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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정릉동>
정릉동은 태조 이성계의 둘째 왕비 신덕왕후 강씨의 정릉이 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 능지를 정한 곳은 성북구 안암동이었으나 산역을 시작할 때 물이 솟아 나와 현재 중구 정동 덕수궁의 정문 대한문 북서쪽에 능을 조성했다.
신덕왕후는 황해도 곡산부 출신 찬삼사사 증 상산 부원군 강윤성의 딸로 이성계와 만나 2남1녀를 낳았다.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던 이성계가 목이 말라 물가에서 빨래하던 처녀 강씨에게 물을 청하니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천천히 물을 마시게 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신덕왕후 강씨다. 왕비 강씨는 어려서부터 비범한 자질로 집안에서 사랑을 받았으며, 장성하면서 정숙하고 지혜가 있어 인근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씨는 태조를 도와 국가에 공을 세우고 태조가 조선왕조를 창건할 때에도 내조의 공이 컸다. 태조는 남달리 신덕 왕후 강씨를 사랑해 왕비를 잃자 매우 슬퍼하여 조회와 시전을 10일 간 열지 않았으며 친히 흰옷을 입고 능지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또 흥천사를 왕후 능의 원찰로 삼아 자주 행행하였으며 경복궁에서 정릉의 아침 제를 올리는 흥천사의 종소리를 듣고서야 수라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흥천사의 종은 후일 종루에 걸려 서울 장안의 시각을 알리기도 했으며 현재는 덕수궁으로 옮겨져 있다.
그러나 정릉은 태종이 조선 제 3대 왕으로 즉위하면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됐다. 조선 건국 후 이방원은 건국 공신으로 왕위를 계승하고자 하던 차에 신덕 왕후가 자신의 소생 이방석을 세자로 삼아 계모 신덕 왕후를 증오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종은 태조가 승하하자 9개월 만인 1409년 2월에 능을 현재 정릉의 자리인 동소문 밖 사을한리(현 정릉동)로 이전했다.
<동대문구 신설동>
우산각골은 지금의 신설동에 위치한 동대문 도서관을 중심으로 신설동 교차로에서 성북구 보문동 입구 사이에 타원형으로 걸쳐 있는 일대를 이른다. 이후 음이 변하여 우선동이 된 우산각골의 유래는 조선 세종 때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한 정승 하정 유관과 관련이 있다. 그는 1346년에 태어나 고려 공민왕 때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사예 내사사인을 지내고 조선이 건국된 후에는 개국원종공신이 되어 대사성, 형조와 이조의 전서를 지냈다.
유관은 세종이 즉위한 후에는 좌빈객을 겸임하며 궤장을 하사받고 곧이어 우의정이 되었다.
유관은 정승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현재의 신설동에 해당하는 동대문 근처에서 울타리도 없는 두어 칸 오막살이에 살았다.
이 말을 들은 태종은 선공감을 불렀다.
“내 들으니 유정승은 동대문 밖에서 울타리도 없는 오막살이에 살고 있다고 하니 유 정승 몰래 야음을 틈타 울타리를 치도록 하라.”
그 뒤에도 태종은 유관에게 궁중의 음식을 하사하기도 했다.
<한경지략漢京識略>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어느 해 여름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자 유 정승의 집 부엌에서 빗물이 새어들어 빗줄기가 주룩주룩 흘러 내렸다. 유관은 방안에서 우산으로 빗물을 받으면서
“우리는 우산이라도 있어 새는 비를 피할 수 있지만 우산도 없는 집은 어떻게 견디겠소?”
했다. 그러자 부인은
“우산이 없는 집은 다른 준비가 있겠지요.”
하니 유관이 빙그레 웃었다고 한다.
그 뒤부터 마을 사람들은 유관의 집을 가리켜 우산각이라 부르고 마을은 우산각기라 했으며 뒷날 음이 변해서 우산동이 됐다.
유관은 사람이 방문하면 짚신을 끌고 나와 기쁘게 맞아 들였고 손수 항아리에 술을 떠서 섬돌 위에 놓으면 하녀가 사발로 술을 따라 받쳐 올렸다고 한다. 그는 쉬는 날이면 호미를 들고 밫에 나가 김을 매는 등 고관답지 않게 소탈했다.
유관은 정승으로 있으면서도 제자를 가르쳐, 배우러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배우는 사람이 찾아와 인사를 하면 그 가계를 묻지 않았다. 이는 누구나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유관은 일생을 청렴하게 모냈다. 청빈ㄴ한 생활 속에 평생 학문을 버리지 않아 경사에 밝고 시문에 능했으며 세종 때 청백리에 녹선되었다.
유관의 외현손인 지봉(芝峯) 이수광은 유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비우당을 세운 바 있다.
주엽 기자 k-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