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이슈
‘로스쿨’ 이대로 괜찮은가높은 수입은 옛말 … ‘노는 변호사’ 부지기수
마연옥 기자  |  k-today@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11.04  12:06:4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이제 사법고시가 신화이던 시대도 막을 내렸다. 법조계가 수난의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만 매년 1500명가량의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법률시장 개방과 함께 외국법자문사들이 국내에 활발히 진출하면서 중소 로펌을 물론 대형 로펌까지 위기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25일자로 대한민국의 2만 번째 변호사가 등록을 마쳤다. 변호사 숫자가 8년 만에 2배로 늘어 그야말로 변호사가 넘쳐난다. 지난 2002년에 비해 변호사 수는 10배 증가했지만 사건 수는 별 차이가 없어 1인 변호사 사건 수임 건수는 연평균 33.3건에 불과하다.

변호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한 달 평균 2건밖에 수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큼직한 건만 맡던 대형로펌들도 작은 형사 사건까지 챙기고 있고, 규모가 작은 곳들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사정이 한층 딱해진 개인변호사들은 보다 안정적 수입원을 얻기 위해 ‘휴업’을 신청하는 사례가 나날이 늘고 있다. 이른바 ‘노는 변호사’는 전체의 15%에 육박한다.

휴업변호사 수는 2010년 1539명, 2011년 1631명, 2012년 2002명, 2013년 236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높은 수입도 옛말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기준 3년전 하나달 평균 350만원 선이었던 임금은 지난해 300만원 선 아래까지 떨어졌다.

서울변호사협회의 회비는 한달에 5만원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회비 미납자는 9724명 회원 중 120명에 달했다. 서울변협 관계자는 “요즘 변호사들 중에는 변호사 회비를 내지 못하겠다고 아예 변호사회 등록을 빼달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국 25개 학교에서 매년 2000여명이 입학하지만 실무교육 턱없이 부족

“이름만 법학전문대학원일 뿐 법학과 학부 수업이랑 내용이 똑같다”

우리나라에 로스쿨 제도는 지난 2009년 3월 처음 도입됐다. 법률을 배우기 전에 법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학문을 이수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학부 전공과 관계없이 4년제 대학 졸업자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통과하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다.

입학생은 최소 6학기 이상을 이수하면 변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기존의 사법시험과는 달리 응시 횟수가 제한된다. 기존의 사법고시는 2009년부터 8년 동안 로스쿨 제도와 병행해 실시되다 2017년 이후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로스쿨제도는 전국 25개 학교에서 도입돼 매년 약 2000명의 신입생이 입학하고 있으며, 지난해 첫 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어 변호사 수는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로스쿨이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변호사 시험’준비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로스쿨의 강의내용이 학부(법대)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무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도권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A(26세)씨는 “이름만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었지 법학과 학부 수업이랑 내용이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교수는 학부 때랑 똑같은 교재를 쓰면서 판례 이야기는 거의 안 하고 이론만 읊어대죠. 형법 교수는 소수 학설인 자기 학설 위주로 가르치고 거기서 시험을 냅니다. 교수들을 믿을 수 없어 인터넷 동영상으로 신림동 강사들한테 배워요. 배우는 건 학부랑 똑같은데 등록금은 왜 서너 배 비싼지 모르겠어요.”라며 푸념 섞인 말을 내뱉었다.

이처럼 로스쿨 학생들은 로스쿨 커리큘럼과 강의 내용이 과거 학부의 법학과 수업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게다가 로스쿨의 높은 학비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현재 국립대 로스쿨은 연간 965만~1346만원, 사립대 로스쿨은 1545~2084만원의 높은 등록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돈스쿨’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로스쿨에 다니는 것이 사법시험을 치를 경우와 비교했을 때 드는 비용이 연평균 두배 비용이 든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전북대 경영학과 천도정 교수와 중앙대 경영학과 황인태 교수가 지난 7월30일 발간한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유인 실증분석’ 논문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연평균 2218만원, 총 1억579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법고시는 시험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6.79년간 연평균 933만원, 총 6334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로스쿨 출신 검사가 실무 능력이 우수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로스쿨 출신 전 모 검사가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건 뿐만 아니라 실무에서도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로스쿨 출신은 법무연수원에서 1년간 연수를 밟게 하는데도 로스쿨에서 제대로 실무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검사 임용도 법원처럼 로스쿨 출신에 한해서는 즉시 임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법원은 법조 경력 3년 이상인 사람에 한해 법관을 임용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즉시 임용하고 있다.

3년간 학비 포함 1억원 가까이 썼는데 지금 받는 월급은 고작 350만원

사법시험은 합격 후 2년간 연수원에서 실무 교육을 받은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균등한 능력을 갖춘 데 비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로스쿨별로 비중을 두는 선발 요건(학점, 자기소개서, 면접, 법학 적성시험 성적 등)이 달라 학생들의 경력이 다양한 데다 짧은 기간에 방대한 법학 이론과 실무를 습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개인 역량에 따라 차이가 벌어진다.

특히 서울과 지방 로스쿨은 같은 로스쿨 내에서도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실력차이가 심하다.

전문 특기와 유창한 어학 실력을 겸비한 상위권 학생은 법원 검찰 대형 로펌이 서로 데려가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로스쿨 출신들은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직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연수원 출신들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중소 로펌의 한 변호사는 “기본적인 법리, 절차법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을 일을 시켜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B(32세) 변호사는 “3년간 학비를 포함해 1억원 가까이 썼는데 지금 받는 월급은 고작 350만원”이라고 하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 월 300만원 이하의 보수를 제안하는 곳도 많다”고 했다.

로스쿨 학생들의 ‘취업전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검사로 임명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로 취직을 해야 한다. 의사 ‧ 회계사 ‧ 변리사 ‧ 세무사 등 자격증에다 성적이나 인맥이 좋은 학생들은 대형 로펌에 ‘입도선매’돼 여유가 있지만, 이도저도 아닌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법연수원보다 특정학교 쏠림현상이 더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법무부가 임용한 로스쿨 출신 검사 114명 가운데 29.8%가 특목고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 3구 고교와 검정고시 출신을 더하면 45.6%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임용한 사법연수원 출신 검사 228명 가운데 특목고 ‧ 강남 ‧ 검정고시 출신은 34.2%에 그쳤으며 일반고 출신도 많았다.

게다가 서울대 ‧ 고려대 ‧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에 대한 쏠림현상도 두드러졌다. 로스쿨 출신 검사 가운데 스카이 출신은 무려 77.2%에 달했는데, 같은 기간 사법연수원 출신 검사는 66.2%에 그쳤다. 사법연수원 서열주의와 서울법대 학벌주의를 타파한다며 도입한 로스쿨은 오히려 특정 계층과 대학 출신 편중이 더욱 심해진 셈이다.

법부 법인 모 변호사는 “로스쿨 시스템을 두고 당초 사회적 기대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입학 절차의 투명성과 비싼 학비, 변호사 시험 합격률, 변호사 자격 취득 후 연수 제도, 로스쿨 변호사의 취업난 등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스쿨은 학업과 취업준비를 병행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3년 동안 압축적으로 법 지식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인턴, 입사 지원 준비, 변호사 시험 등 취업 부담감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3년 동안 학업에만 집중하고 취업 시장에 나와야 하지만 현실은 로펌에서 1학년만 마친 학생도 관심을 갖고 학교로 찾아와 접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일찍이 인턴 기회를 얻은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학생들 사이에 심리적 불안감으로 작용한다. 대부분 검사가 되거나 로펌에 들어가길 원하지만 실제 로펌에서 뽑는 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로스쿨제도 개혁과 사법시험 존치문제 둘러싸고 갑론을박 이어져

서울 지역 로스쿨 학생 C(33세)씨는 “한 학생이 대형 로펌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갑자기 그에게 동료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한다”며 “입사가 확정된 학생이 로펌에 다른 학생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 취직이 결정되는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취직 여부에 따라 학생들 간 ‘갑‧을 관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에 취업한 D(32)씨도 “평소 소원하던 동기들까지 갑자기 연락을 하고 꽃까지 보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E(31세)씨는 서울 중위권 로스쿨 출신에 학점도 하위권이었지만 20위권 로펌에 취직했다. 주변에서 “어떻게 들어갔느냐”고 묻자 그는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버지 덕을 안 봤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씨 아버지는 정부 중앙 부처 고위 관료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로펌뿐만 아니라 중소 로펌의 인턴 경쟁도 치열하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중소 로펌에 취업해 일단 실업자 신세를 면할 수 있고, 대형 로펌에 취직하는 ‘징검다리’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에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어려우니 작은 로펌에서 시작해 더 큰 로펌으로 순차적으로 이직하는 것을 생각하는 학생도 많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 분위기는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로스쿨제도 개혁과 사법시험 존치문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사법시험이 2017년 폐지되면서 법조인 양성제도는 로스쿨로 일원화될 예정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법조인이 되기 위해선 로스쿨을 꼭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고졸출신 법조인은 더 이상 나올 수 없게 된다.

지난달 18일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의 폐지를 막기 위해 ‘사법시험존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법시험은 헌법이 정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시험이라는 취지라는 것. 따라서 사법시험은 누구나 노력하면 빈부나 환경, 배경, 나이, 조건 등에 좌우되지 않고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 자격시험이라는 것이다.

 

마연옥 기자  k-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국회 개원 이후 최초 원가검증기구 운영한다
2
완도군, 4개 권역 352억 투입 어촌 성장 이끈다
3
맑은 하늘이지만 황사 영향, 큰 일교차 주의해야
4
산자중기소위, 코로나 피해 지원 위한 추경예산 수정의결
5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후보 적합도 39.1% 단연 1위
6
박영선·오세훈, 'MB아바타'·'독재자 아바타' 설전
7
박병석 국회의장,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과 첫 화상회담
8
[국회] 임신 중인 근로자도 육아휴직 가능해진다
9
매년 4월 12일, ‘도서관의 날’로 정한다
10
국회 정무위원회, 안정적인 서민금융 재원 확보 방안 마련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513) 서울특별시 금천구 벚꽃로234 | 대표전화 : 02)702-0111 | 팩스 : 070-4275-1429
잡지사업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5 | 등록일 : 1982년 12월 23일 | 인터넷신문사업등록번호 : 서울 아03244
회장: 임윤식 | 사장: 정희돈 | 편집국장 : 정재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재형
Copyright © 2013 오늘의한국.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