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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도자그림 전시회… 대근육의 힘으로 그려낸 초상이안욱 도예작가
박관식 기자  |  bksl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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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1  13: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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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인들의 색다른 예술 활동이 공중파방송 등 각종 언론에 소개되면서 비장애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정상인들의 정신적인 장애 공황 탓이나 착시현상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자신이 비장애인인데도 어딘가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혼돈스러움이 내재된 탓이리라.

솔직히 정상인들도 어떨 때는 이대로 미쳐 버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울 때도 있기는 하다. 미쳐야 미치는데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지적장애가 아닐까?

 대근육의 힘으로 그린 그림, 정상인 소근육 떨게 해

 최근 소위 잘 나가는 미술학도들이 우글거리는 홍대 앞 골목 미술 갤러리에서 특이한 전시회가 열려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5일부터 9일까지 이안욱(李岸旭‧27) 작가의 도자그림 전시회가 세덱 아트갤러리에서 진행돼 많은 이들이 찾았다.

현재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분원 촉탁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안욱 작가의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2년 파주출판도시 문발리 헌책방골목 개관을 기념한 화분전을 열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바 있다.

중증장애인인 이 작가는 ‘안욱(岸旭)’이란 이름대로 ‘언덕에 돋는 아침 해’처럼 소근육이 더디게 발달한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이들의 공통적인 신체 특징이다. 이 작가는 다운증후군과 항문폐쇄증을 앓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장애등급 재심사에서 최고등급인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근육의 힘으로 그림을 그려 비장애인들의 소근육을 덜덜 떨게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접시·타일·컵 등 도자에 그린 40여 점을 선보였다. 도자 타일(10×10㎝) 하나에 그가 그림을 완성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힘든 작업이다. 초벌 도자에 그린 그림들을 구운 것이다. 모티브는 주로 괴기영화나 공포영화의 몬스터들이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작가 본인과 비슷하다. 인물들은 머리와 몸만 있을 뿐 목이 없다. 어찌 보면 죽은 목숨이다. 게다가 간신히 붙은 손과 발에는 가락마저 없다. 그 대신 몸은 자신처럼 풍만하다. 작은 발로 서 있는 인물들에게 생동감을 지피는 것은 몸만큼 큰 얼굴 속 표정이다. 이들 느낌을 좌우하는 힘은 눈·코·입의 모양과 간격, 색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던지는 물을 수 없는 물음표

이안욱 씨가 도예가의 꿈을 키운 것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6년 일본 세토시에서 열린 국제 나무 오르기 행사에 참여하면서부터. 세토시는 경기도 이천과 자매결연한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다. 이 씨는 이곳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도자인형을 선물받았다.

그러나 도예고등학교로의 진학은 쉽지 않았다. 학교와 교육청의 입장이 부정적이었기 때문. 전국 단위의 특성화학교인 도예고는 이 씨의 부모에게 특수학급이 딸린 지역의 실업고로 진학하라고 권유했다. 결국 국가인권원위원회에 탄원서를 내는 등 어렵사리 입학했다.

이 씨는 도예고 3년간 적응하지 못했다. 그의 부모도 아들의 취향과 능력의 범위에서 자유롭게 도예 작업을 하도록 기다렸다. 어머니 길일행 씨는 도예고 3학년 때 졸업작품전시회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인근의 김대훈 현대도예가에게 아들을 부탁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이 씨를 매주 2회 지도했다. 그는 딱히 가르치기보다 이 씨가 도예 작업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길 기다렸다. 호기심이 많은 이 씨는 김 도예가의 창작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김대훈 현대도예가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안욱이가 이 세상과 소통했던 작은 몸짓들이다. 뭐라고 작품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느낄 수는 있다. 정성을 다해 그린 그의 떨리는 선 하나에서 나는 꾸미지 않은 어떤 마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프랑스 예술가 장 뒤퓌페가 정신 장애인들의 그림에서 창안한 ‘아르 브리트(Art Brut)’를 거론하며 “이 ‘날 것의 예술’이 현대미술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 아래 해마다 뉴욕에서 성황리에 ‘아웃사이더 아트 페어’가 열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성란 소설가는 “그림 속 인물들을 들여다보는 사이 우리의 마음이 한없이 노글노글해진다. 우리가 우리의 기준으로 안욱을 흘낏거리는 사이, 안욱은 안욱의 시선으로 우리들을 봐왔을 것이다”며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이 안욱이의 표정과 가장 근접했을 때 놀랍게도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소근육에 대항해, 대근육의 힘으로 밀어붙인 그림들인 탓이다”고 말했다.

전시회 현장을 다녀간 이제하 소설가는 페이스북에 “바깥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증세를 오래 앓아오던 아이의 그림에서 교향악이 터져 나왔다. 트라우마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괴물들이 음악으로 바뀐 것이다. 색감은 세련되고 구도는 빈틈새가 없다”며 “그러고 보니 언젠가 가평 작업실에 놀러왔을 때 없어진 영화포스터 한 장을 두고 아이가 전전긍긍해 하던 일이 또 떠오른다. 한 달 강사료를 털어 손바닥 만한 작은 그림 한 점을 지니는 일의 이 환희…ㅎ”라고 감탄사를 남겼다.

 

 

 

박관식 기자  bksl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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