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를 전후해서는 한 가정에 4~5명 또는 6~7명의 자녀들이 함께 자라며 스스로 공동체의 사회학습을 배우며 자랐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윗사람에 대한 공경과 질서를 깨달으며 성장했으나 요즘은 대부분 한 자녀 가정이 많아 자녀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으며 키우므로 어른 공경이나 질서의식, 상호협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종종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보면 3~4학년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 교문까지 데려다 주고 가는 부모들이 눈에 띤다. 이른바 자식을 가슴에 품고 다니는 ‘헬리콤터 맘’이다.

‘헬리콤터 맘’이란 성인이 된 자식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입시와 성적, 취업은 물론 결혼 후에도 일일이 간섭하는 등 자식의 중대사를 결정하려는 엄마를 일컫는 신조어다.

해마다 학기 초가 되면 예고 없이 찾아오는 학부모 때문에 담임선생님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편식이 심한 아이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점심시간 때면 어김없이 교실 밖에서라도 지켜보고 서 있는 부모, 자녀가 친구와 다투기라도 하면 학용품 선물 세트를 들고 와 학급에 돌리는 부모, 학원 가느라 바쁜 아이를 위해 독후감 숙제는 물론 방학숙제까지 감수하는 부모들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이들의 극성은 멈추지 않는다.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부모는 저녁식사 모임에 다녀왔다. 이 자리에서 중학교 2학년아 E한 어둘을 두고 있는 다른 학부모에게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10분이 멀다하고 계속 전화가 왔다. “시리얼이 어디 있느냐, 어느 그릇에 담아 먹으면 되느냐에서부터 수학공부를  했는데 다음에는 뭐 하느냐, 오늘 머리만 감을까 샤워도 할까 등등…”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엄마의 지시를 받았다. 놀라운 것은 아들의 질문에 단 한 마디도 나무람도 없이 친절히 답변해주는 그 엄마의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자녀가 실패하더라도 기다려줘야 한다

어느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사무실에 나이 지긋한 중년여성이 찾아왔다. 한참을 머뭇거리는 그분에게 조교는 용건을 물었다. 중년 여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류뭉치를 꺼내 들고 말문을 열었다. “딸아이가 유아교육과 졸업반인데 어제 밤 내내 과제물을 열심히 준비하다 그만 몸살이 났고 중요한 것 같은 데 제출 마감일이 오늘이라 이렇게 들고 왔어요. 여기다 내면 되나요?”였다. 초등학생도 아닌 대학 졸업반인 자녀의 과제물을 제출하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것이다.

‘헴리콤터 맘’의 천태만상은 이 뿐만 아니다. 취업 설명회에 부모가 동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 본인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부모가 대신 나서서 취업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새 학기 시간표를 엄마와 의논하는가 하면, 자녀의 학점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교수에게 항의 전화도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입시철에는 대학 입학처와 입시설명회장에는 헬리콥터 맘들의 주요 무대로 꼽힌다. 수도권의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입시철마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의 입학처는 학부모들의 각종 문의나 항의로 몸살을 앓는다고 보면 된다”며 “적성‧논술고사 등 대학별 고사 당일의 경우 자녀를 데려다주려는 차량 행렬 때문에 인근 지역까지 교통이 마비돼 경찰이 출동해 통제할 정도”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출산율이 떨어진데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우 산아제한 정책으로 자녀를 한 두 명만 낳다보니, 온가족이 자녀에게만 매달리는 ‘소황태자 현상이 생겼다”며 “우리나라도 출산율이 저하되고 경쟁마저 치열해 헬리콤터 맘이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득표 인하대 사범대 교수는 “헬리콥터 맘은 기본적으로 자녀에 대한 불신에다 핵가족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욕망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며 “자녀에 대한 지나친 과잉보호는 교육의 자율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헬리콥터 부모들에게 전문가들은 기다림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간섭은 부모나 선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만들어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한다. 한마디로 어른이 되어서도 나이 값을 못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친 과잉보호는 결코 아이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들이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엄마의 극성에 질식할 지경이 된 한 아이가 틱장애(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가 심해져 병원을 찾아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손 원장은 “가장 심각한 폐해는 아이들이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고 싫어해도 점차 부모에게 의존적으로 변해가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이 돼버리는 것”이라며 “부모가 자녀의 실패나 선택을 지켜보면서 기다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나치면 자녀 인생 초토화시킬 수도

‘헬리콥터 맘’은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운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도 예외 없이 존재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부모를 함께 동석시키는 대학이 늘고 부모 전담 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빗발치는 문의 전화에 대응하는 대학들이 속속 생겨나는 곳도 있다. 또 한국에서처럼 교우관계 문제도 해결해주고 수강신청 절차를 대신 밟아주는 부모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1990년대 초 헬리콥터 부모들의 폐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헬리콥터 부모가 지나치면 자녀의 인생을 폭격해 초토화시키는 ‘폭격기’부모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헬리콥터 부모들은 조언자를 넘어 자녀와 자신을 동일 시 하는 특징이 있고 자녀의 어린 시절 육아과저에서부터 분리 개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착하지만’ 지극히 ‘수동적’인 아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심리적성연구소 임선희 소장은 “최근 중, 고등학생들의 적성검사 결과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자립심과 학업능력의 반비례 현상”이라며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자립심과 학업능력은 거의 비례 관계였지만 요즘 아이들은 엄마의 희생으로 학습능력은 인위적으로 향상되었으나 그에 반해 독립적으로 목표를 갖고 미래를 계획하는 자의적 성향은 약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엽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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