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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충원 장편소설 『윤비』올해 개봉 예정 영화 『덕혜옹주』로 주목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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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4  13: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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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 ‘윤비(尹妃) 마마’라고도 불린 순정효황후(純貞孝皇后)는 망국의 비운을 지켜보며 불문(佛門)에 귀의한 후 일생을 수행자처럼 살았다. 올해는 1966년 2월 3일 향년 73세를 일기로 별세한 순정효황후가 서거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발표한 서충원 소설가의 장편소설 『윤비』(청어)는 2016년 개봉 예정작인 영화 『덕혜옹주』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조선의 마지막 황실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빼앗긴 역사와 함께 저물어 간 고결한 그녀의 숨결을 고스란히 되살린 걸작이다.

망국의 한을 품고 살아가야 했던 비운의 왕 순종과 그의 가장 가까이에서 아픔을 달래주던 윤비는 일제의 압박과 위협 속에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견뎌낸다.

덕혜옹주를 친딸처럼 아끼고, 신분을 버린 채 가수가 된 이석을 키운 비운의 마지막 황후인 윤비를 중심으로 당시의 처절했던 시대상과 한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책은 격변의 시대상과 비참했던 왕가의 운명을 절묘하게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슬픔의 공명과 함께 감동을 전해 준다.

 

올해 상영 예정인 ‘덕혜옹주’ 키운 황후 이야기

특히 곧 상영될 영화 『덕혜옹주』를 통해 재해석될 조선의 마지막을, 장편소설 『윤비』를 통해 먼저 만나봄으로써 보다 깊이 있는 역사적 해석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만날 윤비는 단지 조선의 마지막 황후로만 기억될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이자 미래의 기반으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민족의 어머니로 각인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는 작가의 말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윤비는 낙선재에 살았어야 했다. 하지만 왕비는 궁궐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궁궐의 법도를 깼다. 스스로가 아닌 타의에 의해 돛대도 없이 떠다니는 몸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 회한이 한으로 남아 평생을 굴욕과 비운 속에서 햇빛 한번 제대로 볼 수 없었음을 그 누가 알까.”

서충원 소설가는 “나는 소설을 쓰기 전에 유릉에 잠들어 있는 윤비의 무덤을 찾아가 그 앞에 고개를 숙여 당신의 삶을 그려보겠다고 다짐을 했다”며 “하지만 그때만 해도 솔직히 소설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세상에는 윤비를 직접 만나본 사람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작가에게 도움이 된 책이 있었다. 평생 동안 윤비를 곁에서 모셨던 김명길 상궁이 쓴 『낙선재 주변』, 김용숙의 『조선조 궁중풍속 연구』, 춘원 이광수의 『민족개조론』과 구한말의 실생활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나: 소년편』, 김을한의 『인간 이은』 등이 이 소설의 자양분이 된 셈이다.

   
 

조선 말기 비운의 왕조를 사실적으로 다룬 역사소설

올 들어 58세인 서 작가는 “내가 어렸을 적 윤비는 분명 살아 있었다. 역사의 측면에서 본다면 50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만은, 그렇다고 길다고도 말할 수 없다”며 “세월이 흐르니 달라져 보이는 게 있는가 보다. 내가 바라보는 역사관도 그랬다.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에서, 역사는 어느 날 문득 반가운 손님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충원 작가는 애초에 이 소설을 쓸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저 역사에 관한 책들을 읽어 가면 그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욕심을 내게 되었고, 누구를 써볼까 고심을 하지 않았다는 것.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윤비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 작가는 “그야말로 자연스런 귀결이었다. 이처럼 문학은 운명이 아니고서는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의 젊은 시절 내 영혼을 뒤흔든 전혜린도 그랬고, 그 이후 친일을 빼고는 버릴 게 없는 춘원 이광수도 내 마음 한편에 자리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 19일 저녁 여의도의 한 중국식당에서 서충원 작가의 출판을 기념하는 모임이 조촐하게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동기인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 이나미·이용원 소설가, 지호원 극작가, 이윤우 시인, 이경화 교수 등 대학 동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용원 소설가는 “어려운 작업 환경에서 이 정도의 장편소설을 쓴다는 자체가 굉장히 놀랍다.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써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내놓아 오랫동안 만나온 동료작가로 뿌듯하다”며 주인공 작가의 직업을 거론했다.

   
 

소설보다 먹고살기 위해 커튼 가게 운영도

실제로 서충원 작가의 직업은 소설가라기보다 여의도에서 ‘루비카텐’이라는 커튼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먹고살기 위해 글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처자식을 먹여 살렸다. 30년 넘도록 수많은 경쟁업체를 이기고 유일하게 여의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서충원 작가는 “커튼 일을 하기 싫은데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다”며 “내가 가정주부를 만나고 여자를 대하는, 남의 집에 찾아가는 직업을 이렇게 오래 할 줄 꿈에도 몰랐다. 또한 내가 역사소설을 쓸 줄도 몰랐다. 삶이 이런 것 같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어느 날 안개가 낀 날인데, 느낌이 너무 좋아 가슴에서 파도가 막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오늘 10시간만 쓰면 나를 초월하는 글이 나올 듯했다”며 “가게에서 40분 정도 글을 쓰는데 견적 요청 전화가 왔다. 늦게 가면 손님을 놓치므로 어쩔 수 없이 다녀왔다. 다시 마음먹고 쓰는데 그날따라 서너 번의 견적이 뒤따랐다. 결국 돈이 문제가 아니라 좋은 글을 놓친 게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축사에서 “너무 늦게 문학을 시작하면서 나도 노력했지만 밑바탕은 동문 여러분이다. 다른 학교나 독학을 했다면 이렇게 절대 못 했을 것”이라며 “소설 보는 식견이 넓은 박관식·이용원 작가의 조언과 지적이 큰 힘이 됐다. 이나미 작가가 뭐가 힘드냐고 제게 여쭤봤는데, 문학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끝으로 “김구가 대통령이 됐다면 이승만처럼 윤비를 산 속으로 안 보냈을 것이다. 역사 공부가 그리 재미있고 좋은 줄 미처 몰랐다”며 “이승만보다, 김구보다 안창호가 10배 더 좋다. 춘원 이광수와 안창호에 빠져 공부하다 보니 4년이나 걸렸다”고 전했다.

서충원 소설가는 1958년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문학 21』에 단편소설 「잿빛나비」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스물넷에 만난 전혜린』, 장편소설 『사랑이 아닌 것은 아름답다』, 동화집 『두고 온 방긋이』가 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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