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수동적인 삶을 살게 하는 주입식 교육의 최대의 피해자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세월호나 사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15분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충격적인 파장이 일었다.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씨가 제공한 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박 군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사고가 난 직후부터 15분 동안 학생들이 모여 있던 객실의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어 국민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침몰이 시작된 직후인 사고 당일 지난 16일 오전 8시 52분 27초부터 단원고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른 단원고 학생이 119에 첫 신고를 한 것과 같은 시간에도 많은 학생들은 잘못된 안내 방송 탓에 위험을 잘 모르는 듯 "구명조끼를 뭘 꺼내 입냐"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당시 생명을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그것에 대해 대피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침몰이 시작된 지 16분이 지났고, 탈출할 시간은 충분할 수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잘못된 지시대로 객실에 남아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기만 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배 안에는 아이들을 인솔하던 교사들과 어른들도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위험한 상황임에도 이를 감지하고 못했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들도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적극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뿐만 아니라 수동적인 삶을 살게 하는 주입식 교육의 최대 피해자였던 셈이다. 그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300여명이 바다 속으로 침몰하면서 수장되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안산의 모 고교 교사는 “우리의 안전 수준이 이 정도였느냐”며 몸서리 치면서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봤다”고 말했다. 물론 잘잘못을 따지자면 어른들의 탐욕이 부른 비극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의 저자인 톰 하트만은 “현대인들은 깨어 있으면서도 주변상황을 자각하지 못한다”고 신문명을 비판했다. 또 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 세상을 경험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역설한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주입된 사고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을 체험하고 직시하기보다는 입력된 샘플인 자신의 생각대로 보고, 생각대로 느끼며, 생각대로 냄새를 맡는다고. 그러면서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며, 냄새 맡는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현실에서 어떤 상황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 따라서 세월호 사건은 현대문명의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사실 주입식 교육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그다지 지혜를 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고할 수 없게 하는 암기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르다’와 ‘틀리다’ 구분하지 못해

인형처럼 길러지는 아이들은 사회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최근 우리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취업지망생의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이 한국 학생 합격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한국 학생의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좋은 대학일수록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중요시 한다. 그러나 한국의 학생들은 암기 위주의 정해진 코스대로 왔기 때문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 학생의 SAT 점수와 교교 성적은 좋지만 그것이 그 학생의 능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입식 교육의 맹점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 한다. 교실에서 교사들은 남들과 다르면 무조건 틀렸다고 면박주기 일쑤라는 것.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주눅이 들과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알려주는 대로만 암기하거나 생각하게 돼버린다. ‘다르다’를 ‘틀리다’로 인식하니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존중, 배려하기도 힘들다.

한때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는 제목과 함께 교과서에 실린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대한 내용이 캠처돼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소녀의 죽음을 암시하는 색깔로 보라색이 쓰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배운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정작 황순원 작가는 인터뷰에서 ‘그냥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소설 속에 보라색을 넣었다고 말해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함께 씁쓸함을 안겨줬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알고 보니 저렇게 단순한 이유였다니 입식 교육의 폐해 정말 공감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에 시가 실린 시인의 경우 자신의 시를 가지고 학생들처럼 시험을 보면 20~30점에 불과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교실틀에 갇힌 아이들 생각하는 법을 잃어

박근혜 대통령은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이란 제목의 2013년 국정과제 실천계획이라는 교육부 보고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교육이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려면 교실 틀 안에서만 갇혀 있는 그런 교육정책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열린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주입식 교육만 받고 자기 생각이란 걸 못하게 만드는 현 교육풍토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풍토는 너도나도 오직 명문대만 바라보고 모든 초·중·고교 과정이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2013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름녀 올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63만 여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70.7% 수준으로 나타났다. 1990년 27%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은 2000년 62%, 2005년 73.4%로 점점 높아져 2009년 77.8%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향세로 돌아서 지난해 71.3%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적 자원이 중요한 나라에서 교육열이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70%가 넘는 학생이 천편일률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하고 고학력 실업자가 되고 있다.

문제는 높은 교육열보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교육과 정형화된 인재를 선호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통념에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교 등수에 따라 대학과 진로가 결정되는 사회는 아이의 꿈과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것. 자연에서 호기심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으로 창의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며 성적과 씨름하는 아이들. 이러한 폐해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비교연구(PISA, 만 15세 대상)와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TIMSS, 초등 4학년과 중 2학년 대상)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2000년 이후 연구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학습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신감이나 흥미도 미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은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계속)

마연옥 기자  k-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