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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작가 선인세 거품 많아…100만 달러까지쏠림 심화돼 시장 왜곡 우려 높아
마연옥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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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9  12: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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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세(先印稅)를 ‘0’로 받는 저자가 있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선인세는 팔릴 책의 인세를 저자에게 미리 지급하는 돈이다. 책을 찍기 전 판매 부수를 예상해 저자에게 ‘이 정도는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영화로 말하면 개런티에 해당된다. 이후 발생하는 인세는 러닝캐런티인 셈이다.

70만부 판매된 시선집 '시가 내게로 왔다'(전 5권)는 선인세(先印稅)가 '0원'이었다. 저자가 출판사로부터 계약금을 받지 않았다. 김용택 시인은 2001년 이 시리즈가 시작될 때부터 "선인세는 필요 없고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가 늘 그런 것은 아니다. "김용택 시인이 선인세를 과하게 요구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출판사도 있다.

'에디톨로지'를 쓴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도 선인세를 받지 않았다. 주명석 21세기북스 이사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선인세 없이 책을 진행한 사례가 여럿 있다"며 "집필이 밥벌이(전업)냐 아니냐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수 대담집 '청춘의 문장들+', 김중혁 산문 '모든 게 노래'도 선인세가 없었다.

해외 번역서의 선인세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2만달러를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스타작가의 몸값’인 선인세 논란이 불거진 것은 1993년 알란 폴섬의 ‘모레’ 부터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20만 달러를 선인세로 지급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출판 시장이 커지고 ‘유명작가+흥행 부증수표’로 통하며 선인세는 고공행진을 했다.

2000년대 들어 10만달러, 20만달러가 우습게 여겨졌다. 그러다가 2008년에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컴퓨터 공학 교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가 64만달러를 기록하면서 곧 100만달러 돌파가 점쳐졌는데 이 기록을 댄 브라운의 신작이 보란 듯이 넘겨버렸다.

이는 일본 출판계와도 비교가 된다. 일본은 해외 작품에 선인세 10만 달러 이상은 안 주는 것을 불문율로 여겨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하루키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90년대 중반 <태엽 감는 새>의 선인세는 q만5000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해변의 카프카>의 선인세는 전작의 20배로 오른 3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는 2009년 <IQ84>의 판권을 8000만엔대(약 10억원)에 샀다.

선인세 100만달러짜리 책 초기에만 반짝 슬그머니 사라져

외국 작가의 ‘선인세 인플레이션’은 우리 출판계의 한 특징이다. 2009년 댄 브라운의 <로스트 심벌>의 선인세 100만 달러(11억 여원)의 시대를 열었다. 이 책은 잠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별 힘도 쓰지 못하고 슬그머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사라졌다. 이 책의 선인세는 매우 과도한 투자였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문학수첩은 전세계에서 64개 언어로 번역돼 4억 부가 팔려나간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번역본을 펴내 2000만 부 이상 판매한 출판사다. 원래 이 소설의 출발은 매우 미미했다.

중고 타자기로'해리포터'의 최종원고를 타이핑한 조앤 K. 롤링은 원고를 복사할 돈이 없어 한 번 더 타이핑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이 원고는 영국의 12개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끝에 블룸스베리 출판사에서 받아들여졌고, 1997년 6월26일 첫 권'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이 초판 500부로 출발했다.

하지만 1997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미국에서 출간할 원고를 찾고 있던 스콜라스틱 출판사의 편집이사 아서 레빈의 눈에 띄면서 이 책은 마법에 걸린 책으로 거듭난다.

첫 권이 발매된 지 불과 사흘 뒤 블룸스베리는 이 책의 미국 내 판권을 입찰에 부쳤는데 레빈은 전례 없이 높은 가격인 10만5000달러에 판권을 사들였다. 출판을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대하는 미국인들은 무명 저자를 띄우기 위한 방편으로 높은 선인세를 주고 이를 홍보하기도 하는데 '해리포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스콜라스틱은'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이라는 제목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이름을 바꿔 1998년 8월 초판 5만부를 발행했다. 이후 이 시리즈는 세계 최초의 신화를 써나간다.

스콜라스틱이 10만5000달러나'질렀다는'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한국의 출판사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곱 권이나 되는 이 책의 선인세가 걸림돌이었다. 당시 권당 선인세가 1만5000달러였으니 10만5000달러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의 명망 있는 출판사들도 모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이 책의 판권을 확보한 출판사는 뜻밖에도 어린이 책을 펴낸 경험이 전혀 없는 문학수첩이었다. 문학수첩의 편집자가 다섯 번이나 사장을 설득해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고 하는데 그 편집자는 바로 문학수첩 김종철 사장의 딸이었다.

판권 확보 위한 과열경쟁으로 선인세 치솟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몇 년의 침체 끝에 이런'신화'가 탄생하자 국내 출판사들은'블록버스터'에 눈독을 잔뜩 들이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등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밀리언셀러가 된 책들이 자주 출현했다.

때마침 미국의 자기계발서가 주목을 받자 국내 출판사들의 판권 확보 경쟁은 과열 양상으로 번졌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순위는 어느새 미국의 베스트셀러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2004년에는 댄 브라운의'다빈치 코드'가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 붐을 선도하며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다. 전 세계를 휩쓴 이 소설은 국내에서만 4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출판의 전 분야에 걸쳐 외국의 빅 타이틀이 국내 시장을 관통하자 출판기획자들은 '아마존 강가'(미국의 최대 온라인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 놀면서 '수석'을 고르기 시작했다. 잘생긴 돌 하나 잘 주워서 언론에 홍보가 잘되면 대박 신화를 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간신문의 출판담당 기자들도 번역서가 출간되면 아마존의 순위부터 확인해 높은 순위일수록 대서특필할 정도였다. 이즈음 문학수첩이 댄 브라운 신작에 대한'선인세 지르기'를 감행한 것이다.

선인세가 갈수록 치솟는 것은 당연히 판권 확보를 위한 과열경쟁 때문이다. 일부 저작권 회사는 빅 타이틀은 어김없이 공개입찰에 부친다. 심지어 규모가 작은 출판사가 어렵사리 좋은 원고를 발굴해서 저작권 계약을 요구해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방적으로 경쟁 입찰에 올려버린다. 그러다 보니 빅 타이틀의 경우 10~15개의 출판사(요즘은 그 숫자가 다소 줄었다고 한다)가 노름판에서처럼 판돈을 놓고 막가파식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일본 소설 선인세 2000년대 초반 수십만엔 이하였지만 10배 이상 뛰어

   
 
2005년에 번역 출간된 나오키상 수상작 '공중그네'로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오쿠다 히데오는 한때 한국에서 가장 잘 통하는 일본 작가였다. 이후에 내놓은 '남쪽으로 튀어'가 25만 부, '인 더 풀'이 20만 부 이상 팔렸다. 주가가 치솟은 그의 소설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출판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최근 그의 신작 에세이에도 1억원 이상을 줬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그의 신작들은 이제 국내 독자에게서 큰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들이 작가를 키우려는 노력을 기피하는 데다 워낙 경쟁이 심해 국내 독자의 욕구나 시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출간하면서 독자의 '신뢰'를 급격하게 잃었기 때문이다.

2009년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인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소설이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그의 소설들도 선인세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제는 300만엔을 주지 않고는 판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나돌지만 그의 소설에 대한 국내 반응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일본 소설에 대한 선인세는 2000년대 초만 해도 보통 수십만엔 이하에 머물렀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큼 유명세를 얻은 작가의 작품은 300만엔 이상을 넘어선다고 한다. 적어도 10배 이상 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행보는 결국 출판사의 경영을 압박하게 마련이다. 무리한 선투자를 하고도 판매가 지지부진하면 출판사가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일본소설 자체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 20년 이상 일본소설을 번역해 이름이 알려진 한 중견 번역가마저 올해 초 3개월 동안이나 단 한 건도 번역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을 느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공식적인 일본소설의 출간 종수는 줄지 않았지만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하는 일이 많아지고 시리즈물이 늘어난 점 등을 감안하면 신간소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알랭 드 보통도 우리 출판시장에서 결코 '보통'이 아닌 작가다. 그의 책은 20여 권이나 번역 출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 그의 신작은 이제 선인세로 최소 2억원은 줘야 한다는 소문이 나돈다.

출판사 입장에서 거액의 선인세는 모험이다. 선인세만큼 책이 팔리지 않으면 고스란히 출판사의 부담이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보통의 책을 많이 펴낸 두 출판사가 부도가 났다.

'불안' '여행의 기술' '일의 기쁨과 슬픔' '행복의 건축' '동물원에 가기' 등을 펴낸 이레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드 보통의 삶의 철학 산책'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등을 펴낸 생각의 나무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태동출판사도 최근 부도가 났다.

출판계에서는 이 출판사들이 과도한 선인세 경쟁으로 결국 도산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 3부작이 대단한 인기를 얻은 후부터 보통의 책들이 일정한 판매부수를 기록하더라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작가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지 않았으니 작가의 생명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두 출판사가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판권기한이 만료된 책들은 다른 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가고 있었다. 같은 책이 제목이 바뀌고, 발행 출판사의 이름도 바뀌면서 보통의 인기도 점차 하락했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미국에서 선인세 7만5000달러 받아

최근 선인세 경쟁이 스테디셀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국서적의 경우 5년 기한으로 저작권 계약을 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자동 연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유명 저자가 위력 있는 신간을 펴내는 경우 그 저자의 신간과 구간을 패키지로 묶어 재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마케팅 비용을 들여 일정한 시장성을 확보해놓은 책을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 출판업계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례가 늘어날수록 출판계의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늘어날수록 출판사는 책에 대한 장기투자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모두가 망하는 지름길로 치닫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 판권이 김영사에서 와이즈베리로 넘어가면서 두 출판사가 감정싸움을 벌였다. 김영사가 5년 전 선인세 2만달러에 계약한 그 이니문서는 123만부 판매됐고 샌델은 인세로 14억7000만원을 받았다. 계약 연장을 위해 선인세 20만달러를 준비했지만 더 높은 액수를 제안한 와이즈베리가 판권을 따냈다.

제목과 번역, ‘200만부 돌파’ 과대 광고가 논란이 됐지만 샌델도 ‘돈이면 다 통한다’는 논리로 출판사를 갈아탄 것이다.

저자가 받는 인세는 보통 책값의 10%다. 베스트셀러 자자는 높은 선인세를 요구할 수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설파한 맬컴 글래드웰은 한국으로 초청하는 데만 하루 10만달러 (시간당 4167달러)가 든다.

국내 작가의 경우는 해외작가에 훨씬 못 미친다. 신경숙․공지영․김훈․황석영 등 이른바 ‘빅4’의 선인세는 1억원정도로 알려져 있다. 주요 작가는 3000~5000만원 정도다. 한 문학 출판사 관계자는 “작품을 낼 때까지 오래 기다리는 경우도 많아 국내 작가의 선인세는 오히려 계약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경숙의 경우 좋은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자신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우리도 선인세 7만5000달러를 받고 우리 문학작품을 세계 시장에 당당하게 내놓은 것이다. 이 소설은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이미 28개국에 저작권이 수출됐으며 앞으로 40~50개국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연옥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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