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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거대한 살육, 로드킬(Road Kill)환경과 생명의 가치는 어디가고 있나
김영순 기자  |  jjim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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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1  11: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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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시절 여름방학의 단골 숙제였던 ‘곤충채집’이 사라져 가고 있다. 곤충이 귀해지면서 과제물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자연환경이 훼손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 생물은 곤충만이 아니다. 크게 보면 생태계 전반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도 다양해졌지만 그중에서도 ‘로드킬(Road Kill)'은 지역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올여름 길어진 장마와 폭염 때문에 산에서 먹이를 찾지 못한 동물들이 도로로 내려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한국도로공사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고속도로에서는 2360건의 로드킬이 발생했고, 일반도로까지 포함하면 연간 1만 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고속도로 길이가 매년 100km씩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어쩌면 도로 위 거대한 살육인 로드킬을 막지 않는다면 먼 훗날 우리의 아이들은 도감이나 동물원에서만 동물을 구경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로드킬의 심각성

‘도로를 건너다가 차량에 치여 죽는 야생동물을 뜻하는 용어는?’, 2006년 ‘도전 골든벨’이라는 TV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다. 아마 이때쯤부터 로드킬 이라는 것이 알려졌다고 보면 우리가 로드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지는 체 10년도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아직 정부차원의 정확한 통계는 없을 정도로 아직 그 경각성은 높지 않지만 최근 로드킬은 한 지역, 혹은 그 이상의 범위에서 동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심지어는 붕괴시킬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한 시간 정도만 달려보아도 여러 건의 로드 킬을 목격할 수 있는데, 단지 그것은 눈으로 식별 가능한 크기의 포유류나 조류 위주고 양서류, 파충류 거기다가 곤충들을 합한다면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게다가 고속도로는 국내 총 도로의 3%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밖의 국도와 지방도로, 도심 거주지의 도로, 즉 10만 킬로미터가 넘는 모든 도로를 생각한다면 그 규모는 엄청나게 커진다. 게다가 로드킬은 단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로드킬은 도로가 있는 지역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나 발생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고 결국 로드킬은 의도하지 않은 인간의 거대한, 범지구적인 살육행위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로드킬에 대해 무심한 이유

로드킬 문제는 기본적으로 1차 피해자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로드킬로 인해 연간 200명이 사망하고 2만 9000명이 부상당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연간 80억 달러(약 9조 1000억 원)나 된다. 또한 독일은 연간 2만 건의 사고로 40명이 사망하고 3500명이 부상당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연간 7500건의 사고가 발생해 이 가운데 1~2%는 사망이나 부상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 보험회사에서 지급하는 보험료도 매우 크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로드킬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 역시 한 해 5000건의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지만 교통사고와 인명피해에 대한 공식집계는 아직 없다. 특히 외국은 사슴이나 캥거루 같은 비교적 큰 포유류들이 로드킬을 당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작은 소동물, 심지어 로드킬의 여부조차 모를 만큼 작은 동물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로드킬 사고의 대부분은 동물로 인한 직접적인 충돌 사고가 아니라 그 동물을 피하다 나는 사고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사고는 대부분 로드킬 사고가 아닌 일반 사고로 통계에 잡히기 때문에 로드킬에 대한 심각성을 나타내기 어렵다.

도로 정책에 대한 본질적인 반성부터

로드킬 저감대책으로는 반사경, 발광장치, 초음파, 천적의 배설물, 화학물질 살포, 야생동물경적, 동물감지장치, 서식밀도조절, 도로변 식생관리, 야생동물 주의표지판, 도로전광표지판, 속도제한 등 많은 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와 생태통로 외에는 객관적으로 효율성이 검증된 것이 없다. 하지만 전국의 고속도로에 놓인 생태통로는 62곳에 불과하다. 국내 고속도로의 길이가 4084km인 것을 감안하고, 전체 도로에서 고속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의 도로를 지금의 두 배인 20만 Km로 확장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물론 이미 존재하는 도로에 대해서는 생태통로를 만들 필요가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로드킬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로드킬 다큐멘터리인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만든 황윤 감독은 본질적으로 도로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 감독이 주장하는 도로정책을 요약하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더 이상의 도로는 그만 만들거나 정말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도로만 만들자. 둘째, 이미 만들어진 도로에 대해서는 반드시 생태통로나 유도 울타리 등 저감 시설을 갖추자. 셋째, 이미 존재하는 도로라 할지라도 과잉, 중복 도로라 판단되면 독일의 예처럼 과감히 아스팔트를 뜯어 길을 자연으로 돌려주자. 또한 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지금처럼 정치가나 정부 관련 기관이 아닌 도시 계획가와 생태학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객관적인 제 3의 전문 집단이어야 한다는 전재도 두고 있다. 여하튼 도로는 한번 만들면 그 파괴력이 너무 크고 오래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도로가 쉽게, 많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황감독은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녹색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불필요한 도로의 중복, 과잉 건설에만 10조원 가까운 세금이 낭비됐다고 하는데, 도로를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만드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드킬, 운전자 안전 수칙

지난 5월 경기도 여주와 이천 지역에서 한밤 중 로드킬된 야생 고라니를 치우다 경찰관과 마을 이장이 순직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여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처럼 로드킬 사고는 동물의 피해를 넘어 운전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야생동물들이 생태통로를 찾아, 알아서 길을 건너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기에 고속 주행 시, 야간 주행 시에는 운전자에게 더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야생동물 출몰 지역이라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다면 서행은 필수다. 그리고 멀리서 다가오는 동물을 발견하게 될 경우에는 속도를 줄이고 전조등을 꺼주어야 한다. 야생동물들이 전조등의 불빛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고 차량으로 뛰어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조등을 끈 후에는 차안에서 경적을 울려 동물이 도로위에서 내려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만약 동물과 충돌했을 경우 차량의 핸들을 급하게 틀면 다른 차량이나 구조물과의 충돌로 이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운전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일반 교통사고에서도 사고 처리를 위해 도로에 나왔다가 2차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마찬가지로 동물을 한쪽으로 옮기기 위해, 혹은 도로 위 동물을 쫓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것은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에서 동물의 사체를 발견했을 경우에는 도로공사나 각 지역의 국토관리사무소, 해당지방자치단체 등에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생태계에 대한 존중의식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서는 최근 사슴들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늑대 오줌과 사자 울음소리가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홋카이도에는 65만 마리의 사슴이 살고 있고, 지난해 홋카이도에서 사슴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2581건이나 된다고 한다. 상황이 심각하자 일본 고속도로 건설 업체는 미국에서 늑대 오줌을 들여와 고속도로 주변에 뿌리고 사자 울음소리를 녹음해 철도 주변에서 방송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방편은 사슴이 소리와 냄새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의 습성을 이용해 로드킬을 막아보려는 그들의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우리가 로드킬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에 치어 한 생명이 죽건 말건, 내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생명경시풍조’와 말 못하는 동물들을 그들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라도 우리 역시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겸허한 자세로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로드킬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영순 기자  jjim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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