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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 진주 ‘셰일가스’, 미국이 중동에서 떠나고 있다국제유가 폭락 사태…미국 웃고 러시아 울상
마연옥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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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3  13: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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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셰일가스가 국내외 에너지 지형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셰일가스는 셰일층 암석에 섞여있는 원유를 수압식(프래킹)으로 채굴해내는 지전통적 원유를 뜻한다. 미국의 에너지 생산량 증대로 세계최대 가스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이자 세게 2위 원유 생산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에너지 업계와 유관 산업이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유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동 산유국들은 그간 틀어쥐고 있던 독점공급 체제가 균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석유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전통자원과 비전통 자원 간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국제유가 폭락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제품에 대한 수출가격 인하와 생산량 유지라는 초강수를 두며 유가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산 셰일가스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도입 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9월 배럴당 평균 96.64달러에서 지난달 19일 55.70달러로 석달 새 42%나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제품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에도 아랑곳 않고, 출혈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 치킨 게임, 산유국 간의 이해득실 꼬여

지난해 12월 14일 세계 치대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기구(OPEC)를 이끌고 있는 압둘라 알-바드리 사무총장은 “지금의 원유시장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본다면 유가가 이렇게 극적으로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유가하락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문제는 현재 유가 하락의 원인이 과거와 달리 시장내 수급여건 분만 아니라 원유시장 양대축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미국의 패권 다툼, 주요 산유국들간 경제적 이해상충 등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사우디가 산유국들을 상대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사우디는 유가급락 때마다 산유국들의 ‘맏형’노릇을 하며 감산에 앞장섰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감산은커녕 추가 하락을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3일 로이터는 뉴욕에서 최근 사우디 관료들과 만난 주요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의 말으 f인용해 “사우디는 향후 1~2년간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0~90달러 선까지도 유가하락을 용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우디의 선택은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한 전략이 깔려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원유 생산단가가 높은 이란을 파산시키려 한다거나 우방인 미국의 골칫거리인 러시아의 재정난을 가중시켜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려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랜 동맹관계인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금이 가고 있다.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낮아진 미국은 군사 개입을 원하는 사우디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사태 및 이란의 핵처리 등 중동 정세에 깊숙이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 사우디가 최근 프랑스와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헤즈볼라 세력 억제를 위해 레바논 정부에 30억달러의 무기 지원에 나선 배경이다.

이란과 화해 무드를 보이는 미국에 이스라엘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모세 야론 국방장관은 지난해 2월 28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안보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중동에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이라크전으로 인한 피로감이 큰 데다 셰일혁명으로 중동 원유 의존도가 약해지면서 미국의 외교 역학구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대신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중심축 외교 전략에 치중하는 것도 셰일혁명이 있기에 가능한 것ㅋ”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견제 가속화

미국은 제조업 재건을 통한 경기 회복을 노리며 셰일가스 생산을 크게 증가시켰다. 지난 2008년까지 하루 470만배럴이었던 미국 산유량은 6년만인 지난해에는 890만배럴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미국은 OPEC로부터 들여오던 원유 수입을 셰일가스로 대체했다. 미국은 OPEC에서 2008년 8월 1억806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지만 지난해 9월엔 그 규모가 8700만배럴로 감소했다.

이처럼 유가하락이 이어지자 불똥은 러시아로 튀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자본유출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디폴트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유럽은 최근 천연가스의 탈러시아를 위해 지역 내 셰일가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럽의 탈러시아를 돕기 위해 셰일가스를 유럽에 수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셰일가스에 밀린 중동산 석유와 미국산 석탄이 유럽으로 유입돼 러시아의 대 유럽 천연가스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 베이커 연구소는 러시아의 유럽 가스시장 점유율은 2011년 27%에서 2040년 13%로 대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2년 기준으로 러시아 재정에서의 석유가스 비중은 무려 52.1%에 달하지만 2010년 이후 석유와 가스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경제성장이 하락해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정부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내년도 자국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최대 4% 정도 후퇴할 수 있으며, 내년 재정지출을 10% 줄여도 재정수지 적자 전환을 막아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저유가 시대 항공업계과 해운업계 반겨

저유가의 수혜업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항공‧물류와 자동차‧철강‧전자‧발전‧첨단‧섬유 같은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항공과 윤운(陸運)‧해운 등 물류 산업은 유류비 절감으로 당상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제조업 분야는 저유가로 인한 생산 원가 절감이 기업 수익 증대와 소비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효과가 가시화 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국제유가 10% 하락 시 주요 국가별 전체 산업의 생산비 하락 효과’를 분석한 결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전체 산업의 생산비용이 0.76% 절감되는 효과를 냈다. 이는 중국(0.36%) 일본(0.34%)의 두 배 정도이며 미국(0.16%) EU(0.12%)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4~6배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과거 저유가 시기에 유가하락이 한국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봤더니, 저유가 이전 2년에 비해 저유가 직후 2년간 한국 경제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4.1%포인트 정도 더 높았다.

가장 크게 저유가 시대를 반기는 업종은 해운업계와 항공업계다. 연료비가 실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유가하락은 곧 실적 개선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지난해 3분기, 4분기 유류비를 크게 절약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며,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하반기 저유가에 힘입은 운송비용 절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조선업게는 LNG선의 발주가 크게 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37척의 LNG선을 수주했고 올해에도 벌써 5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포스코는 철강 불경기 와중에도 자동차 강판 분야만 ‘나홀로 약진’하는 밑바탕에는 글로벌 저유가 상황이 있다. 저유가로 말미암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수요 증가로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월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15% 정도 증가하며 7년 만의 최고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자동차 시장도 지난달 겨울 비수기인데도 4% 정도 성장했다.

저유가를 기회로 삼아 공격 경영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자동차‧항공‧해운 기업들이다. 현대차는 저유가 국면을 틈타 올해 판매량 확대와 수익성 증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저유가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중대형 시장을 집중 공략해 연비 경쟁에서 다소 밀린 시장 입지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 화두는 미국과 일본 기업의 부활”이라며 “연비보다는 성능과 편의성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며 한국 자동차 기업들도 시장 재편의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와 태양광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인 LG화학은 한 번 충전에 200마일(약 32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 개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난징에 연간 10만대를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화‧OCI같은 태양광 업체는 소재 제조 분야를 넘어 미국‧일본‧유럽 등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정수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친환경 비즈니스에서 유가 영향력은 갈수록 제한될 것”이라며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과 소비자 개개인에게 저유가는 큰 기회이자 축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원유생산량 지난해 보다 2배로 늘어

현재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미만으로 폭락했다. 이 때문에 가스 업체들이 재정난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실지로 미국의 셰일가스 시추공(試錐孔)은 같은 기간 2000여개에서 150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원유생산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하루 850만배럴이던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지난해 910만배럴로 늘었다. 경쟁력 있는 셰일가스 기업은 오히려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주의 셰일 기술 업체인 PE모슬리의 조삼제 부사장은 “보통 셰일가스 유정을 하나 뚫으면 1년 반~2년 내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며 “2008년부터 페르미안 분지에서 셰일 개발을 시작한 원유업체들은 이미 본전을 뽑았다”고 전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있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과 경쟁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셰일 기술 개발 초기엔 유정 하나를 드릴링(시추)하는 데 두 달이 걸렸지만 지금은 한 달로 단축됐다.

텍사스주 이글퍼드 지역의 원유 업체인 아나다코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유정 하나를 뚫는 운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이었는데 지금은 40달러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저유가는 일정부분 ‘3저 호황’을 구가했던 1980년대 중반과 닮았다. 30여년 전에는 북해 유전(영국‧노르웨‧덴마크‧독일) 등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전 개발이 활발해져 배럴당 35달러까지 올랐던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미국발 ‘셰일오일 혁명’ 등으로 석유 공급량이 늘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의 탈 석유화가 진행되는 것도 흡사하다.1980년대에는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석유 발전이 석탄 발전 등으로 대체됐다. 이번에는 2011년 초부터 3년 넘게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저연비‧친환경 자동차가 보급됐고 화학 기업들이 원유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원료로 쓰는 기술을 적극 개발하는 바람에 석유 수요가 줄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980년대 중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사우디가 감산을 거부하고 경쟁 국가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란?

확인 매장량만 60년, 잠재 매장량 200년 사용가능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셰일(Shale)' 암석층에 녹아 있거나 갇혀 있는 천연가스를 의미한다. 지하 깊은 곳에 넓게 퍼져 있어 땅 아래 직선으로 구멍을 뚫어 뽑아내는 전통방식(수직 시추)으로는 생산이 어려웠다.

셰일가스 개발의 핵심은 수압파쇄와 수평시추라는 기술이다. 수압파쇄는 많은 양의 물과 모래, 소량의 화학품을 섞어 고압으로 셰일층에 주입해 지하 바위를 분해하는 방법이다. 수평시추는 수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깊이가지만 수직으로 내려 간 후 특정 각도로 비스듬히 뚫고 간다. 두 기술은 각각 1940년대말과 1980년대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두 기술을 혼합한 방식을 통해 1999년 미국 바넷셰일 지대에서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 생산가 개발이 본격화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기술력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채굴 가능한 ‘확인 매장량’만 세계가 60년간 사용 가능한 양 187조4000만㎥에 이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셰일가스의 잠재 매장량을 세계가 200년간 사용가능한 635조㎥로 추정했다.

또 셰일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된 국가는 중국으로 36조1000만㎥로 1위, 미국은 24조4100만㎥로 2위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21조9200만㎥를 갖고 있어 3위에 올라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3조7300만㎥로 5위, 유럽의 폴란드 5조3000만㎥와 프랑스 5조1000만㎥가 각각 11위와 12위 매장국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최대 셰일가스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그림의 덕’으로 불린다. 셰일가스는 고아산 하나에 호수나 강 하나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중국은 절대적인 물 부족 국가다. 게다가 대부분 셰일가스 광구가 쓰쵠성과 충칭시 인근 쓰촨분지, 네이멍구 자치구의 오르도수분지 등 건조한 지역에 분포해 있다.

마연옥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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