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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의 시간이 머무는 마을 '북촌'을 걷다
글/사진 임윤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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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8  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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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북촌은 서울 600년 역사와 함께 해 온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北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진 이곳은 이름도 정겨운 가회동과 송현동, 안국동 그리고 삼청동이 있다. 사간동, 계동과 소격동 그리고 재동에는 역사의 흔적이 동네이름으로 남아 수백 년을 지켜온 곳이기도 하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 사회, 경제상의 이유로 대규모의 토지가 소규모의 택지로 분할되었으며, 지금 볼 수 있는 어깨를 맞댄 한옥은 1920년대를 전후하여 개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한옥형식의 변화는 도심으로 밀려드는 인구들로 인해 고밀도화 되어가는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다. 조선시대로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 유적과 문화재들은 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하나의 역사로 말해주고 있다.

가난한 선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남산 기슭이 남촌이라면 벼슬하던 양반들이 터를 이룬 곳이 북촌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서울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명당이다. 북촌은 백악과 응봉을 연결하는 산줄기의 남쪽 기슭에 자리잡아 북쪽으로 백악산과 삼청공원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남산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사면이 아름다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 될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도성의 중심에 놓여 있어 예로부터 권문세가들의 주거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북촌을 갈려면 대중교통의 경우 3호선 안국역에서 내리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북촌은 경관 및 역사적 가치에 따라 안내도에 ‘북촌 8경’을 표시해놓고 있다. 북촌8경은 북촌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비밀을 간직한 듯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 풍경과 한옥이 정겹기 그지없는 곳들이다. 제 1경부터 보는 게 순서이겠지만 반대로 8경부터 걸어도 상관없다. 제 1경부터 걷고자 하면 안국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되고, 8경부터 걸으려면 안국역 1번 출구로 나가는 것이 좋다. 제 1경부터 걸을 경우에는 초입에 위치한 북촌문화센터에서 북촌에 관한 전반적인 개요를 파악하고 나서 북촌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8경부터 볼 경우에는 북촌 높은 곳에서부터 북촌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어 좋다. 필자의 경우에는 제 8경부터 거꾸로 제 1경까지 걸어봤다.

안국역 1번출구로 나와 바로 우측 골목으로 들어서면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윤보선 (전)대통령 저택이 위치해 있어 도로명이 윤보선길로 표시되어 있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삼청동에 이르는 길은 아기자기한 상점과 음식점, 카페가 즐비하고 분위기가 좋아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소문난 길이다. 이 길에 늘어서 있는 상점들은 간판 모양이나 글씨 하나하나가 예쁘고 감성적이다. 덕성여고와 윤보선 전 대통력 저택을 지나면 옛 조선어학회 건물이 있던 길로 연결된다. 좌측으로 돌아 조금 큰 길로 우회전하면 북촌 정독관광안내소를 만난다. 전에는 T자형 도로 정면 건너에 위치해 있었는데 현재는 약간 우측 고갯마루로 옮겨졌다. 관광 안내소에 들러 북촌 안내도 등 필요정보를 얻은 후 뒤돌아 삼청동 쪽으로 걸으면 전 관광안내소 코너에 삼청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별다방미쓰리, 미쓰리마켓 등 재미있는 가게들을 지나면 삼청파출소에 이른다.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삼청동길이다.

산과 물, 인심이 맑고 좋아서 ‘삼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곳. 예로부터 삼청동은 궁궐 옆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궁의 꽃과 과일을 담당하던 장원서와 그림을 담당하던 도화서, 궁에 물을 대던 북정 우물터 등 궁과 관련된 중인들의 공간이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옛 것과 새 것이 나란히 존재하면서 자신 만의 특유한 멋을 자랑하는 갤러리, 박물관, 카페 등이 즐비하다. 국무총리공관 건너 높은 담벽 위로 북촌 높은 길이 올려다 보인다.

   
 

삼청동길에서 북촌 오르는 길은 ‘카페 테라스’와 ‘오가다카페’ 사이 골목길이다. 길이 좁아 자칫하면 놓치기 쉽다. 구부러진 골목길로 들어서면 곧 돌계단길을 만난다. 커다란 하나의 암반을 통째로 조각해놓은 돌계단 옆으로 아기자기한 화분이 놓인 북촌 만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좁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돌계단길은 축대를 쌓고 올라선 집들의 외벽을 따라 굽어 있고 계단에서 직접 대문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절묘하다. 아래쪽 집들은 한옥의 형태가 개조되어 있고 위쪽은 나중에 지은 벽돌집들이 들어서 있다. 이 지역은 높낮이가 매우 커서 동서방향의 계단으로는 윗길에 도달하지못한다. 계단은 동쪽 축대 아래에서 왼쪽으로 꺾여 다시 축대를 따라 이어져 비로소 삼청동 언덕 중턱의 가장 긴 길인 북촌로5나길과 만나게 된다. 이 돌계단길은 북촌명소 중 제8경에 해당한다.

북촌로5나길에 올라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북촌생활사박물관이다. 북촌은 오래 전부터 한옥보존지역으로 묶여 있었던 데다가 광, 마룻장, 다락 등이 있는 한옥 특유의 구조 덕분에 현재까지 우리 옛 생활물건들이 많이 보존될 수 있었다. 북촌생활사박물관은 사설박물관으로서, 북촌지역에서 수집한 옛 생활물건들을 전시하고 있어 유물에 얽혀 있는 도시서민들의 삶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다. 몇 백년 전부터 불과 몇 십년 전까지 대를 이어 사용돼 오다가 급격한 산업화에 밀려 사라져 버린, 조금은 촌스럽고 유치하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정겨운 북촌사람들의 손때 묻은 생활물건들을 통해 지나간 시절의 추억과 정취를 맛볼 수 있다.

북촌5나길에 서면 삼청동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좌측으로는 청와대와 안산, 우측으로는 북악산이 파노라마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북촌생활사박물관에서 우측 정독도서관 쪽으로 조금 가면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이정표를 만난다. 북촌생활문화박물관으로 바로 간 후 그곳에서부터 북촌로11길로 북촌7경, 6경, 5경 및 4경을 차례로 보는 것이 안내도의 순서로 되어 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보다도 이정표 우측골목으로 잠시 들어가 북촌전망대를 올랐다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북촌전망대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3층 개인집 사설전망대인데 3층 배란다에 올라서면 북촌 기와집 지붕들을 한 눈으로 내려다볼 수 있어 좋다. 또, 가회동 이준구 가옥 등 북촌마을 사방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북촌동양문화박물관에도 전망대가 있는 데 시야가 조금 다르다.

다시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이정표를 따라 북촌로11길로 간다. 박물관삼거리에는 맹사성집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고불 맹사성은 조선 세조 때 좌의정을 지낸 분으로 효자이면서 청백리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맹현, 맹감사현이라고도 부르며, 퇴청하면서 이곳에서 피리불기를 즐기셨다고 한다.

북촌로11길 일대는 북촌7경, 6경, 5경, 및 4경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북촌에서도 한옥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다. 골목길에 늘어선 한옥 사이로 공방과 박물관들이 공존해 있으며, 밀집된 한옥 사이로 서울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북촌7길은 동양문화박물관에서 내려와 삼거리를 만나면 바로 우측 좁은 골목을 가리키는데 찾기가 쉽지않다. 안내도를 보고 꼼꼼하게 찾아봐야 한다. 이곳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않아 특히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인 곳이다.

제6경 및 5경은 7경 옆 약간 넓은 골목으로, 6경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며 5경은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전경이다. 골목 위에서 내려다 보면 한옥 지붕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 처마 끝 사이로 보이는 서울시내 전경이 북촌산책의 백미로 손꼽힌다.

또, 5경은 밀집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적극적인 한옥지원사업으로 한옥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북촌5경에서 내려와 회화나무가 서 있는 건너 골목을 조금 올라가면 북촌4경 지대이다. 이곳은 북촌로11길 일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으로, 수많은 기와지붕과 함께 북촌 꼭대기 이준구 가옥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준구 가옥은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개화기 상류계층의 양옥으로 북촌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개성 송악의 화강암과 프랑스 기와를 사용하여 북촌 한옥과는 대조되는 건물이다.

북촌8경 코스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자칫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북촌 탐방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백인제 가옥이다. 북촌로 큰 길로 나와 돈미약국에서 안국역 쪽으로 약 100m 정도 내려가면 가회동주민센터가 보이고 북촌박물관 간판이 보이는데 그 사잇길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백인제가옥에 이른다.

백인제 가옥은 고종 11년(1913년)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에 의해 건립되었다. 주변가옥 12채를 사들여 마련한 907평의 큰 대지에 압록강 흑송을 자재로 이용하여 건축하였다고 한다. 사랑채와 안채가 확연히 분리되는 전통한옥과 달리 안채와 사랑채가 복도로 연결되어 있으며 당시의 한옥에서는 그 예가 거의 없는 2층 공간도 지었다. 사랑채 뒤쪽으로 난 아름다운 오솔길을 오르면 휴식공간인 별당채에 이른다. 본 가옥의 마지막 소유주로서 1944년부터 거주하였던 외과의사 백인제 박사의 이름을 따서 문화재 명칭이 부여되었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22호로 등록되었다.

다시 돈미약국 쪽으로 올라간 후 길을 건너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 골목은 북촌로12길로 동림매듭공방, 한옥협동조합, 북촌전통공예체험관, 금박공방 금박연, 한상수자수공방 등이 있으며 이 골목이 북촌3경에 해당한다. 북촌로12길 일대는 한옥의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 개방한옥이 많으며, 근처공방에서는 한옥체험과 함께 각종 공예품과 민속자료, 복식유물 등의 감상과 매듭, 염색 등의 전통체험이 가능하다.

북촌로12길을 지나 중앙고교 앞 계동길로 접어든다. 중앙고에서 현대사옥에 이르는 계동길에는 오래된 목욕탕과 이발소, 문방구 등을 볼 수 있으며, 상점 옆에 공방들이 오밀조밀하게 작은 군집을 이루며 들어서 있다. 계동길 안쪽의 작은 골목에도 많은 한옥이 남아 있다.

이중 특히 중앙탕은 1969년에 문을 연 상용 목욕탕으로 1968년까지 중앙고 운동부의 샤워실로 사용됐었다. 지금은 Gentle Monster의 쇼룸으로 사용되고 있다. 쇼룸은 기존의 목욕탕 시설을 이용하여 멋진 예술공간으로 개조해 놨다.

계동길에는 많은 역사적 장소도 숨어 있다. 일제 치하 당시 중앙고보 교사로 재직하던 송진우, 현상윤 선생 등은 중앙고보 숙직실에서 3.1운동을 위한 준비모임을 갖고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만해 한용운이 1918년 9월 월간지 유심을 창간했던 유심사터, 중앙고보의 주인이자 동아일보와 고려대를 세운 인촌 김성수 부자가 살았던 저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김성수 옛집도 있다.

중앙고 정문에서 창덕궁길을 넘어가면 고희동 가옥, 백홍범 가옥, 궁중음식연구원 등을 만날 수 있으며 빨래터도 볼 수 있다. 고희동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서, 선생이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18년에 직접 설계해서 지은 목조가옥이다. 선생이 41년간 거주했던 집이다. 또, 궁중음식연구원은 1971년 설립되어 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연구하고 전수하는 기관이다. 창덕궁 돌담길을 끝머리에는 원서동 빨래터가 있다. 궁내의 물이 궁궐담장을 통해 바깥으로 흐르는 곳에 빨래터를 마련, 궁궐의 궁인 뿐 만 아니라 일반백성들도 다 함께 이용해왔다고 한다. 이곳 일대가 북촌2경에 해당한다.

다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재동초교로 넘어가는 창덕궁1길을 오른다. 북촌길 언덕에서 북촌문화센터로 이어지는 이 길은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 전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북촌1경에 해당한다. 언덕 마루에는 여운형 집터도 있다고 하는 데 이정표가 없어 찾기가 쉽지않다.

북촌8경 마지막 코스로 계동길에 위치한 북촌문화센터를 방문한다. 조선 말기 세도가였던 ‘민재무관댁’ 부지에 세워진 북촌문화센터는 ‘계동마님집’으로도 잘 알려진 곳으로서 서울시가 매입하여 외관보수를 마치고 2002년 개관하였다. 이곳에서는 북촌주민들이 한옥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북촌의 역사와 가치를 홍보하는 홍보전시관, 한옥수선 관련 정보제공 및 상담을 하는 한옥 개보수 상담실, 주민사랑방 등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북촌은 총 1,233동의 한옥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455동의 한옥이 등록되었고, 서울시는 나머지 한옥에 대해서도 계속 개보수 지원을 해오고 있다. 한옥 보존관리가 체계적,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방문객들에게 600년의 시간여행이 더욱 깊이를 더하고 역사적 가치가 오래오래 이어져 나갈 수 있기를 빈다.

글/사진 임윤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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