문학번역원, 문학·번역 지원사업을 벌이는 대산문화재단도 ‘수상’을 만들어낸 공로자들이다.

<채식주의자>는 해외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유력 일간지로부터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미국 문단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또 맨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쉬 타임스(IT)가 한강을 맨부커상의 주인공으로 꼽는 칼럼을 싣고 미국의 해외문학 소개 전문지인 'WLT'(World Literature Today)가 메인 인터뷰로 다루는 등 관심이 쏠려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심사위원단 5명은 만장일치로 <채식주의자>를 수상작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장인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톤킨은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 잊혀지지 않는 강력함과 독창성을 가진 소설”이라며 “강렬한 알레고리로 꽉 차 있으면서도 재치와 절제가 조화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가장 관능적인 소설”, AP통신은 “심연을 흔드는 소설”이라고 평가했으며,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다"라고 평가했다.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처음 발표된 <채식주의자>는 한강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세 편의 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소설. 이중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단행본 <채식주의자>가 출간된 것은 2007년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 미약한 존재가 난폭하고 어두운 세상과 어떤 식으로 대결하는지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몽고반점>은 자신의 예술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처제인 영혜를 성적 욕구대상으로 삼는 형부의 이야기, <나무불꽃>은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으로 찾아가는 언니가 들려주는 자매의 서사다. 한강은 “이 소설은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채식주의자>는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린 상태다.

   
 

한강은 "책을 쓰는 것은 내 질문에 질문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힘들기도 했지만 가능한 한 계속해서 질문 안에 머물고자 노력했다"며 "나의 질문을 공유해줘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 자신은 이 작품을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이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 작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허윤진 평론가는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작가는 상처와 치유의 지식체계를 오랜 시간 동안 기록해온 신비로운 사관(史官)이다. 그녀의 많은 소설은 일상의 트랙을 벗어나 증발해버린 타인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그린다. 이런 여러 탐색담은 대상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정상성을 벗어난 인물들을 찾아나선 ‘정상적’인 인물들은 스스로 감추었거나 잊었던 트라우마와 조우한다. 마치, 애초에 그들이 그토록 닿으려 했던 목적지가 그 깊은 상처였던 것처럼”이라고 평한다.

또, 황도경 평론가는 한강의 작품세계에 대해 <문학사상>2005년 2월호에서 “존재의 숙명적 상처와 세상의 근원적 어둠에 대한 처연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에 대응해온 작가가 도달한 이 새로운 미적 차원은 놀랍고 신선하다. 상처와 어둠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존재의 처음과 끝, 그 신비로운 근원을 엿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도달한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는 우리 소설을 일상과 탐욕의 저잣거리로부터 끌어올려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소설의 주요내용을 보면, 연작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 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 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수작으로 극찬을 받으면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2부 <몽고반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은 결국 영혜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된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작가가 10년 전 발표한 단편 <내 여자의 열매>(창비 2000 수록)에서 선보였던 식물적 상상력을 궁극의 경지까지 확장시킨 인물이다. 희망없는 삶을 체념하며 하루하루 베란다의 ‘나무’로 변해가던 <내 여자의 열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와 통한다.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생로병사에 무감할 뿐더러 몸에 옷 하나 걸치기를 꺼리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더 나아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채식주의자>)라고 믿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가 되는 듯하다.

반면 영혜 주위의 인물들은 육식을(영혜 남편), 혹은 영혜의 몸과 몽고반점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영혜 형부) 지독하게 욕망한다. 그들의 욕망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인간의 욕망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영혜로 표상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의 경지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가로지르는 소설 미학이며, 이야기로서든 상상력으로서든 감각으로서든 우리 소설의 차원을 확장시키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소설가 한강은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으며,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강의 문학적 배경에는 ‘문인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변의 길손> 등을 펴낸 소설가 한승원(77)이고, 오빠 한동림(48) 역시 신춘문예 등단 작가로 소설과 동화를 쓰고 있다. 남동생 한강인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 카페를 운영하며 만화와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 한강의 남편은 김달진문학상·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한강은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문인 가족이라는 문학적 자양분도 갖고 있는 셈이다. 한승원과 한강은 1988년과 2005년 각각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대에 걸친 ‘부녀 수상’이라는 진기록도 갖고 있다. 한승원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 돼 1989년 제27회 대종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한강의 <채식주의자> 역시 2009년 임우성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한승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소설가이지만 (딸이) 한번도 소설을 봐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숨어서 소설을 썼다”며, “딸의 소설은 문체가 섬세하고 시적이고 서정적이며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녀가 2014년 발표한 <소년이 온다>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중학생 동호와 인물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최근 <채식주의자>에 이어 해외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작 소설 <흰>이 5월 25일 또 출간됐다.

필자가 한강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12월, 경주에서 열린 김동리문학상 시상식장에서다. 당시 한강 작가가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로 제13회 김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수수한 옷차림에 마치 소녀같이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던 그녀가 불과 6년 만에 이처럼 엄청난 쾌거를 이루다니 필자도 참으로 기쁘고 놀랍다. 당시 한강 작가는 김동리문학상 수상소감에서 “이 소설은 쓰면서, 소설을 쓰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삼분지 이쯤 써놓고 거의 포기한 채 1년 정도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4년 반의 시간을 힘겹게 품고 있었고 때로 부딪치며 싸웠던 생각들, 의문들을 이즈음에도 종종 다시 꺼내 들여다 봅니다. 제가 글을 쓰는 한 이 싸움이 더 오래 계속될 거라는 사실이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문득 담담하게 받아들여집니다”라고 말했었다. 머지않아 한강 작가 등으로부터 한국문단이 그동안 애타게 갈망해왔던 노벨문학상 소식도 들려오기를 함께 기대해본다.

임윤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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