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태나무는 우리나라 곳곳에 널리 자라지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려한 꽃을 피우거나 남다르게 웅장하고 멋이 있는 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평범하고 볼품이 없지만 그 속에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뛰어난 약효를 감추고 있는 나무다.

그러나 이 나무의 뛰어난 약효에 대해서 아는 한의사나 민간 의학자들은 드물다. 각종 암이나 비염, 뼈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특히 감태나무는 새순이 주홍빛으로 돋아나고 가을에 단풍도 주홍색 또는 주황색으로 든다. 이듬해 새순이 돋을 때까지 말라죽은 잎이 가지에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암수딴그루로 4월에 잎과 함께 잎 사이에서 연한 노랑색의 작은 꽃이 핀다. 그리고 9월이 되면 둥근 열매가 까맣게 익는다.

일본에서는 흉년이 들면 잎을 가루 내어 곡식과 섞어 먹었다고 한다. 향기가 좋아서 껍질과 잎, 잔가지를 향료로 쓸 수 있다. 남쪽 바닷가 지방에 주로 많이 자라며 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받으며 자란 것이 향기가 더 진하다.

감태나무의 잎에는 정유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정유 성분들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통증을 없애는 작용을 한다. 잎, 잔가지, 열매, 뿌리를 약으로 쓰고 열매는 맛이 맵고 성질은 매우 따뜻하며 독이 없다. 풍습을 없애고 어혈을 삭이며 경락을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풍습성 관절염이나 신경통, 손발이 저린 데, 관절통과 근육통, 배가 차갑고 아픈 것, 타박상, 여성의 산후통, 뼈가 허약한 데, 허리와 무릎이 약한 것이나 아픈 데 등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특히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오래 달여 먹으면 뼈가 무쇠처럼 튼튼해지며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세게 부딪혀도 여간해서는 뼈가 부러지지 않고 골다공증을 비롯한 온갖 뼈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

중풍으로 인한 언어장애 가슴과 배가 차가워서 생긴 통증을 낫게 하며 체한 것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중풍으로 쓰러져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는 감태나무를 말린 열매와 순비기나무 열매를 각각 5g을 함께 짓찧어 끓는 물에 담가 우려내어 마시면 효험이 있다.

가슴과 배의 냉증으로 호흡이 곤란할 때에는 감태나무 열매 40g에 돼지허파 한 개에 좋은 술을 적당하게 붓고 설탕을 약간 넣어서 달여 먹으면 매우 효과가 좋다. 감태나무 열매 한 가지만을 물로 달여 복용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풍습이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이 저리고 시릴 때에는 감태나무 40~80g 돼지 무릎 1개, 좋은 소주 200밀리리터에 물 1리터를 붓고 약한 불로 오래 달여서 그 물을 하루 두 번 밥 먹기 전 공복에 마시면 좋다. 감태나무만 달여 먹어도 효과가 좋으나 술이나 돼지 무릎을 더하는 것은 약효를 더욱 강하고 빨리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다.

산에서 다리를 삐거나 뼈를 다쳤을 때 잎과 잔가지를 짓찧어 붙이고 천으로 싸매면 곧 통증이 멎고 부은 것이 내리며 멍든 것이 풀리며 뼈가 발리 아물어 붙으며 상처가 곪지 않는다.

그리고 암이나 비염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위암이나 폐암, 식도암, 자궁암 등에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다.

남해안이나 지리산 자락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위암이나 자궁암, 식도암 환자가 감태나무 기름을 내어 복용해 치유된 사례가 더러 있다.

'행복이나 여유로움'도 이런 것이 아닐까?

12년 전 어느 날, 육지에 있는 대학연구소에서 감태나무를 찾았다

감태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나무로써 혈액순환 개선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는 곶자왈 지역이나 바닷가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지금은 멀리 있는 감태나무라 할지라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때는 내가 약초에 전문가라고 할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식물 한 가지를 찾는 데에만 몇 개월씩 걸리곤 했다. 감태나무를 찾으러 제주도 여기저리를 돌아다녀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아침에 식물도감을 꺼내 감태나무를 찾아서 잎이며 나무줄기를 찬찬히 살펴봤다. 그리고 제주 동쪽 선흘 지역에 감태나무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그 쪽 지역으로 집중적으로 찾아다녔다.

하지만 1주 여일을 하루 온종일을 찾아다녀도 도대체가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찾을 요량으로 성산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서 헤매고 다녔다.

성산은 내가 사는 금능과는 정반대 지역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곳까지 가려면 2시간은 달려서 온종일을 헤매다보면 지치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학연구소에서 보내달라는 연락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식물을 한번 찾기 시작하면 찾을 때까지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는 스타일이었다. 이 때문에 이러한 행동들이 가끔은 비효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육지연구소에서 계속 전화는 오고…도대체 이 나무가 어디 숨었는지 찾을 수는 없고, 그야말로 애가 탔다. 근 한 달이 다 되었을 무렵, '이제는 어쩔 수가 없구나'! 하는 포기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연구소에 전화를 해서 뭐라고 얘기하나 이 궁리 저 궁리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기다리게 해놓고 괜시리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집 앞에서 뭔가 번쩍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바로 집 앞 다리 왼쪽 편으로 감태나무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 달 내내 선흘이며 성산 일대를 그렇게 찾고 찾았던 그 나무, 바로 코앞에 두고 그렇게 온갖 고생을 해가며 찾아다녔던 것이다.

처음 한번이 어렵지,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집주변에서만도 여기저기 20여 그루이상 서식하는 흔하디흔한 나무였던 것이다. 그때 나는 문득 '행복이나 여유로움'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마음은 늘 외부로 향해 있어서 물질이나 부로 채우려 하지만 마음은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기증에 시달리곤 한다.

행복을 이제는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작지만 소중한 것에서부터 말이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던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다.

내가 감태나무를 가까운 집 앞에서 찾았던 것 같이… 또 옛 시인이 무지개를 찾아 집을 나서 일평생을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집으로 돌아오니 집 뜰 앞에 꽃이 피었다고 노래했듯이 말이다.

제주자원식물연구소(임일빈 소장)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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