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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싱가포르 신화 이룬 청렴한 國父’ 타계朴대통령, 빌 클린턴 등 국제적인 지도자 대거 조문
노진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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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9  15: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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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의 기틀을 세워 ‘국부’고 존경받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달 23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그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싱가포르 총리를 지내며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다. 작지만 강하고 잘사는 싱가포르의 기적과 신화를 이룬 인물로 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로 통하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싱가포르 정부는 국회의사당에 리콴유 전 총리의 빈소를 마련하고 24시간 조문을 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리 전 총리를 조문하기 위해 이틀간 5만9420명이 몰려들었다고 정부는 밝혔다. 지난달 29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미국 조문단 5명이 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리 전 총리와 인연이 깊은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토니 애보트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도 참석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싱가포르의 아버지’의 명복을 빌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공휴일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애도기간을 7일로 정했으며 곳곳에 추모 공간도 마련했다.

마실 물조차 부족했던 가난한 싱가포르, 1인당 GDP 세계 8위, 아시아 1위 만들어

리콴유는 정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드문 동남아시아에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최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다. 세계적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가 드문 깨끗한 사회로 건설해 싱가포르를 아시아아에서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게 만든 국부(國父)이다.

그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NP)은 그가 총리직에서 퇴직한 1990년에 1만2천75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 5만6천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이며,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이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주인공이 리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싱가포르의 한 시민은 "리콴유는 첫 번째 총리이자 싱가포르의 아버지였다“며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콴유는 1923년 영국 식민지 시절 싱가포르에서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속인 피츠윌리엄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954년 인민행동당을 창당하고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자치정부 총리가 됐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그가 독립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했던 1965년 싱가포르는 부존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암울했다.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는 눈부시게 발전한 도시국가이다.

그는 집권 후 재정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공직비리조사국 설치, 해외투자 유치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개발도상국이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여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공사를 설립해 세계 일류 수준의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했고 석유파동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해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주요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같은 장기적 안목의 투자는 싱가포르를 물류 중심지,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로 만들었다. 또 세계 유명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의 금융 허부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았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된 배경에는 무거운 벌금, 태형 등 강력한 처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 소지자는 엄벌에 처하고 껌만 뱉어도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국가경영에 도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리기도 했으며, 경제적인 부에도 한때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149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통치 방식은 ‘온건한 독재’ ‘가부장적 통치’로 불렸다. 동남아의 다른 독재자들처럼 무력을 동원하거나 경제개발 과정에서 착취나 인권침해 논란을 초래하지 않았다.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유도하고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수를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리 전 총리 자신은 독재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서구에 비해 개발이 뒤진 아시아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다.

리콴유 집과 ‘싱가포르 모델’도 허물어라

리콴유 전 총리는 자신이 평생 살던 집을 ‘허물어 버리라’고 유언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리 전총리의 집뿐만 아니라 그가 세운 더 큰 집인 ‘싱가포르 모델’을 허물고 새로 세우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반세기 싱가포르를 이끌어 온 리콴유식 국가 발전모델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바로 젊은이들의 사회참여 요구다. 싱가포르 모델은 단일 정당이 독재적인 정부 운영방식과 자유방임 경제 정책을 혼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모델은 그동안 성공적으로 작동해 왔지만, 질서와 번영의 대가로 개인의 자유는 억압돼 왔다.

키쇼어 마흐부바니 전 싱가포르 유엔대사는 “젊은이들은 사회 정치 경제 이슈 전반에 걸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며 “싱가포르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NYT에 말했다.

하지만 리콴유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노력했던 위대한 지도자였음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싱가포르의 시민은 “우린 그때 정말 가난했죠. 수도가 흐르는 걸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젊은 사람들은 나라를 소중히 해야해요.”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살던 집을 헐어버리라고 했다. 집이 남아있으면 개발이 차단되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혹시 이웃들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해서였다.

입원 당시 병원에도 “만약 내가 일어나지 못하면 생명 연장을 위한 어떤 의교기기도 사용하지 말라”는 사전 의료지침까지 작성했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리 전 총리의 빨간 가방 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한편 청렴하기로 유명했던 리콴유 전 총리는 항상 빨간 가방을 가지고 다녔다. 짙은 자줏빛의 단단해 보이는 서류가방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대체 뭐가 들었나’ 궁금해 했다고 전해진다. 리 전 총리의 비서실장이자 현 교육장관인 행스취킷은 이 빨간 가방에 담긴 사연을 자신의 SNS에 적었다.

그는 “언제나 아침 9시면, 리 전 총리가 집무실에 도착하기 직전, 발간 가방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며 함께 일하던 공무원들은 대체 안에 뭐가 들엇는지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리 전 총리는 가방 안에 “말썽꾼들을 파괴할 날카로운 손도끼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행스위킷 장관은 리 전총리의 부탁으로 가방을 열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빨간 가방 안에는 연설 초안과 외국 정상과 주고받은 편지, 각종 정책에 대한 구상과 서류, 회의 녹음 테이프들로 가득했다고.

그는 “빨간 가방은 리 전 총리가 싱가포르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한 모든 것들을 담고 있었다”며 “수십 년 동안 곁을 지켰다”고 말했다. 심지어 부인인 콰거추 여사와 사별한 날과 지난 2월 폐렴으로 급히 입원했을 때에도 병상 옆엔 빨간 가방이 놓여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시도 시름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진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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