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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 박권수 10주기 추모전에 관심 집중“이제야 그의 미학세계를 진정으로 보게 됐다”
글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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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3  1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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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박권수(1950~2005)를 추모하는 전시가 그의 10주기를 맞아 서울 인사동 골목의 아라아트센터에서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열렸다.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박권수 화백은 “유년시절 옛 동산과 한국 소나무의 형상을 배경으로 고뇌하고 소외된 인간상을 사회성이 가미된 자신의 독특한 미의식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1982년 서울 미술회관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이후 미국 뉴욕, 스페인 마드리드 등을 비롯해 31차례의 개인전을 열 만큼 치열하게 작업했다. 미국, 프랑스, 일본에 미술 한류를 전한 그는 1990년 소련 모스크바에서 한국 화가로는 처음 전시를 가졌다.

박권수를 그리는 추모전은 2013년 ‘목숨보다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열린 데 이어 2014년 10월에도 이어졌다. 또 지난해 10월말부터 11월초까지 서천문화원에서 개최됐다.

추모전에는 다양한 문화예술인 110여명으로 구성돼 2013년 창립총회를 한 ‘박권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하 박그사)이 함께했다.

‘박그사’의 공동대표인 소설가 박인식, 개그맨 전유성, 영화배우 최민식은 「내일 더 빛날」이라는 제목의 도록에서 “우리는 여태 한정된 시간 속에서 파편으로만 박권수를 보아 왔다. 이제야 그의 미학세계를 진정으로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다.

도예가로 활동하는 부인 황예숙 씨는 “자신의 목숨보다 그림을 더 사랑한 남편의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초기 작품과 소품을 비롯해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25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 주제는 작가의 모든 것을 선보인다는 의미로 ‘올 댓(All That)’이라고 붙였다. 그동안 유작 일부를 전시한 적이 있지만 초기작부터 숨지기 직전까지 그린 모든 작품을 전시장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한꺼번에 펼쳐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소외된 인간의 고뇌 주제

2005년 병으로 생을 마감한 박권수의 초기 작품은 ‘소외된 인간의 고뇌’를 주제로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의 자화상을 그렸다. 90년대부터는 소나무와 옛 동산을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꾀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 후 작품이 한결 밝고 따스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소나무를 붉게 그리고 자화상을 집어넣은 「Something After」 등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나의 유년의 동산에는 어떤 알지 못할 한 자루의 비수가 감춰져 있었다. 온 종일 그 비수를 찾다가 돌아와 누우면 바로 그 비수가 유성 되어 하늘을 그었다. 하늘을 그어 내리는 비수, 그 비수는 아직도 나의 잠속에 찾아와 나의 가슴을 겨냥하기도 한다. 어디일까? 나를 단념치 못하게 하는 그 비수의 행방은?”

이는 박권수의 작가 노트에 남아 있는 그의 유년 시절을 그린 글이다.

실제로 처음 아무 것도 모른 채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바로 이런 특이한 난제에 부딪친다. 그러나 앞의 느낌을 인지하고 난 후 천천히 다시 한 번 음미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환희를 맛본다.

박인식 소설가는 도록에서 “저 세상 가서도 그리겠다. 그림 없으면 다시 오자, 하던 박권수 화백이 떠난 지 10년이 지났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못다 그린 한을 저 세상에서 풀기 바쁠 터이다”며 “남겨진 가족들과 유작전을 준비하면서 그 비수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고인의 사진 한 장은 ‘Super Moon 그날’이라는 내 시를 떠올렸다”고 술회했다.

미친 사랑이 샛노란 달을 토했다. / Super Moon 뜬 그날 / 나는 한 마리 표범으로 변신하여 / 인간세상에서 추방되었다 / 美치도록 竹도록 사랑을 물어뜯은 죄값이었다. // 다시 Super Moon이 뜬다는 2033년 그 날, / 나는 어떤 짐승의 목울대로 그대 목숨을 울부짖을까 / 노란 늑대? / 고흐 같은 노란 인간? // 달이라는 몽환의 오븐 속에서 / 노랗게 노랗게 구워지는 목숨들 / 神도 어쩌지 못하는 그 우연의 반죽덩어리들

이어 박 소설가는 “이 작품은 금지된 사랑을 놓지 않은 벌로 보름달 뜨는 날 늑대로 변신하게 되는 ‘나자리노 설화’에서 얻은 시다. 박 화백의 네온 빛은 인간을 늑대로 바꿔놓은 설화시대의 보름달 빛처럼 불가사의한 빛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며 “그가 찾던 비수는 바로 이 몽환적인 ‘시간의 문’을 여는 네온 광자(光子)였다. 그는 죽지 않았다. 그 비수로 ‘시간의 문’을 열고 미학적 망명을 떠났을 뿐이다. 그리움은 그림이어서 그 많은 그림과 그리움만 남겨놓고서”라고 적었다.

▲ 부조리 세계에 ‘갇혀져 있는’ 군상 그려

박권수 화가는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줄곧 특이한 인간상만 그려왔다. 왜 그가 그처럼 집요하게 인간만 그려왔을까? 이는 화가 자신이 고백한 대로, 그의 절실한 인간적 체험이 깔려 있는, 그것은 곧 혈육의 죽음에 대한 체험이다.

어렸을 때 맞은 ‘그 죽음의 동경은 나의 마음속에 선명히 찍어 놓은 낙관(落款)처럼 지워 버릴 수 없는 것’으로 화가에게 남아 있다. 결국 여기에서 인간에 대한 그의 유다른 시각이 태어난 셈이다.

박권수 화가가 그려낸 인간상은 소외된 인간군상이다. 그것은 탈인간적 상황의 군상으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 놓여 있다. 알베르 까뮈가 말한 ‘인간의 부르짖음과 그 부르짖음에 대한 외부 세계의 절대적 침묵’이라는 부조리의 세계에 갇혀져 있다.

관객들이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화면 속 인물들이 박권수 자신의 얼굴을 담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기실 그는 자기 자신을 모델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의 회화 자체가 자서전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회화는 어떤 한 개인의 ‘자화상’을 뛰어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그의 자화상 너머 현대인의 인간 조건, 바로 그것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글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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