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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쓴 21세기 ‘섬 대동여지도’김준 박사 <섬문화답사기> 세 번째 ‘완도편’ 펴내
임윤식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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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3  1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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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박사 김준 씨가 또 <섬 문화답사기>를 펴냈다. 신안편, 여수고흥편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엔 완도 편. 무려 599쪽에 이르는 방대한 두께의 섬소개 책이다. 시중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섬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섬 사람들의 가슴 속에 들어가 그들의 심장박동소리를 직접 듣고 느끼면서 쓴 글이다.

섬 사람들의 외롭고 고달픈 삶이 절절하게 다가오고 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섬마을 할머니,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고 질퍽한 갯벌이 발에 밟힌다. 그 뿐 아니다. 섬 일반현황, 역사, 여행정보 등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김준 박사의 섬 이야기를 읽노라면 필자도 마치 섬 주민들과 함께 살고 그들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3,300여 개 섬 가운데 460여 개 유인도를 20년 넘게 낱낱이 누비면서 샅샅이 기록한, 발로 쓴 장편 답사기이자 장대한 인문학적 보고서다. 고독과 고립의 공간인 섬에서 거역할 수 없는 사나운 바다와 거친 바람이라는 숙명적인 한계에 온몸으로 맞서며 미역줄기처럼 질기게 살아온 섬사람들의 치열한 생존의 역사와 일상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새로운 과거 혹은 오래된 미래로서의 섬의 모든 것을 수집하고 변모과정을 추적한 농축된 자료이기도 하다. 가히 살아 움직이는 섬 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김준 박사는 전남대학교에서 ‘어촌사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해양문화를 수십년간 연구해온 젊은 엘리트이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섬문화답사기-신안편, 여수고흥편, 완도편> 이외에도, <한국어촌사회학>, <바다맛 기행>, <어떤 소금을 먹을까>, <새만금은 갯벌이다>, <김준의 갯벌 이야기>, <대한민국 갯벌 문화사전>,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여행>, <갯벌을 가다>, 함께 쓴 책으로 <섬과 바다의 문화읽기>, <바닷길과 섬>, <서해와 갯벌>, <서해와 조기>, <해양생태와 해양문화>, <다도해사람들>, <섬과 바다> 등 지은 책도 10여 권에 이른다. 각종 신문잡지에도 섬과 섬사람들의 삶을 소개하는 글을 계속 연재 중이다.

김준 박사는 스물두어살 무렵 격렬했던 소작쟁의의 뜨거운 기억을 품고 암태도를 찾아갔던 것이 섬여행의 시발이었다고 술회한다. 타자로서 접근했던 섬은 발길이 잦아지면서 섬과 섬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었다. 섬은 거대한 바다 위에 버티고 선, 작지만 큰 또 하나의 뭍이었고, 작은 우주다.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파도와 바람으로 일상을 빚고 소금과 김과 미역으로 역사를 꾸리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 김준 박사는 그런 삶의 풍경에 매혹되어 섬과 바다를 떠돈지 어느덧 스무 해가 넘었다고 회고한다.

김준 박사는 “어느샌가 나의 삶까지 어민들의 생태시간에 맞춰지고 있다. 봄에는 숭어를 잡는 어부가 되고, 여름에는 민어를 찾았다.

가을에는 낙지를 찾아 갯벌을 헤매고, 겨울에는 널배를 타고 꼬막을 캐는 아낙이 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섬이 품고 있는 가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속에 깃들어 있는 오래된 미래를 찾아 그는 오늘도 섬과 섬사람들의 삶을 계속 기록해나가고 있다. 그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오래된 미래가 섬과 갯벌에 있다고 굳게 믿는 ‘섬의 남자’다.

 

조선시대의 유배지는 대부분 섬이었다. 그래서인지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우선 고독감과 고립감이다. 섬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뭍으로부터 소외된 공간, 바람과 파도가 허락할 때에만 벗어날 수 있는 유배의 시간 속에 내던져진다. 섬은 인간이 자연에 맞선 삶의 터전이며, 섬사람들은 그곳에서 치열하게 삶을 엮어간다.

김준 박사는 이처럼 거칠고 모진 자연에 기꺼이 순응하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조망하고, 전복 따고 미역 뜯는 공간을 ‘생태’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저자는 섬에 발을 디디면 사람들을 살폈다. 섬사람들의 표정과 행동과 삶의 방식을 찬찬히 관찰했다.

그리고 섬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들의 신선한 삶을, 그리고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꼼꼼히 스케치했다. 그렇게 섬사람들 속으로 바닷물처럼 스며들기를 20여 년. 이제야 겨우 ‘섬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섬사람들이야말로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기, 말하자면 가장 지혜로운 인간의 생존방식을 무의식중에 실천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들의 지혜에서 뭍과 뭍사람의 미래를 찾아낸 그는 말한다. “섬이야말로 오래된 미래”라고.

 

한승원 작가는 “천체 가운데서 유일하게 물을 가지고 있는 지구라는 별에서 바다는 영원한 인류의 블랙박스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바다는 민족의 영원한 블랙박스인 것이다. 그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한반도의 영원한 미래의 보물인 것이다.

그 섬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킨다면 예측할 수 없는 새 문화들이 거듭 창출될 터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섬들의 생태연구와 인문학적인 탐사의 결과물인, 김준 박사의 이 책에는 섬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김 박사는 아주 작은 무인도까지도 탐사했고, 하나하나의 섬에 의미부여를 했다. 그것은 그 섬을 살아 숨 쉬는 존재로 섭렵했다는 것이다. 다도해지방의 모든 섬들을 짙푸른 바다에 알알이 박혀 있는 보석으로 승화시켜놓고 있는 이 책은 우리 민족의 향기로운 정신사 한 영역을 확실하게 장식하고 있다”고 평한다.

 

우리나라 섬들을 1,000개 이상 돌아다니고 섬에 관한 시집도 30개가 넘게 펴낸 바 있는 한국의 대표적 섬 시인인 이생진 시인은 <섬문화답사기-완도 편> 추천 글에서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말이 있다. 옳은 말이다. 내가 섬에 가며 경험한 말이다. 섬엔 사람이 많지않다.

그래서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사람을 만나지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섬에 가려면 그 섬에 관한 것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발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다. 나는 김준 씨와 함께 섬길을 걷고부터 내가 아는 섬길도 그에게 묻는 버릇이 생겼다. 그는 바다의 가슴 속까지 아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김준 박사와 몇차례 섬여행을 함께 다녀본 적이 있다. 그는 섬에 가면 섬의 역사를 찾아 당산을 오르고 선조들의 얼을 찾으려는 듯 다 허물어진 당집 부엌까지 샅샅이 살핀다. 갯벌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바지락 등을 캐면서 막걸리도 함께 마시고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춰 흉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섬의 남자’답게 섬사람이 되어 섬을 몸소 체험하고 가슴 속에 담는다.

김준 박사는 “섬을 오가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물때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바다이다. 잡히는 어류가 다르기 때문에 지켜보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어느 날은 등대지기(항로표지원)와 지새우고, 하루는 꼬박 배 위에서 보내기도 했다. 바람이 불어 섬에 묶이는 날도 있었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외딴 섬을 지키는 노부부에게 신세를 지기도 했다. 작은 선외기를 타고 눈과 비를 헤치며 작은 섬으로 달리던 일도 있었다. 물이 많이 빠져 선창에 배를 댈 수 없어 되돌아가는 날도 있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모두 뭍으로 나간 텅 빈 섬에서 객 만 홀로 남겨지기도 했다”고 섬 답사과정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는 책 서문에서 “완도의 바다는 동서로 70킬로미터가 넘는다. 그 위에 50여 개의 유인도와 600여 개의 무인도가 푸른 별처럼 떠 있다. 그 별로 가는 길은 완도는 말할 것도 없고 고흥의 녹동, 강진의 마량, 해남 땅끝에도 있다. 완도군이 바다를 경계로 고흥, 장흥, 강진, 해남과 접해 있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이라는 이름으로 금을 그었지만 바닷물을 따라 어류들이 오가듯이 섬사람들도 뭍과 섬을 오가며 삶을 나누어왔다. 그래서 완도를 이해하려면 고흥, 장흥, 강진, 해남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봐야 한다. 여러 곳에 뿌리를 내리고 척박한 섬살이를 해온 탓이다. 그래서 완도는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자연생태와 문화가 오롯이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김 양식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했던 곳이 완도다. 지금은 전복 양식으로 다시금 부흥기를 맞고 있으나 예전에는 미역과 다시마 양식으로 그 어느 곳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했던 곳이다. 노화도, 보길도, 소안도는 현재 전복 생산량을 좌우할 만큼 많은 양식을 하고 있다.

평일도와 생일도는 다시마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시마 양식을 주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람이 누울 자리는 없어도 다시마를 널 자리는 꼭 챙긴다. 약산도와 고금도는 매생이 생산에서 으뜸이다. 섬 주변으로 매생이발을 매달기 위한 대나무가 빼곡하게 꽂혀 있다.

매생이는 오염이 되지 않고 파도도 세지 않은 곳에서 잘 자라는데, 그런 조건을 갖춘 바다가 완도군 고금면과 약산면, 강진군 마량면과 대덕읍 사이의 바다다. 완도의 섬들은 대체로 어느 지역보다 자연생태와 문화가 잘 남아 있는 편이다. 아직도 당산제나 풍어제, 갯제가 사라지지 않고 전승되는 마을이 많다.

노화읍에 속한 넙도는 매년 정월이면 소를 잡아 당할머니에게 바치는 당산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약산면 당목리는 큰 몽돌을 신체(神體)로 모시고 정월이면 당산제를 지낸다. 현재 슬로시티로 주목받고 있는 청산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바로 땅에 묻지 않고 초분을 하는 풍습이 지금도 남아 있다.

또한 청산도에는 해녀들이 많다. 모두 제주에서 배를 타고, 신천지를 찾아 건너온 사람들로, 낯선 땅에 왔다가 그 길로 혼인하고 눌러앉은 사람들이다. 그러니 완도는 충청도의 외연열도, 동해의 독도, 심지어 러시아까지 오갈 수 있는 요지에 있었던 셈이고 뱃길이자 문화의 이동로였던 셈이다”라고 소개한다.

 

김준 박사가 완도를 누비면서 가장 마음 아프게 여겼던 곳은 소안도라고 한다. 소안도에 살던 주민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에 반대하는 조선인’, ‘불령선인’으로 낙인찍혀 감시를 받았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섬사람이 모두 항일운동가였던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 학교를 세워 우리말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면서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던 열사들이었다. 하지만 민족항일운동은 사회주의운동으로,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는 ‘반공’이라는 굴레로 바뀌어 그 어느 곳보다 시리고 아픈 세월을 겪어내야 했다.

김 박사는 또한 “동아시아의 바닷길을 장악하고 해상무역을 개척한 장보고가 세운 청해진, 노량에서 일본과 마지막으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순신이 처음으로 누웠던 고금도, 고산 윤선도가 만들려고 했던 별천지 보길도의 세연정, 오래된 미래 청산도, 임금에게 진상을 한 신비한 약초들이 많았다는 약산도, 모래울음 소리가 십 리에 이른다는 신지도 명사십리 등 완도의 섬들은 작은 덩치를 가졌지만 커다란 뜻과 유산을 간직하고 있어 자부심 만으로도 빛이 난다”고 강조한다

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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