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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길 작가의 작품세계] 생명과 순리의 아름다움을 담다고향 통영 ‘갤러리 손’에서, 초대전 열려
김영주 방송작가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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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9  16: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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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곡-교감, 패늘, 한지, 피그먼트, 파우더, 122X72, 2006년 作.

“작가는 작품(작업)으로 말한다.” 쉽고 기본적인 말이지만, 작가가 작품을 빚기 위해서는 고뇌가 따른다. 특히 30년 가까이 전업 작가로 작업을 해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어떻게 그릴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그릴까를 늘 고민해왔다는 작가는 11월 말 미국 마이애미에서의 아트페어를 앞두고 고향 통영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도 많이 하지만, 과연 ‘한국적인 것’은 무엇이고, 세계 속에 한국적인, 아니 장치길 작가다운 그림을 소개하면서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무엇일까?(이하 연명예술촌 작업실에서의 작가와 일문일답)

Q. 작가님, 먼저 그동안의 작업들을 대략적으로 짚어주실래요?

A. 네. 초기에는 비구상, 설치작업을 했었습니다. 하동, 대구 등지에서 객지 생활을 했었고, 통영으로 온 지는 30년 가까이 됩니다. 전업 작가를 한 지는 25년 정도. 고향으로 오고 나서 ‘향토사’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호기심도 있었고, 무속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았기 때문이죠. 민속 문화, 특히 ‘굿’을 보러 다니기도 했는데 ‘남해안 별신굿’, 흔히 ‘오구’라고 하는 ‘오귀새남굿’ 등 씻김굿과 무속을 접하면서 10년 정도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는 현장학습과 박물관, 책 등을 통해서 불교문화와 사찰, 전통문양 등을 공부했고, 간간이 막노동 일을 하면서 1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정도의 책을 읽어야만 한 분야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였지요. 그렇게 민속 문화와 무속을 공부하면서 미학이나, 색감을 탐구했습니다. 우리 옷, 의례복 작업을 하게 되었고, 나만의 풍경, ‘통영별곡’과 ‘진경 시리즈’ 작업을 했습니다.

40대 중반에 마음먹고, 작업을 해서 독일문화원 초청 전시를 가게 되었습니다.

2006년 11월 16일부터 3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서 '경계를 넘어서-교감'이란 주제로 단독 초대전을 하게 되었는데 작품 22점(100호 10점. 10호 12점)을 유럽에 처음 소개한 이력이 됐습니다. 이때 한 달간 베를린에 머무르며 박물관을 돌아보았는데요, 자유롭고 다양성이 있는 유럽의 문화와 예술 기반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귀국하고 나서는 내 작업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해서, 6개월 정도 붓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문화와 영·정조 시대의 작품과 풍속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의 질서’, ‘순환’과 ‘풍류.바람 가는 대로’라는 테마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향 ‘통영’을 통해서는 박경리 선생의 ‘생명’에 대한 정신과 ‘김지하’ 선생의 책과 사상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고대 생명사상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명’, ‘풍류’ 이런 주제가 내 작품의 테마가 된 것이지요.

   
▲ 별곡-교감2, 패늘, 한지, 피그먼트, 파우더, 122X122, 2006년 作.

Q. ‘통영별곡’이라는 작업도 하셨고, 고향 통영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요?

A. 2016년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로 '통영별곡'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었습니다. 통영 사람으로서 통영의 역사와 문화가 내 작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을 대구에서 다닐 때도, 객지 생활을 했을 때도, 갯내음, 바다 내음이 그렇게 그리웠습니다. 해서 고향에 못 올 때면 울산에 사시는 누님 댁에 가서 바다를 보고 오거나, 회를 먹고 올 정도였지요.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 하지만 자신의 바탕에 있는 정체성은 흔들림 없이 지켜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지도, 단청, 무속 등 민속 문화와 전통문양 속에서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하려고 애써왔습니다. 특히 통영항과 통영 앞바다 한려수도의 섬들, 사모관대와 적삼 등 화려한 색깔의 전통의복을 작품 소재로 활용해왔습니다.

고향 통영을 제대로 알자고 시작한 향토사 공부와 통영의 아름다운 풍광들, 12공방을 통한 장식 문양, 별신굿으로 시작하는 무속과 설화, 전설 등이 다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런 소재에 대한 탐구는 한국 문화의 뿌리, 민족의 정체성과 각 문양에 대한 근원의 본질과 교감을 통하여 내 작업의 정체성과 그 방향성이 되었던 거지요.

원초적 생명과 윤회에 대한 화두로 시작하는 현재의 작업을 통하여 서로 간 공존과 조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교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세계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Q. 작품을 가만히 보면, 천문도의 별자리가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A. 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롭고 균형적인 삶을 나타냅니다. 생성과 소멸, 윤회를 상징하지요. 제 작품은 대개 음양오행을 그림에 적용해 짝을 이루는 두 개의 작품을 만듭니다. 청색·홍색으로 나타낼 때도 있고 금색·은색으로 대비시킬 때도 있지요. 꽃은 ‘생명’을 상징하며, 방향을 알려주는 별자리는 ‘질서’를 의미합니다. 흐르는 시간에도 규칙과 질서가 있는 법이지요. 생명의 질서가

곧 ‘풍류’이며 노자의 ‘물’, ‘바람’ 같은 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자연과 생명체에 동적인 변화와 질서를 부여하고 생명감을 불어 넣는 것이 물과 바람이고, 저는 생명의 근원으로서 바람과 물의 변화와 흐름을 통찰하고 싶은 바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2016년 작 ‘여명의 한려수도’에서는 연화문 문양 위에 우리나라 천문도에서 띠별 별자리도 함께 새겨져 있는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롭고 균형적인 삶을 상징하고 있고, 그해 원숭이해를 나타내는 별자리는 작지만 유난히 짙고 밝게 빛을 발하게 표현했습니다.

   
▲ 붉은 통영항, 패늘, 한지, 피그먼트, 파우더, 35X69, 2019년 作.

Q.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요?

A. 통영 출신의 작가님이신 전혁림 작가님과 박생광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전혁림 작가님(1916~2010)은 통영에서 태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지닌 작가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표현 영역을 확대해왔으며 한국 전통 오방색과 바다 빛의 푸른색을 많이 사용한, 바다를 닮은 작가님이시죠. 박생광 작가님(1904~1985)은 한국 채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님으로 역시 오방색을 사용한 강렬한 색채와 수묵, 채색을 혼합한 독창적 기법으로 한국 화단에 충격을 불러일으킨 거장이시죠.

Q. 그림 말고 소일거리(취미)가 있으신지?

A.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낚시를 합니다. 그냥 세월을 낚는 거죠. 고기를 잡느냐 안 잡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마냥 바다를 쳐다보는 그런 멍 때리기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생각이 비워지고, 또 작업을 하게 되고 그러더라고요.

Q. 이번 전시 ‘생명의 꽃- 풍류’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죠.

A.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 문화 활성화’란 기치 아래 갤러리 손에서 11월 23일까지 열렸는데요, 작가인 나 자신과 고향, 한국이라는 지역적 테두리에서의 작업이 결국 우주의 원리, 자연의 질서 속에 깃든 생명의 순환, 질서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고, 상징을 통한 통용의 세계, 인류의 보편성으로 나아가, 다양한 국가와 인종, 문화의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비단 문양 속에 선연히 피어나는 꽃가지들은 한국인이 염원하던 생명의 환희이며 순리의 아름다움이자 섭리인 것이죠. 관람객들이 제 그림을 보고, 생명의 기운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작업계획은?

A. 끊임없이 작업하는 작가가 되는 게 계획입니다. 11월 말에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가는데요, 지역에서 작업하고 있지만 국내외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20년 전부터 국내 아트페어가 활발히 열리면서 문화적 사대주의와 작가들 간의 편파적이거나 쏠림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꿰뚫으면서 공부하는 작가가 될 것입니다. 남해안 별신굿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박물관에서 학예사를 공부했고, 민화, 전설, 무속신앙까지 파헤쳤던 지난 세월이 지금 작업의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은 서양화지만 전통적이고 향토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제가 추구하는 서정적인 미학을 동양적 기법으로 표현할 것입니다. 풍류, 물 흐르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작업하면서 흘러갈 것입니다.

   
▲ 풍류- 통영별곡, 패늘, 한지, 피그먼트, 파우더, 121X172, 2016년 作.

에필로그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나, 연명예술촌의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작가는 최근에 긴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는데, 작가도 생활인이고, 예술이라는 것을 ‘다른 차원’으로 여기는 우리 문화가 좀 더 성숙해져서 ‘예술’을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미술교육’도 현장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고, ‘예술’을 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도 ‘교육’에서부터 달라져야 된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작업)으로 말한다.”라는 ‘화두’로 이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작품 얘기와 동시에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듯했다. 나 역시 예술을 다른 차원이 아닌, 우리 생활 가까이에 다가올 수 있게 하고, 늘 함께 숨 쉬듯 향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장치길 작가의 작품세계가 그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더욱 확대되고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주소: 경남 통영시 가죽고랑 1길 25-2

작업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명길 140 연명예술촌

김영주 방송작가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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