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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불심검문 논란
뉴욕한국일보 함지하 기자  |  jihah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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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3  10: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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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의 중심이라는 뉴욕시(NYC)는 한 때 온갖 범죄로 얼룩져 있었다. 해가 진 어둑한 거리는 절대로 걸어 다녀선 안 된다는 게 불문율이었고,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지하철도 생명을 지키려면 출퇴근 시간 외에는 이용을 꺼려야 했다.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어디에 사는 누가 어떻게 죽었다’는 내용을 쉬지 않고 보도했다.
이랬던 뉴욕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큰 변화를 이뤘다. 그리고 2013년 역설적이게도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의 숫자만 봐도 뉴욕이 얼마나 안전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2012년엔 총 417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는 1990년의 살인사건 횟수인 2,262건과 비교했을 때 무려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올해는 8월 현재 199건의 살인사건이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9건보다도 이미 26%나 하락한 상태다. 아마도 총기난사와 같은 대형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2013년 뉴욕은 역대 살인사건이 가장 적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처럼 범죄의 소굴 이미지를 벗어낸 뉴욕시의 범죄율이 다시 크게 높아질 거라는 주장을 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2002년부터 뉴욕시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블룸버그 시장 자신이 범죄율 하락의 유일한 방편이라 믿어왔던 뉴욕경찰(NYPD)의 ‘불심검문(Stop and Frisk)’이 최근 연방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시작한 이 불심검문 프로그램은 시행 초기부터 인종차별 논란이 많았다. 길거리에서 멈춰 세워지는 사람 대부분 흑인과 히스패닉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매년 NYPD가 발표하는 불심검문 현황에 따르면 통상 85~87%의 불심검문 대상자가 흑인과 히스패닉에 집중돼 있다.
NYPD의 불심검문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을 멈춰 세운 뒤 소지품 검사를 한다. 그리고 불법총기류나 마약 등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체포를 하는 것.
그래서 불심검문 옹호론자들은 이 같은 경찰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범법자들이 뉴욕에 설 곳은 지난 10년간 없었다고 주장한다. 범죄율의 큰 하락 원인이 불심검문 때문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시장 역시 “범죄가 줄면서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며 “불심검문이 중지되는 순간부터 범죄율은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반대하는 쪽도 할 말은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경찰의 검문을 받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느냐는 것이다. 실제 브롱스 등 일부 흑인밀집 지역 주민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검문검색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기에다가 뉴욕의 범죄율 하락이 꼭 불심검문 때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범법자들이 집세 등 생활비가 비싸진 뉴욕을 떠났기에 자연스러운 범죄율 하락이 이뤄졌을 뿐 불심검문과의 연관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쨌건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을 전해들은 맨하탄 연방법원의 결정은 ‘불심검문이 나쁘다’는 쪽에 쏠려 있었다.
판결을 맡은 쉬라 셰인들린 판사는 “뉴욕시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일부 소수민족의 권치 침해 사실이 인정된다”며 “불심검문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감시를 할 수 있는 감사관을 임명하고, 각 경찰관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감시까지 받는 마당에 적극적으로 불심검문에 나설 경찰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 판결은 불심검문에 대한 사실상의 사형 판결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과연 불심검문 없이도 뉴욕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 단순한 안전함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블룸버그 시장은 이미 수차례 이 같은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불심검문의 폐지가 거의 기정사실화된 지금, 많은 뉴요커가 그의 예측이 틀리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뉴욕한국일보 함지하 기자  jihah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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