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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마을에 가을 빛을 비추다현실과 추억이 다닥다닥 묻혀 더 아린 마을
김영순 기자  |  jjim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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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03  13: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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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홍제동 산 8-91번지. 개미마을.
개미마을에 가려면 지하철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로 나와 뒤편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7번을 타고 5분 정도 달려 종점에서 내린다.
종점에 다다르니 서울 시내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의 여느 달동네가 그렇듯 이곳 개미마을도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낮은 담벼락 하늘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알록달록 동심을 입고 발랄한 여름을 나고 빼꼼히 가을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붕 아래 지붕이 보이고 지붕 아래 또 지붕이 기대고 있었다.
개미마을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 다닥다닥, 오밀조밀 연결돼 있어 개미마을이 아니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개미처럼 쉴 새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요즘엔 개미마을 방문객들은 대부분 카메라를 챙겨온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을이라 흔적을 담고 순간을 포착하고자 셔터를 눌러댄다.
거북이, 해바라기, 여우, 돼지들이 그려진 골목길 풍경과 담장들에도 색색의 벽화들이 그려지고 마을은 마치 어릴 적 동화 속 풍경처럼 깊게 혹은 말갛게 발효돼 있다.
세월이 흘러 유화는 벗겨지고 여전히 길은 가파르고 힘겹지만 평탄치 않은 그간의 삶의 풍경이 구석구석 고스란히 남아있다.
서울의 몇 남지 않은 달동네, 벽화가 그려진 홍제동 ‘개미마을’에도 가을 빛이 비추려나.

 

   
 

 1000만 관객을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여섯 살 지능을 가진 사내 용구(류승룡)가 지독한 누명을 쓰는 얘기다. 교도소에 가기 전 용구가 초등학생 딸 예승이(갈소원)와 오순도순 살던 산동네가 바로 서울 서대문구 홍제 3동의 개미마을이다. 영화에는 아주 잠시 등장했지만, 부녀의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가 잊지 못할 만큼 행복해 보였다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가파르게 자리잡은 이 마을은 210여가구 주민 중 많은 이들이 일용직 노동자이거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이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주변이 온통 바위산이라 개발도 쉽지 않고, 개발이 된다고 해도 지금의 개발정책은 그들을 또 다른 사지로 몰아낼 뿐이다. 그냥저냥 체념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듯해 마음이 더 아리다.
마을 곳곳에 이들이 기른 배추, 상추, 호박, 깨, 부추 등 먹거리가 감추며 소리없이 자라고 있다.
개미마을은 한국 전쟁 이후 갈 곳이 없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1983년에 ‘개미마을’이라 이름이 붙여졌단다.
이렇게 삭막한 마을에 2009년 여름부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금호건설에서 ‘빛 그린 어울림 마을’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마을 담장이나 벽에 그림을 그려 주게 된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건국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상명대학교, 한성대학교 등 5개 대학 미술 전공 학생들이 참여해 마을 곳곳 담벼락에 51가지의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별 볼일 없고 을씨년 스러울 동네가 벽화 하나만으로도 정말 따스한 동네로 바뀌었다.
미대생들의 담장과 벽에 그린 그림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봄 속 갤러리다.
개미마을은 이때부터 거듭나게 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을 윗 부근에 위치한 해바라기 벽화였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드는 이 그림은 마을의 대표적인 마스코트다. 벽화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어둡고 암울하기만 했던 마을에 생기가 살아나고 벽화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낡고 허물어진 건물과 계단 등에 그려진 벽화를 보면서 희망의 빛을 찾아보려는 몸부림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엔 붓으로 그린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삶의 그림들이 있어 가슴이 먹먹하다.
잿빛 벽에 피어난 해바라기와 알록달록한 꽃들. 흐릿하게 하트가 그려진 계단, 귀여운 표정의 동물 그림까지 다양한 어울림 벽화는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여려 겹의 삶의 무게로 지친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내려놓게 하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개미마을에도 꿈과 희망이 넘실대는 날을 마주하리라.
사는 게 다 거기가 거기다. 걸림돌이 된 그들의 삶이 이제는 디딤돌로 엉겨붙어 정겨워진 개미마을이 더 아름답다. <사진=조경숙>

김영순 기자  jjim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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