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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논란 속 연착륙"올해 출판업계 화두는 감동, 지난해는 감정"
주엽 기자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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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9  11: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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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출판산업 콘퍼런스-통계 발표 및 결산과 전망'이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4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올해의 화두는 감동을 꼽았다. 2014년도의 화두는 단연 '감정'”이었다고 진단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소개하면서 “감동의 이면에는 분노라는 게 있다”며 “이 영화의 흥행을 삼포·사포 세대인 20대가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문을 나서는 순간 취업이 안 되기 때문에 에스엔에스(SNS)등에서 감동할 준비는 물론 분노할 준비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한해의 책값 전망에 대해서는 ‘출판계의 보급판 기획, 재정가제의 본격 시행, 합리적 가격 책정 등으로 책값은 종전 수준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많은 우려와 논란 끝에 도서정가제가 도입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도 출판계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도서정가제는 어떻게 도입됐나?

지난해 10월 26일 경기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민음사 서고에서는 ‘패밀리 세일’이 열렸다. 매년 가을 제작‧유통 과정에서 약간 흠집이 난 ‘리퍼도서’와 재고 위주로 민음사 8개 브랜드 책들을 50~&)% 싸게 파는 행사다.

이 행사 안내 포스터에는 예년과 달리 ‘마지막 세일’이란 문구가 들어가 있다. 서울 진고나동에서 어린 아이 두명, 남편 등 온 가족과 함께 온 주부 김선미 씨는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이런 행사를 못 한다고 해서 ‘마지막 세일’이라 들었다”며 “앞으로 중고서점 아니면 이런 가격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좀 무리해서 많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새 도서정가제는 지난해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통과함으로써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된 도서정가제 내용이 담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지난해 4월 29일이었다.

그날 통과된 법안의 요지는 △도서정가제 대상 범위를 모든 도서로 확대(부분정가제 폐지) △18개월이 경과한 간행물에 대해 정가제 적용(시한정가제 폐지)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적 이익(간접 할인) 제공을 자유롭게 조합해 판매하되, 가격 할인은 정가의 10% 이내로 허용 △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의 경우 도서정가제 적용 △장기 표시 및 판매 등의 규제에 대해 3년마다 검토하도록 규정하는 것 등이다.

이 법안은 당초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업계가 어정쩡하게 타협한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2013년 1월 9일 출판계와 서점계의 요청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원안은 정가의 10%만 할인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인터넷) 서점이 부분정가제와 시한정가제를 수용하되 총할인율이 19%(10% 이내 할인과 10% 이내 경품)인 현행 체제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바람에 법안은 표류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합의안 마련에 돌파구가 뚫린 것은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부터다. 문화부 중재 아래 출판계(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와 유통업계(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서적경영협의회,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소비자단체(소비자시민모임,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의 실무책임자가 참여해 전체 회의 세 차례, 온․오프라인 서점계 회의 여섯 차례를 거친 끝에 총할인율 15%에 합의했다.

이후 2월 25일 합의 내용을 담은 도서정가제 확대 개정 법안 제정을 위한 협약이 체결됐다. 문화부는 이 과정에서 10%와 19%의 중간인 할인율 15%안을 제시하고 온․오프라인 서점계 양쪽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이 마련되자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국회는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주요 쟁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법안이 만들어지는 바람에 논란의 불씨가 생겼다.

이후 문화부가 졸속으로 마련한 시행령에 대해 출판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도서정가제 논란은 다시 시작됐다. 더구나 온라인 서점들이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90%까지 할인해주는 ‘마지막 폭탄세일’을 하면서 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출판업계가 반발하자 문화부는 뒤늦게 시행령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로 결정했으나 법제처 등 관련 부서의 반대로 모두 수용되지 못한 채 차후로 미뤄졌다. 시행령에서 논란이 된 것은 6가지다.

오픈마켓 등 판매를 중개하는 자를 판매자에 포함할지 여부, 외국에서 간행한 뒤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는 책의 도서정가제 적용 여부, 임의 세트 도서의 정가제 적용 여부, 기증받은 책을 중고도서로 인정할지 여부, 제휴 카드사 등 3자가 제공하는 경품의 인정 여부, 과태료 증액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거의 해결되지 않은 채 지난해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매출액,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그러나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안정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2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유통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우려했던 반발이나 판매량의 급감 없이 판매량과 출간종수가 소폭 감소하는 가운데 신간의 평균 정가는 10%정도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부터 12월 21일까지 한 달여간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97.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영업점과 온라인 부문이 각각 97.6%와 97.1%로 부문별로도 큰 영향은 없어 보였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경우에도 종수 기준으로는 15.4%가 줄었으나, 매출액 기준으로는 6.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정가제 시행 이전 반짝 특수를 고려하면 상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도서정가제로 인한 할인 효과가 없어져 구간 도서의 구매 부담이 늘어난 반면, 신간의 경우 평균 정가가 낮아져 신간 위주의 구매자들은 오히려 가격인하 효과를 누리게 됐다는 평가다. 신간의 할인폭은 정가제 시행 이전과 이후가 같기 때문이다.

기존 정가제의 예외에서 새롭게 정가제 대상이 되면서 그간 시장의 집중적인 우려 대상이 됐던 초등학교 학습참고서의 경우에는 다소 부담이 커질 우려도 없지 않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년의 인상폭과 튼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가계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편법 할인’에 우려의 목소리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유아교육박람회에서 출판사 2곳이 15%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팔다가 정가제 위반으로 적발됐다.

또 연말을 맞아 온라인 서점에는 장난감과 책을 묶은 세트 상품을 통해 책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세트 상품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아닌 일반상품으로 등록돼 정가제 적용이 안된다. 책 크기와 종이 질을 조금만 변형시킨 후 홈쇼핑을 통해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새 정가제의 사각지대만 연구하는 출판사가 많다’란 소문이 돌 정도이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새 정가제에서 세밀히 정리하지 못한 부분은 시행령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 프랑스는 2년 동안 최대 5%

출판사가 정한 가격대로 팔게 하는 제도인 도서정가제는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됐다. 영국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에서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으로 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판업자와 서적상들이 도서의 판매가격을 고정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에선 대부분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들 중에는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14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권 국가들은 ‘자유 가격제’다. 박익순 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프랑스와 독일 등은 도서정가제를 지속 가능한 출판산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정책 도구로 보고 있다”며 “반면 영미계 국가들은 고정 가격이라는 개념 자체를 자유시장경제의 ‘경쟁 법률’에 모순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발행 후 일정 기간 동안 할인율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일은 발행 후 18개월 동안 할인을 아예 못하도록 규정했다. 프랑스와 소스트리아, 스페인 등은 발행 후 2년간 5% 이내에서 할인을 허용한다.

지난해 출판시장, 소설 미디어셀러 강세 두드러져

특히 지난해는 소설의 해였다. 소설은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6종이나 이름을 올렸다. 문학의 강세 이후 출판 시장이 활기를 보였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도 높았다. 다만 소럴의 판매량이 다소 줄어들고 국내작품이 부진했던 면도 보였다.

지난해 12월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4년 베스트셀러’를 보면 1위를 차지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 <미 비포 유>(살림),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비룡소) 등 종합 순위 10위권에서 6종이 소설이다.

교보문고가 지난 1981년 베스트셀러를 집계한 이후 소설이 연간 베스트셀러 10위권에서 절반 넘게 차지한 경우는 1981년, 2002년에 이어 지난해가 세 번째였다. 아울러 지난 2004년 <연금술사>, 2009년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올해는 <창문 넘어 도망친…>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하면서 소설이 5년마다 1위를 차지하는 공식이 성립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작품은 10위권에 턱걸이 한 <정글만리 1>(해냄)에 불과했다. 국내 소설 중 2위는 김진명 작가의 <싸드>였으나, 종합순위는 36위에 그쳤다.

윤태호의 만화 ‘미생’도 동명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판매량 200만부를 돌파했다. 분야별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 인문분야는 인문학 열풍이 이어지면서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자기계발 분야는 20대들의 멘토를 자처했던 저자의 활동이 줄면서 뚜렷하게 감소했다.

반면 외국 작가의 소설은 저명 작가의 작품보다는 요나스 요나손, 조조 모예스, 케이트 디카밀로 등 국내에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쓰는 등 관심이 쏠렸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문학의 강세가 이어진 뒤 밀리언셀러가 탄생하는 등 출판시장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에 어떤 책이 독자의 주목을 받게 될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엽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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