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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가을문턱을 엿보다북한산 둘레길 ‘흰구름길’
글 임윤식  |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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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02  12: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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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월이다. 8월 초에 이미 입추가 지났고 9월엔 추석과 추분이 끼어 있다. 산(山)은 계절이 오고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몰려오는 달. 주말을 이용,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둘레길을 찾았다.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 둘레 총 71.5km를 잇는 산책로이다.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트레킹 코스이다. 2010년 9월 7일 서울시 구간과 우이령길 45.7km가 먼저 개통되었고, 2011년 6월 30일 나머지 25.8km 구간이 추가 개통되었다.

이번에 걸은 둘레길은 몇 년 전 돌아봤던 ‘제 3구간 흰구름길’. 그땐 이 길에서 단풍 가득한 만추(晩秋)를 즐겼었다. 북한산 둘레길 중 ‘흰구름길’은 소나무숲길(1구간), 순례길(2구간)에 이어 3구간에 해당하는 산책코스로 이준열사 묘역에서 북한산 생태숲공원까지 약 4.1km에 이르는 길이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코스이다. 이 구간에는 500년 고찰인 화계사가 자리하고 있고,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과 아차산 등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12m 높이의 구름전망대와 빨래골 계곡 등이 특히 유명하다.

‘흰구름길’을 가려면 지하철 4호선 수유역 1번출구에서 마을버스 01번으로 환승, 통일교육원에서 하차하면 된다. 통일교육원 건너편에는 둘레길 2구간 이준열사 묘역 입구 아치문이 세워져 있고 큰 길 아래 쪽에는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건물이 보인다.

흰구름길 들머리는 탐방안내센터 건너 통일교육원 아래 담길에서 출발한다. 처음에는 통일교육원 건물 아래 아스팔트 담길이라 주위가 산만하고 경관도 딱딱하다. 그러나 2분 정도만 가면 아기자기한 숲길로 들어선다. 초가을이라 길바닥에는 낙엽이 드믄드믄 보이고 도토리 열매도 길 위에 떨어져 있다.

탐방안내센터에서 400m정도 가면 목제아치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흰구름길’이 시작된다. 아치문 옆에는 이정표와 함께 탐방객들이 구간 주요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현재위치를 표시한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화계사 입구까지는 1.9km거리. 아치문을 지나면 바로 돌계단오름길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름막이라 별 부담은 없다.

아치문에서 숲길로 10여분 가면 큰 아스팔트길이 나타난다. 길 건너에는 '현인노인전문병원'

이라고 표시된 건물이 보인다. 노인전문병원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에서 본원정사 300m, 화계사까지는 1.3km거리이다. 들머리인 탐방안내센터로부터는 약 20분, 1.0km 지나온 셈이다. 여기에서 200m 쯤 가면 좌측으로 신토불이식품 건물이 나타나고 그 옆으로 산으로 오르는 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100m앞에 본원정사라는 절이 있고 좌측 산길이 둘레길이다. 신토불이식품 옆 산길은 처음에는 약간 가파른 사다리형 나무계단길로 되어 있다.

   
 
우측으로 본원정사 절 건물을 보면서 10분 남짓 걸으면 정자가 있는 공터에 이른다. 정자마루에 앉아 쉬고있는 탐방객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이곳 정자에서 우측은 냉골공원지킴터를 거쳐 칼바위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이고 직진하면 화계사 가는 길이다. 칼바위능선까지는 1.2km거리이다.

정자를 지나면 다시 오붓하고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가을이 익어가듯 마음도 깊어간다. 울창한 숲속길을 걷노라면 나 자신도 한그루 나무가 된 느낌이다.

정자갈림길에서 몇 분 더 가면 여러개의 평상이 놓여있는 쉼터에 이른다. 평상에는 식사하는 사람들, 커피 등 음료수를 마시며 담소하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등 각양각색이다. 둘레길 산책의 여유로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둘레길은 서두를 필요도 없이 천천히 걸으면서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자연과도 소통하는 길이다. 멀리 숲 사이로 탐방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사슴 몇 마리 숲속을 거니는 듯 평화롭고 정겹다.

 

평상쉼터에서 다시 숲길로 15분 정도 가면 화계사. 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曹溪寺)의 말사이다. 1523년(중종 17)에 신월(信月)이 창건하였다. 1618년( 광해군 10)에 화재로 전소된 것을 이듬해 도월(道月)이 흥덕대군(興德大君)의 시주를 받아 중건하고, 1866년(고종 3) 용선(龍船)과 범운(梵雲)이 흥선대원군의 시주로 중수하였다고 전해진다.

경내에는 초기 건물인 팔작지붕의 대웅전 외에 대적광전(大寂光殿), 명부전(冥府殿), 삼성각(三聖閣), 천불오백성전(千佛五百聖殿), 범종각 등이 있다. 화계사 경내에는 수령 448년 된 느티나무가 있어 연륜의 깊이를 더해준다. 대웅전 현판은 근세의 명필인 정학교의 글씨이고, 추사체로 쓰여진 화계사와 학서루, 명부전 등의 현판은 대원군의 글씨라 한다.

대적광전 앞 아담한 목제다리를 건너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측은 칼바위늘선 가는 길, 직진하면 빨래골공원지킴터로 간다. 둘레길은 직진 방향이다. 이곳에서 빨래골까지는 800m거리이다. 갈림길을 지나면 바로 목제데크길이 나타난다. 인공적이기는 하지만 계곡을 다리모양으로 연결한 길이라서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목제데크길이 지나면 완만한 사다리형 나무계단 오름길이 이어지고 숲길이 계속된다.

화계사에서 20분쯤 가면 힌구름길의 명물인 구름전망대에 이른다. 탑 모양의 원형계단을 통해 12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이 트이면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 아차산의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 망원렌즈의 줌을 당겨본다. 북한산 인수봉과 만경대 암릉의 웅장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인수봉과 만경대에서 암벽등반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인수봉은 꽃봉오리처럼 솟아오른 화강암 봉우리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벽등반 메카이며, 만경대는 위문에서 용암문 쪽으로 흐르는 암릉으로 리지등반코스로 유명하다. 백운대(836m)와 함께 삼각산(三角山)이라는 이름의 원천인 인수봉(810m)과 만경대(800m)는 장비를 갖춘 암벽등반 방식으로 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세 봉우리가 마치 뿔이 솟은 듯 하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요즘에는 북한산 대신 삼각산으로 부르자는 이름찾기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멀리 도봉산의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위용과, 오봉의 아름다운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구름전망대에서 400m 정도 가면 빨래골공원지킴터를 만난다. 빨래골 계곡은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해 대궐의 궁중 무수리들이 빨래터와 휴식처로 이용하면서 '빨래골'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측은 삼성암을 거쳐 칼바위로 오르는 방향이고 좌측은 시내로 내려가는 길이다. 둘레길은 직진방향이다.

   
 
이곳에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 볼거리가 ‘공초 오상순 시인 묘역’이다. 빨래골 개울을 따라 100m 쯤 가면 공초(空超) 오상순의 묘소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받았다는 천여 평 묘역에 세운 커다란 정사각형 시비가 눈에 들어온다. “흐름 위에/보금자리 친/오! 흐름 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 대표작 <방랑의 마음> 도입부를 비면에 새겼다. 오상순 시인은 1894년 4월 9일 서울에서 태어나 1963년 6월 3일 돌아가셨다. 폐허지 동인으로 신문학운동의 선구가 됐다. 평생을 독신으로 표랑하며 살았다. 유시집 한 권이 남았으며, 몹시 담배를 사랑한 분으로 유명하다. 아침에 담배를 물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담뱃불을 끄지않았다고 해서 그의 호 공초 대신 ‘꽁초’로도 불렸다. 그래서인지 상석 왼 쪽 돌 가운데를 오목하게 파서 재떨이를 만들어놓았다. 죽은 후에도 여전히 “꽁초시인‘대접을 받고있는 셈이다.

빨래골공원지킴터를 지나면 긴 지그자그식 목제데크길이 이어진다. 산 허리길을 돌아 10분쯤 가면 ‘작은 구름전망대’가 나타난다. 이곳은 전망대라기보다 둘레길 중간에 설치된 목제데크로 된 조그만 쉼터로 시내가 훤히 바라보이는 위치에 있어 '작은 구름전망대'라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작은 구름전망대에서 15분 정도 더 가면 흰구름길 날머리인 아치문에 도착한다. 빨래골공원지킴터로부터는 800m 정도 온 셈이다. 아치문 바로 앞에는 미양배드민턴장이 자리하고 있다.

둘레길 3구간인 흰구름길은 미양배드민턴장 앞 아치문이 날머리이기는 하나 4구간 '솔샘길' 입구 및 버스종점까지는 북한산생태숲공원을 지나 400m 정도 더 가야한다. 생태숲공원 자체도 야생화원 및 계곡, 정자, 체육시설 등이 있어 산책이나 쉼터로 좋다.

생태숲공원을 지나면 체육시설이 있는 정자가 나타나고 조금 아래에 성북생태체험관이 보인다. 이곳이 사실상 힌구름길이 끝나는 곳이다. 솔샘길은 생태체험관 건너편 방향이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생태체험관 앞이 시내버스 1014, 1114번 종점이다. 이들 버스를 타면 길음역, 성신여대역, 보문역 등으로 연결된다. 성북생태체험관을 힌구름길 들머리로 하거나 4구간인 솔샘길을 가고자 할 경우에는 반대로 길음역 2번출구에서 1114번 버스를 타거나 성신여대역 6번 출구에서 1014번 버스를 타고 이곳 생태숲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구촌 세계 각국은 요즘 걷기문화가 대유행이다. 프랑스는 ‘걷기 랑도네(randonn)'를 즐기는 사람들이 1,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걷기 랑도네‘란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산책하듯이 걷는 운동‘을 말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연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건강해진다며 자연 속으로 걷기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걷기 랑도네 협회’에 소속된 클럽 만도 프랑스 전역에 3천개 가까이 되며, 파리 인근 지역에 랑도네 코스는 2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랑도네 전문코스도 따로 만들어져 있고 동반자라고 불리는 전문가이드도 있다.

미국 역시 땅이 넓어 자동차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만 걷기운동이 활발하다. 미국 걷기운동의 본산은 텍사스주에 본부를 둔 미국시민체육연맹(AVA)으로 미 전역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캐피털 시민체육클럽(ESCV)과 같은 350여 개 클럽을 산하단체로 두고 있다. 미국의 걷기문화는 단순한 스포츠, 레저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비만과 질병은 물론 소외 등 사회적 병리를 고치는 특효약’으로 대접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최대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심장질환을 막기 위해 미 심장학회는 ‘스타트, 워킹’이라는 걷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학회는 웹사이트에 ‘미국 내 걷기 좋은 곳 350선’이라는 안내자료를 수록해 두고 심장병 환자들에게 걷기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본지 8월호에 소개한 바와 같이 영국 역시 걷기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다. 우리가 보통 '둘레길 또는 올레길'이라고 부르는 트레킹 코스는 영국에서는 Trail이라고 하는데, 영국에는 총 16개, 630마일에 이르는 '내셔날 트레일(National Trail)'이 조성되어 있다. 필자가 8월호에 소개한 '퀸즈 워크'는 이들 16개 트레일 중 '테임즈 패스(Thames Path)'의 일부 구간이다. 테임즈 패스는 영국의 핏줄이라고 볼 수 있는 테임즈강을 따라 이어진 트레킹 코스로, 런던에서 세익스피어 생가 근처인 코츠월드라고 부르는 마을까지 이어지는 총 294km에 이르는 트레일이다. 하루에 24km씩 걷고 중간에 몇일간 쉬는 것으로 가정할 때 14일 정도 소요된다.

가볍게 걷는 트레킹코스와는 조금 다르지만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걷기코스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까미노’는 스페인어로 ‘길’이란 뜻이며, ‘산티아고’는 ‘성(Saint) 야고보(Diego)’의 합성어이다. 총 771km, 약 30일 정도 걸린다. 매년 1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베리아 반도를 가로지른다. 일상의 삶 속에서 누려왔던 많은 것들과 단절된 상태를 참고 견디며 여러 날 걷는 동안 몸이 자연과 교감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11세기부터 수많은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간 길을 걸으며, 그들의 숨결이 아로새겨진 다양한 마을에서 머무르며 독특하고 유일한 혼자 만의 체험을 갖게 된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씨도 바로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제주 올레길을 만들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산 속 숲길 트레킹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밥법이다. 독일의 안네 프랑크(Anne Frank)라는 사람은 “근심이 많고, 외롭고 불행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은 혼자서 조용히 하늘과 자연과 신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만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신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 한 바 있다. 또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아직 변하지않은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한 남아공 넬슨 만델라 前 대통령의 말도 생각난다. 숲은 바로 그런 곳이다.

 

글 임윤식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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