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약 50분 거리에 위치한 자월도, 이 섬에는 큰말해변, 장골해변, 독바위섬, 목섬, 먹퉁도, 국사봉 등산, 곳곳에 즐비한 낚시터 등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지만 10남매 다둥이 가족이 사는 섬으로도 유명하다.

40-50년대에는 사실 5-10남매 정도의 다둥이 가족은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었지만 요즘에는 5남매 이상 만 돼도 큰 이야기거리이자 나라 전체가 축하할 정도의 경사가 되었다.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아이갖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출산율 최하 수준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아이 많이 갖는 부부야 말로 애국자라 아니할 수 없다.

인천 앞바다 작은 섬 자월도에서 열번째 아이가 태어난 건 2년 전. 지난 2013년 6월 11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도 자월 3리 남편 강인모 씨(50)와 부인 신전희 씨(43) 부부 사이에 열번째 딸 아이가 태어났다.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강씨 부부는 3남6녀를 두고 있었으며, 열번째에는 딸을 출산해 ‘7공주’됐다.

강씨 부부는 큰 딸 강연화(19,대학 1년)를 비롯해 둘째 연지(18,고교 2년), 셋째 연미(16,중3년), 넷째 연주(14,중1년)까지 딸을 줄지어 출산했다. 그리고 다섯째 현룡(12), 여섯째 연희(10·여), 일곱째 동숙(9·여), 여덟째 현엽(7), 아홉째 현준(5)이 차례로 태어났다. 열 번째 태어난 딸 아이 이름은 강연정이다. 거의 2년 간격으로 아이들이 태어난 셈이다. 10남매라고 해서 너무 놀랄 일은 아니다. 건강한 부부로서 산아제한을 하지않는다면 정상적인 주기의 출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주말을 이용, 취재 겸 자월도 섬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다둥이 가족에 대해 알게 됐다. 자월 3리 소재 ‘노을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덕 씨가 강씨 부부를 소개해줬다. 필자의 신분을 밝히고 취재하고싶다고 하자 처음에는 정중히 사양했다. 그동안 여러 방송언론매체에 소개되었으나 이로 인해 아이들 교육에도 어려움이 생기는 등 득보다는 실(失)이 많았다는 것이다. 자기들 취재나 홍보 목적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방문한 후 그때 찍은 가족사진조차 보내주지않았다고 서운해 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이들조차 반대한다고 한다. 이젠 조용히 아이들을 잘 키우는데만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모 방송국에서 취재요청이 왔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사정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허지만 필자가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섬 여행기를 연재 중이라는 사실과, 이번 자월도 소개 글에 다둥이 가족 이야기를 간단하게라도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설명하자 마지못해 필자의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다.

다음 날 아침 10시경 집에 찾아가니 마침 집앞에서 신씨를 만났다. 밭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한 눈에 봐도 건강하고 인상 좋은 섬 아줌마 모습이다.

신씨는 25세 때 강원도 속초에서 이곳 자월도로 시집왔다고 한다. 섬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니 “해보니까 섬은 자기가 원하지않으면 살기 힘든 곳이에요. 화려한 생활을 기대하는 사람은 섬생활을 할 수 없어요”라고 한마디로 답한다. 그만큼 참을성이 필요하고 억척스러워야 한다는 말이다.

엄마와 이야기 도중 문이 열리면서 아이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온다. 다섯째 현룡이부터 막내 연정이까지 6명이다. 막내는 현룡이가 안고 나온다. 왁자지껄 떠들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들이 하나같이 활달하고 건강해 보인다. 평상시 부모가 신경을 별로 쓰지않아도 저희들끼리 서로 놀아주고 의지하면서 잘 지낸단다. 참으로 귀엽고 티없는 아이들이다. 필자를 보자 반가운 인사도 잊지않는다.

필자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필자 역시 8남매 중 셋째였다. 우리들 세대 때만 해도 8남매 정도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했다. 우리 남매들도 저렇게 자랐었지. 서로 의지하며 같이 놀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자랐었지. 그 속에서 인간관계도 배웠고 살아가는 방식도 나름대로 터득했었지. 그런데 요즘 가족모임 때 보면 모두 흩어져 살다보니 8남매도 결코 많은 것 같지가 않다.

잠시 기억을 더듬는 순간 아이들이 가까이 몰려온다. 엄마에게 필자가 사진작가임을 소개하고 괜찮으면 가족사진이라도 찍어주겠다고 하니 남편도 밭에 나갔고 큰 아이들 4명은 인천 등 육지에서 학교다니기 때문에 지금은 집에 없다고 한다. 자월도에는 초등학교 만 있어 중학교부터는 육지로 나가야 한단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집 구경도 시켜주고 개집도 보여준다. 개도 7마리나 키우고 있다. 이래저래 다복한 가정이다. 할 수 없이 아이들 노는 장면 만 몇장 스냅사진으로 찍어본다. 아이들 키우느라 얼마나 어려웠느냐고 물어볼까 했는데 엄마의 밝은 얼굴과 아이들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그런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만 뒀다.

앞으로 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아직 나이도 젊고 건강도 이상 없으니 더 나을 수는 있는데 문제는 교육이지요”라고 걱정한다. 자월도에는 초등학교 밖에 없어 중학교부터는 불가피 육지로 내보내야 하는데 비용 등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란다. 다섯째 아이부터는 옹진군에서 출산장려금으로 1,00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는데(이는 최근에 생긴 제도로 강씨 부부의 경우는 여덟 번째 아이부터 지원받았다고 함) 이는 출산당시 뿐이고 키우는 과정에서의 교육문제는 거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씨 부부 아이들처럼 섬 출신일 경우에는 육지로 학교를 보낼 수 밖에 없어 보통일이 아니란다. 강씨 부부는 육지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림을 쪼개 인천에 조그만 빌라 한 채를 샀다. 그런데 이 때문에 18세 미만 어린이에게 년 50만원 지원해주는 혜택도 못받고 있다고 한다. 집이 두채라는 이유에서다.

육지에서 학교 다니는 섬 출신 학생의 경우 교통비로 매월 40만원(방학기간 제외)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기는 한데 이는 중학교 학생에게만 혜택이 있다. 대학생의 경우 세 번째 아이부터는 등록금 지원 혜택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직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남편 강 씨가 왔다. 과묵하고 성실하게 생긴 분이다. 필자를 보자 잔잔하게 미소를 띄우며 반긴다. 아빠와도 이야기 좀 나눠볼까 했는데 마을 회의가 있어 급히 가봐야 된단다. 엄마도 함께 가야 한다고 한다. 당초 점심 때 쯤으로 약속을 했는데 너무 일찍 온 게 탈이다.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전화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쉽게 작별인사를 나눈다. 아빠 사진도 필요할 것 같아 차에 오르는 부부에게 서둘러 카메라를 들이댄다.

우리나라 역시 요즘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다둥이 가정에 대해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도 점점 좋아지는 추세이기는 하나 아직도 개선해야 할 여지가 적지않은 것 같다.

2년전 막내가 태어났을 때도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이 직접 강씨 가정을 방문해 출산 장려금과 출산용품을 전달하고 격려해준 바 있다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강씨 부부는 자월도에서도 화목할 뿐 아니라 남매들 간에도 우애가 깊은 것으로 소문난 가정”이라며 “자녀수가 많은 다둥이 가족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출산율 높이는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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