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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인의 작가들과 함께 하는 ‘The Salon展’‘살롱 드 서리풀’ 개관전에서 젊은 미술의 미래를 보다
임윤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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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7  15: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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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반드시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그에 걸맞는 사회질서와 문화예술 수준이 함께 높아져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1980년대 후반 영국에서 직장관계로 4년간 산 적이 있다. 영국은 한 때 5대양 6대주에 식민지가 없는 곳이 없을 만큼 방대한 연방국가였고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 식민지를 독립시키면서 우리보다 약간 큰 섬나라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그리 풍족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영국의 저력은 단지 국토 크기나 경제력에 머무르지않는다. 그들은 오랜 전통을 보석처럼 간직해오고 있으며,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저력은 참으로 단단하다.

한 예를 들어보자. 영국에서는 지금도 ‘쥐덫(The Mousetrap)’이라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영국의 추리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을 원작으로 런던 세인트 마틴 극장(St Martin's Theatre)에서 공연해 온 이 연극은 1952년 10월 6일 왕실 초청으로 초연된 뒤 2016년 현재 무려 64년간 연속공연을 기록하고 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1992년 40주년 파티에 참석해 이 작품에 대해 "영국이 어떤 나라인지, 영국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월-토요일 연속 오후 7시30분부터 약 2시간 30분 공연하며, 화요일 3시, 토요일 4시 추가공연도 있다. 지금까지 25,000회가 넘는 공연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오페라나 뮤지컬과는 달리 ‘쥐덫’은 추리연극이기 때문에 비영어권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지않은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놀랄만한 기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바로 이와 같은 문화적 저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문화예술 기반이 턱없이 일천하지만 그래도 근년들어 상당히 좋아진 것 만은 사실이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에는 다양한 오페라, 뮤지컬 공연이 상시 이어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사진전 등도 끊이질 않는다. 또, 대학가 소극장 공연 중에는 제법 오래 흥행에 성공한 공연도 있고, 1년 내내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동, 통의동, 충무로에는 그림, 사진전 등을 여는 사설 갤러리도 적지않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별 소득도 없어보이는 갤러리에 이처럼 투자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무슨 의도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사적으로 갤러리에 투자할 만큼 문화예술적 저력이 높아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투자하는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과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고 찾아오는 관객의 저변도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6년 3월 5일, 남부여객터미널 인근에 ‘살롱 드 서리풀(Salon de Seoriful)'이라는 갤러리가 또 문을 열었다. 서초동에는 예술의 전당이라는 대규모 문화예술공간이 있어 살롱 식의 아담한 갤러리가 별로 없는 편인데 반가운 소식이다. 이 갤러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효령로 61길 18)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리풀이라는 서초동의 옛 이름에서 착안하여 이름붙였다고 한다. ‘살롱 드 서리풀’은 개관기념으로 중견화가 33인의 작가를 초청, 3월 5일부터 ‘‘The Salon展’을 열고 있다.

고마음, 김경원, 김대호, 김동균, 김동옥, 김민수, 김성결, 김수정, 김시은, 김지선, 김태임, 김혜나, 류수진, 박성환, 박찬상, 백향목, 성민우, 송인, 안지현, 양아람, 오보라, 이강유, 이용석, 이인성, 이재규, 이청학, 임진성, 정우경, 정진, 진효선, 최해인, 홍주희, 홍지희 등 33인의 젊고 유망한 중견작가들이다.

‘살롱 드 서리풀’의 위치가 고급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한적하고 멋스럽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마치 프랑스나 영국의 어느 품격있는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다. 갤러리 입구 First Room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아기자기한 몇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Main Room에 이른다. 메인 전시실 역시 아담하고 여유롭다. 또 Main Room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테라스형 전시실도 있다. V.I.P. 응접실 같은 이 방은 가장 고급스러운 작품을 걸어놓으면 품격이 더욱 높아보일 것 같다. 잠시 예술에 푹 취해 쉬고 싶은 방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답게 대부분 사실과 이성을 뛰어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이고 사유가 깊은 작품들이다.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학과 박사 출신이며, 2015년 프랑스 파리 Ecology(Gallery bdmc) 전시 등 13번의 개인전을 연 바 있는 성민우 작가는 ‘풀의 노래’ 등을 출품했다. 김준기 미술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성민우는 풀을 빗대어 사람을 그린다. 그의 그림은 풀로 그린 사람의 모습, 즉 초상(草像)이며, 풀의 생명가치로부터 인간의 삶의 이치를 찾아내는 다중적 의미지층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그 이름을 기억하지못하는 낯선 이름의 풀들을 화려한 금분과 채색으로 그려낸다. 여뀌, 씀바귀, 환삼덩굴, 큰방가지똥, 겨울달맞이, 겨울여뀌, 이른냉이, 냉이, 민들레와 지칭갱이, 질경이, 망초, 여름여뀌, 고들빼기와 며느리밑씻개, 가시상치,달맞이, 며느리배꼽 등 그가 호명하는 풀들의 이름은 그 자체로 깨알 같은 서사를 가지고 있다. 화단에 심어 기르는 화초와 달리 그가 불러 세운 풀들은 잡초로 분류하는 것들이지만, 그는 풀로 엮은 인물화 연작을 ‘초상’이라 이름 짓고 그 뒤에 이런저런 잡초들의 이름을 붙여서 각각의 그림에 뜻을 더한다”고 풀이한다.

   
 

김준기 평론가는 이어 “성민우 풀그림의 단초는 생명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해답에 있다. 그가 덜 알려진 풀들을 호출한 이유는 그 자신이 명명한 ‘외로움과 관계맺음의 초상’에 다가가기 위함이다. 그가 불러낸 풀들은 생명의 존재론을 표상한다. 성민우의 예술 속에는 우주와 생명의 노래가 담겨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봐야 한다. 인간 존재는 누군가와 관계 맺고 소통하기를 원하지만 필연적으로 그 소통의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고 고독에 빠진다. 성민우는 이 대목에서 존재론적 고독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스스로 외로움과 관계맺기’를 권면한다. 그가 그린 풀의 초상은 존재론적 고독을 읊조리는 애달픈 노래가 아니라 그것의 초극을 위한 역설의 감성학이다. 그의 노래가 마른 풀의 애잔한 고독을 품고 있을 때에조차 그 속에 절대로 고독에 빠질 수 없는 우주와 생명의 깊은 이피를 담도 있기 때문이다. 성민우의 풀그림에는 작은 것의 위대함과 일상의 거룩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사유가 담겨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생명의 가치를 돌아본다. 그것은 생명의 네트워크를 생태사회학으로 확산하려는 우주와 생명의 노래이다”라고 평한다. 성민우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주한이집트대사관, 한국수자원공사, 다원미술관, 한국가스기술공사 정부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전통적 화법에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화면구성을 혼용한 작품들도 보인다.

경희대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고등학교 미술창작 교과서와 중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수록된 바 있는 임진성 작가의 작품을 보면, 수묵화의 기법과 섬세한 금분화의 기법이다. 전통을 따르지만 작품의 주제를 풀어감에 있어서는 다양한 시점으로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있다. 작가는 “작업은 수묵을 바탕에 두고 금분을 이용하여 산수를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이상향의 경계를 강조하고 있다. 드러나는 형상은 완연한 전통의 그것이지만, 이를 통해 발현해 내는 산수의 심미는 단순한 재현의 소극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산수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공간과 도상(圖像)에 대한 탐구이며, 실경 일변도의 현 상황에서 산수라는 의미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임진성 작가의 작품은 청와대, 서울아산병원, 전북도립미술관, 충북대학병원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14년 호텔마누 기획전 등 4회의 개인전과 수십번의 그룹전에 참여했고 2007년 제26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 부문에 입선한 있는 오보라 작가는 그의 작품 ‘호흡’에서 “‘스스로’, ‘나’의 뜻인 한자 ‘자(自)’라는 글자는 원래 숨을 쉬는 코 ‘비(鼻)’자의 형상에서 따왔다. 생각해 보면 ‘나’, ‘스스로’는 호흡하는 존재이며, 호흡을 할때 비로소 ‘나’, ‘스스로’는 성립하는 것이다. 호흡의 호(呼)는 날숨(내쉼)이고, 흡(吸)은 들숨(들이마심)이다. 온전한 ‘나’로 살면 진정 다른 이를 나와 같이 사랑할 수 있다. 함께 호흡하며 하나(-)가 되는 꿈을 꾸는 날들이, 기다림으로 채워질지라도 한없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2016년 조선대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를 수료하고 2015년 ‘신사의 품격’(광주 로터스 갤러리) 등 2회의 개인전을 연 바 있으며, 2014-2015년 북경99미술관 국제 레지던시 입주작가이기도 한 김성결 작가는 ‘신사 시리즈’에서 “흔히들 ‘신사’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고 넥타이를 맨 정갈한 외모의 인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에겐 ‘신사’란 그저 외모적인 것 만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너도 신사답게 생각해 봐’라는 말에, ‘신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직감적으로 떠올린 신사는 베레모를 쓰고 말끔한 정장차림의 깔끔한 외모의 멋있는 남성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떠오른 신사의 이미지는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듬어진 겉모습일 뿐, 그 신사의 내면은 아무도 모르는 일종의 숨겨진 혹은 숨겨둔 내면이었다. 신사의 외면적인 모습보다는 나 만의 감정과 내면에 초점을 둔 또 다른 신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신사들에게는 신사 만의 상징이 존재하는 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타이(tie)이다. 신사들이 메는 타이는 하나의 장식적인 도구에 불과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타의(他意)는 자기 자신의 생각을 뜻하기도 하며 상대방 혹은 대중들의 생각을 의미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 자신의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작품 속에서 타의가 뜻하는 바는 타의를 멤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주관적인 자신의 모습을 감싸주며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대구대학 미술디자인대학원 박사 출신인 김민수 작가의 작품도 보인다. 그는 2011년 이태리 밀라노 돈 갤러리에서 ‘네버엔딩스토리’, 2014년 중국 베이징에서의 ‘원더우먼의 꿈’ 등 4회의 개인전을 연 바 있으며, 2003년 신조형 미술대전 전체대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김민수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아랍에미레이트대사관, 중국 베이징상상미술관, 중국문화원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개관기념으로 33인전을 연 ‘살롱 드 서리풀’ 한임경 대표는 “수많은 디자인과 문화예술이 넘쳐나 시대흐름이 예술 그 자체인 현 시대에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문화예술의 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아날로그의 감성과 영감을 회복할 수 있는 문화적 허브공간, 바쁜 일상 속에서 가볍게 찾아와 잠시 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유능한 젊은 작가들을 알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러 작품,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며 대중들의 잠재되어 있는 예술적 재능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갤러리 개관 및 전시의 의미를 설명한다. 한임경 대표는 일본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문화예술 분야의 젊은 경영자이다. 이번 전시는 4월 23일에 끝나고 5월 1일부터는 도예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임윤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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