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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섬 자월도안개 속 꿈길을 걷다
글,사진/임윤식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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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8  13: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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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안여객터미널 구내가 혼잡하기 그지없다. 해무로 대부분의 여객선이 뜨지못하고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섬 사람들은 해무가 풍랑보다 더 무섭다고 얘기한다. 먼 거리의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등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지만 가까운 섬까지 안개로 배가 못뜬다니 안개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자월도는 인천항에서 카훼리호로 1시간 20분(레인보우호는 50분) 쯤 걸리는 가까운 연안인데도 안개로 대기 중이다. 8시 출항 표를 사놓고 아무 기약없이 무작정 1시간 쯤 기다렸을까? 9시 20분경 자월도 행 여객선이 출항 예정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자월도 행 여객선은 대부고속카훼리5호. 여객 320명 및 차량 수십대를 실을 수 있는 제법 큰 배다. 인천 앞바다에서 늘 지나는 항로인 인천대교 밑을 통과한다. 안개 속 인천대교가 마치 은하철도처럼 아스라이 떠 있다. 인천대교-무의도를 지나면 제일 먼저 기착하는 섬이 자월도다. 이 배는 계속 소이작도-대이작도-승봉도로 간다.

   
 
자월도란 ‘검붉은 달’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남양부 소속의 한 호방(재무담당 관리)이 조세징수차 이 섬을 찾았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했으나 거센 바람이 수일간을 불어 돌아가지 못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남양쪽을 바라보니 검붉은 달 만이 희미하게 보여 검붉은 자(紫)와 달월(月)자를 써 ‘자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10시 45분경 자월도 달바위선착장에 도착. 저녁노을펜션에서 나온 트럭을 타고 숙소로 향한다. 장골해수욕장-큰말해수욕장을 지나 자월3리 고갯길을 20분 가까이 달리자 숲속 해안가에 ‘진모래타운’이라고 씌여진 펜션타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저녁노을펜션, 아름다운 경관 속에 잠기다

숙소에 짐을 풀고 주위를 둘러본다. 자월3리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저녁노을펜션, 진모래해변펜션, 노블레스펜션, 풍경펜션 등이 함께 단지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펜션마을이다. 필자가 머물 ‘저녁노을펜션’(대표 김영덕 010-9098-9998)은 자월도 서북방 제일 끝에 위치한 한적한 펜션이다. 진모래해안, 마바위해안, 먹퉁도 등이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주위에 갯바위낚시명소들이 많아 특히 낚싯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마치 지중해 어느 외딴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섬여행이라 해도 요즘은 여행객들이 많이 오가다 보니 도시화된 곳도 많고 사람들로 북적거려 시끄러운 곳이 많다. 그런데 이곳은 낚싯꾼들이나 쉬러오는 사람들 만 찾아오는 곳이어서인지 주위가 쥐죽은 듯 조용하다. 잠시나마 세상사 잊고 조용히 쉬고싶은 사람에게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섬을 도는 공영버스도 여기까지는 오지않는다. 심지어 그 흔한 슈퍼조차도 없다.

자월3리 마을까지는 걸어서 20-30분은 가야 한다. 스스로 차를 가져오거나 펜션 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펜션에서 선착장까지 무료로 펜션트럭이 오고간다. 트럭이기는 하지만 뒤 짐칸에 승객을 위한 좌석이 만들어져 있어 봉고차를 타는 기분이다. 펜션이기 때문에 먹을거리는 직접 가져와야 한다.

펜션이 꽤 넓다. 족구장도 있고 야외수영장도 보인다. 방 앞 목제데크 베란다는 탁자와 캐노피시설이 되어 있어 야외에서 식사를 하거나 쉴 수도 있고, 우천시 바비큐도 즐길 수 있다. 마당에는 진모래해안과 먹퉁도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들어져 있다. 펜션에서 바로 해안산책코스와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어 트레킹을 즐기는 등산객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홀로 떠나온 여행. 한적한 곳에서 오랜만에 혼자 만의 조용한 힐링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가족의 섬 즐기기

선착장에서 펜션까지 오는 차에는 젊은 부부 가족이 함께 타고 왔다. 펜션에 도착해보니 바로 필자 숙소 옆 룸이다. 숙소에 짐을 푼 후 그들은 곧 익숙한 솜씨로 통발, 원투낚시, 갱이줍기 등 바다체험 준비를 한다. 호기심이 생겨 인사를 나눈 후 이것 저것 물어본다.

본인 이름이 이영춘이라고 밝힌 젊은 남자는 가족과 함께 이런 형식의 낚시여행을 자주 오는 분인 것 같다. 저녁노을펜션 단골손님이란다.

   
 
먼저 통발을 이용한 고기잡이 방법을 설명해 준다. 누에고치 모양의 그물통 속에 미끼를 넣고 물이 빠졌을 때 바위 해안에 걸어두면 물이 들어왔을 때 물고기들이 미끼를 보고 통발 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못하고 잡힌다. 미끼는 생오징어를 잘라서 쓴다.

물이 들어오기 전에 통발과 원투낚시를 설치하러 간다고 한다. 필자도 양해를 얻어 따라 나서보기로 했다.

원투(遠投)낚시는 이름 그대로 낚시줄을 멀리 바닷물 속으로 던진 후 물고기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영춘 씨가 원투낚시를 설치하는 동안 부인과 아들은 바위해안에서 갱이줍기에 바쁘다. 갱이는 작은 소라 모양인데 고동과는 다른 종류인 것 같다. 바위에 붙어 있는 것을 줍는다. 바위해안에서는 굴껍질 등이 날카롭기 때문에 면장갑은 필수다. 장갑을 끼지않고 바위해안을 걷거나 갱이를 줍다가 잘못하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원투낚시를 설치한 후 이영춘 씨는 바위해안으로 가서 통발을 설치한다. 로프를 단단히 묶어 유실되지않도록 한다. 저녁 때 물이 빠지면 회수하거나 다음 날 아침 회수하기도 한다.

진모래 해안에서는 소위 ‘후리질’ 이라고 부르는 그물체험도 할 수 있다. 해안이 완만하고 평평한 모래해변이기 때문에 후리그물질에 적당한 곳이다. 밤에 바닷 쪽으로부터 그물 양쪽을 잡고 해안가로 끌어오면서 물고기를 몰아잡는 방식이다.

또, 갯벌이 잘 발달된 마바위 해안에서는 낙지잡기도 할 수 있다. 밤에 물이 어느 정도 빠졌을 때 플래쉬를 바닷물에 비치면 낙지가 도망가지않고 가만히 있어 그냥 잡으면 된다. 낮에도 물이 빠지면 뻘에서 낙지숨구멍을 찾아 삽으로 낙지를 캐거나, 바지락, 고동, 소라 등도 잡을 수 있다. 갯벌이 질퍽하기 때문에 장화를 신어야 하며 이곳 역시 바위에 붙은 굴껍질 등이 날카롭기 때문에 면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

진모래해안 주변은 갯바위낚시 포인트도 많아 갯바위낚싯꾼들이 즐겨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등대가 있는 먹퉁도는 갯바위낚시포인트로 유명하다. 우럭, 광어 등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바위해안 및 산길 산책로 트레킹

이영춘 씨 가족의 ‘섬놀이’를 함께 한 후 필자는 혼자서 진모래 해안 트레킹을 나섰다. 진모래해안은 조그만 해안이지만 모래사장이 완만하고 아담하다. 또한 바로 앞에 먹퉁도가 위치하여 경관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다. 모래사장 좌우로 바위해안과 갯바위가 있어 낚시하기에도 안성마춤이다.

   
 
진모래해안 좌측 코너를 돌면 바로 기암괴석이 즐비한 바위해안이 이어진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거대한 암벽도 나타나고, 바위 위에 실핏줄이 박힌 암석도 눈에 띈다. 또, 파도를 막아서듯 병풍을 친 바위도 만난다. 곧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사모바위, 송곳바위도 보이고, 바다를 향해 포를 쏘는 듯한 대포모양의 바위도 눈에 들어온다. 우뚝 치솟았다가 다시 깊은 계곡을 만들기도 하고,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기도 한다. 부드러운 산세와 완만한 해안선 뒤안길에 이런 절벽해안이 있다니 놀랍기도 하다.

20여 분 바위해안을 걷다 보면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낚싯꾼들도 만난다. 해안트레킹은 이 정도로 하고 다시 육로로 오른다. 갯바위낚싯터 옆 해안에 좌측 비탈길로 오르는 오솔길이 나 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않은 숲길을 탄다. 찔레꽃, 둥글레, 줄딸기 등이 지천이다. 혹시 뱀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펜션 사장의 말이 생각나서 조심스럽게 풀섶을 헤치며 오른다. 약 10분 쯤 비탈길을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타고 좌측으로 15분 쯤 계속 걸으면 펜션타운에 이르고 약 1시간 가까이의 해안트레킹이 마무리된다.

숙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오후 2시경 다시 산길 트레킹에 나선다. 이제부터 걸을 코스는 진모래펜션타운-산책로안내판 좌측길-마바위이정표-약수터-가늠골사거리-우측 등산로-통신탑-헬기장- 산책로 안내판-펜션타운 원점회귀 코스이다. 약 5km 내외 거리. 쉬엄쉬엄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펜션타운에서 8분 정도 걸으면 산책로 안내판을 만난다. 우측은 자월3리마을로 넘어가는 차도, 좌측은 산허릿길을 도는 산책코스이다. 좌측 산책코스로 들어선다.

산책로 들머리에서 10분 쯤 걸으면 마바위입구 안내판을 만나고 다시 50분 쯤 가면 약수터에 이른다. 산 허릿길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S자 모양의 곡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좌측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우측은 울창한 숲비탈이다.

3시 반 경 가늠골 사거리 도착. 직진하면 국사봉가는 길, 우측은 큰말해수욕장 방향(2km), 좌측은 가늠골 방향이다. 우측 등산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산 능선숲길을 계속 걷는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가늠골사거리에서 15분 쯤 오르면 통신탑을 만나고, 다시 35분 정도 더 가면 헬기장도 만난다. 헬기장에서 15분 쯤 더 걸으면 산책로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등산코스 내내 다양한 꽃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줄딸기, 둥글레, 애기똥풀, 찔레꽃, 각시붓꽃, 반디지치, 분꽃, 이름도 이상한 자주괴불주머니 등 길 좌우가 온통 야생화 꽃밭이다. 이 이외에도 이름모를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이런 산행길에서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전혀 의미가 없다. 꽃도 보고 숲에 빠지기도 하고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다 보면 시간을 잃어버린다. 야생화를 즐기는 것 만으로도 산행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바위해안과 목섬

다음날 아침, 마바위해안을 내려가 본다. 안개가 자욱하여 바다가 거의 보이지않을 정도이다.

옆방 사람들이 낙지잡으러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선다. 장화를 신고 삽과 면장갑을 챙긴다.

풍경펜션 비탈길로 내려가면 바로 마바위해안에 이른다. 말 모양의 바위여서 마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갯벌이 푹푹 빠진다. 낙지를 잡기 위해 나온 동네 어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마바위에는 이름 모를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다. 분명 갈매기는 아닌 듯 한데 바닷가에 왠 새가 있는지 의아하다. 마바위 암벽을 올라가 본다. 제법 가파르다. 바위 틈에는 해국이 싱싱한 자태로 방문객을 반긴다.

아침식사 후 펜션 사장에게 부탁하여 차로 어릿골에 위치한 목섬을 찾아간다. 목섬은 아주 조그만 바위섬인데 구름다리가 유명하다. 어릿골 정류장에서 정자각을 넘으면 발 아래 목섬이 보인다. 오늘은 안개가 너무 심해 다리 건너 섬이 잘 보이지않는다. 안개 속 다리가 참으로 몽환적이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 해변에서 올려다 보면 구름다리가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콰이강의 다리’ 같다. 오늘은 계속 안개 속 ‘꿈길’을 걷는 기분이다.

   
 
안개 속 국사봉을 오르다

자월도의 최고봉인 국사봉은 해발 166m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능선숲길이 아름다워 트레킹 코스로 좋다. 산 정상에는 옛날에 제사를 지냈던 돌제단과 신호수단인 봉화대가 있다. 국사봉 정상의 정자에 올라서면 사방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목섬을 둘러본 후 어릿길에서 달바위선착장으로 가는 언덕길을 넘으면 동촌 중간에 우측으로 국사봉 오르는 산행들머리가 보인다. 이곳에서 국사봉까지는 1.5km 거리. 울창한 소나무숲 능선을 계속 따라간다.

국사봉등산로 역시 야생화가 지천이다. 숲길 좌우가 온통 꽃밭이라 지루할 겨를이 없다.

등산로가 완만해서 어렵지도 않다. 초입에서 조금 만 오르면 거의 평지 수준이다. 들머리에서 20분 쯤 걸으면 삼거리를 만나고 다시 10여 분 더 가면 봉화대 터를 만난다.

봉화대터에서 10분 쯤 가면 드디어 국사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정자와 함께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정자 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장골해안과 독바위섬이 그림같이 내려다 보인다. 해무가 심해 반대쪽은 보이지않는다. 앞 산봉우리가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다.

정상에서 500m 내려가면 임도 삼거리를 만나고, 그곳에서 직진으로 500m 더 가면 면사무소가 위치한 큰말해안에 이른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정도. 부담없는 산행길이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코스에 가깝다.

큰말해안에 내려와 좌측으로 조금 만 걸으면 장골해안이다. 장골해안은 선착장에서 1km 남쪽해안에 자리잡은 자연해변으로 길이 1km, 폭 400m의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다. 완만한 경사의 백사장과 함께 소공원이 조성돼 있어 야영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장골해안 우측에는 특히 ‘독바위’라고 부르는 조그만 섬이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독바위섬은 만조시에는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개인 소유로 최근에는 독바위 정상에 카페 건물을 신축 중이다.

자월도 나홀로여행을 마치고 오후 6시 배로 다시 육지로 돌아간다. 1박2일의 여정이 아련하다. 이틀 내내 거의 안개 속을 거닐었다. 자월도는 앞으로도 그렇게 몽환적인 섬, 꿈길같은 섬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글,사진/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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