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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씽크탱크와 동아시아 강자로 부상서울, 씽크탱크 메카로 만들어야 … 전 세계적 유래 없는 씽크탱크 ‘집현전의 역사’
마연옥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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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8  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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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씽크탱크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를 배우려는 개발도상국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한국의 인프라, 제조업 노하우, 전자정부 등 전방위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추세라 그 설득력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쉬 경희대 교수는 지난달 4일 중앙일보의 칼럼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비즈니스 교육의 역할을 고려하면 서울의 싱크탱크 클러스터가 거버넌스 혁신의 센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러한 실현을 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스트라쉬 교수는 궁극적으로 서울이 세계 싱크탱크의 중심이 되려면 혁신 능력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모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외 연구와 토론을 통합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지적 전통에 바탕을 둔 고유의 관점과 논리를 강조하는 한국만의 고유한 싱크탱크를 만들 때 세계성과 효과성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최대 강점이 제국주의적인 지배의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균형있고 호혜성이 있는 국제관계를 표방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은 조선시대부터 견제와 균형,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훌륭한 거버넌스 전통을 유지해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에는 집현전이라는 위대한 싱크탱크의 유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현전은 엄청난 자유와 독립성을 유지하는 정책 토론의 중심이었다”며 “장기적이고도 도덕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쏟아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20세기 이전에는 이런 훌륭한 싱크탱크는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유교적인 전통을 중시했지만 정책 연구에 대한 접근법은 지극히 실용주의적일 정도로 훌륭하다고 감탄했다. 따라서 한국의 싱크탱크들이 이런 집현전을 참고한다면 세계적 싱크탱크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세계 1위는 워싱턴DC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보통 싱크탱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미국 랜드연구소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미 국방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지식들이 철통 보안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회의실에 모여 골치 아픈 안보 문제의 해결책을 짜내고자 토론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싱크탱크는 국가 정책결정자들을 위한 자문 기능이었다. 이에 따라 싱크탱크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지식을 정리해 전달하는 작업에 주력한다. 선진국에서는 고급인재가 공직을 마치고 난 후 싱크탱크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을 만들고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지 이미 오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은 세계 6000개 싱크탱크를 평가한다. 세계 1위는 워싱턴DC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다. 미국의 주택정책, 국제경제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다루는 연구소다. CSIS는 안보연구 분야에서 세계 1위다. 한국 싱크탱크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는 54위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다.

싱크탱크들이 밀집한 도시는 워싱턴DC다. 세계 톱 4 싱크탱크 중 3개가 워싱턴DC에 있다. 워싱턴DC에는 독립 싱크탱크가 400개, 미국 정부나 의회와 연결된 싱크탱크는 수십 개가 있다. 이 싱크탱크들이 하는 일은 뭘까.

모든 싱크탱크는 공공정책 연구를 수행해 단행본·보고서·브리핑·의회 증언·소셜미디어·학술회의를 통해 분석과 제언을 내놓는다. 하지만 싱크탱크마다 고유의 특징도 있다. 3대 싱크탱크인 CSIS,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브루킹스연구소의 특징은 독립적(정부 지원을 받지 않음), 초당파(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님), 비이념적(어떤 특정 어젠다를 지지하지 않음)이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싱크탱크 소장들은 미 국무부나 국방부의 부장관 출신이다. 싱크탱크의 최고위급 전문가들은 둘 중 하나다. 정책 결정 경험이 있는 학자들이 아니면, 학술적인 배경이 탄탄한 전직 정책결정자들이다. 정부가 바뀌면 이들 톱 전문가는 국무부나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이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다. 따라서 독립 싱크탱크들의 성향은 어느 당이 집권당이냐에 따라 약간씩 바뀌는 경향이 있다.

일부 싱크탱크는 특정 이념과 밀접한 관계다. 정치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미국기업연구소(AEI)나 헤리티지재단은 오른쪽, 미국진보센터(CAP)는 왼쪽이다. 이들의 연구와 제언은 특정 정당에는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반대편 정당에는 거의 영향력이 없다. 정부 부처와 연계된 싱크탱크도 있다.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국방부,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국무부와 연계됐다. 이들 또한 독립 연구를 수행할 수 있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 연구 과제가 우선이다.

독립 싱크탱크들은 독립성 유지를 위해 주로 비(非)정부 자금에 의존한다. 브루킹스연구소와 CSIS의 자금원은 자선기금, 기금보조와 기업 스폰서십이다. 정부와 관련된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거물급 회원은 회비를 낸다. 헤리티지재단은 조금씩 후원금을 내는 수많은 ‘풀뿌리’ 보수주의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거액의 기부금으로 설립됐다. 일부 반체제(anti-establishment) 인사는 싱크탱크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의회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싱크탱크 규제는 시민사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이나 시진핑(習近平)은 자국의 싱크탱크를 압박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억압한다. 미국인들은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의회와 언론은 정책에 대한 독립적인 분석을 싱크탱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싱턴 싱크탱크들의 영향력은 지적인 자유를 바탕으로 정부나 의회를 대신해 까다로운 정책 과제를 다루는 데서 온다. 전문성의 부재, 정파적인 갈등, 관료들의 비타협적인 태도 때문에 회색지대에 놓인 정책 과제가 적지 않다. 싱크탱크는 이런 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공적 토론이 가능하게 한다. 의회와 언론은 또 싱크탱크가 제공한 정보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싱크탱크들이 더 깊숙이 나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군사시설을 건설하려고 했으나 미 의회가 예산 지원을 거부했다. CSIS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대해 제3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CSIS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 행정부와 의회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의 싱크탱크의 경우 초당파적 연구기관이 많다. 미 워싱턴 정가는 선거나 주요 이슈가 잇을 때마다 싱크탱크에서 양산한 정책을 앞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유수의 미국 싱크탱크와 인적 교류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1월 22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한국 싱크탱크의 국제적 역할 확대’ 포럼이 열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동아시아연구원, 한국경제매거진이 주최한 행사로 국내 주요 국책 및 민간 연구 기관 수장을 비롯해 싱크탱크 8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김세원 세계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은 세 가지 포인트를 제안했다. 첫째, 국내 싱크탱크의 국제적 역할이 무엇인지. 둘째, 정책연구의 내용과 추진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 셋째, 어떤 형태의 국제 활동을 전개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였다.

신봉길 외교안보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국력을 생각하면 글로벌 싱크탱크 평가에서 톱 20에 랭크돼야 할 것 같은데 역시나 한계가 드러났다”며 “국제적 역할 확대를 위해 국가 간 싱크탱크와의 교류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 인력을 국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유수의 미국 싱크탱크와 인적 교류가 잘되지 않는 것 같다”며 “다양한 정책 전문가를 활용해야 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원에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이 상근 연구원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은퇴 인력 등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책연구 기관의 경우 국민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도 토로했다. 창의적인 연구보다 해야 할 연구 위주로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당이나 기업 출자 연구소도 마찬가지로 독립성과 창의성에 일정 제약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강은봉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대형 의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감하지만 국책 연구 기관이 거시적‧중장기적 어젠다 설정에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책 연구소도 나름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26개 기관 중 21개 기관이 서울을 떠나면서 우수 인력의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주변 강국들과 어깨를 겨루기 위해 미래 전략 연구하는 글로벌 씽크탱크 절실

현재 중국의 부상과 세계화라는 변수가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당수 아시아 국가에서 국가와 싱크탱크는 분리되지 않고 대학, 연구소, 정부기관을 자유롭게 오가는 학자들과 관료들이 한데 모여 연구 활동 및 정책결정을 통합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우수한 싱크탱크들은 아시아나 세계 전체를 다루는 정책연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외교나 안보 분야 연구기관은 대부분 정부 산하에 있었다. 한국구방연구원, 통일연구원,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산하) 등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 외에 전직 대통령이나 고위직 인사를 예우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연구소가 있다. 예컨대 세종연구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해 만들어진 일해연구소가 전신이다.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은 외무부 장관을 지낸 한승주 교수가 설립했다. 반면 김병국 고려대 교수를 주축으로 2002년 창립된 동아시아연구원(EAI)은 전혀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 토국가적 싱크넷의 새로운 전형이라 이름 붙여도 좋은 것이다.

엄청난 예산과 방대한 조직체계 대신 전문가 사이의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각종 콘퍼런스를 비롯한 연구 활동이 한 해 100만~200만 달러 남짓 예산만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랄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가 없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미래 전략을 연구하는 글로벌 씽크탱크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연옥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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