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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사건 항우울제 ‘졸피뎀’, 철저한 관리 필요해온라인 불법거래 횡행, 상당수 범죄에 악용
이정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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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3  15: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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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처방 없이 복용할 수 없는 항우울제, 향정신성의약품 등이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로 취급되는 이들 약물은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는 ‘물뽕’(GHB)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관리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는 “자낙스ㆍ졸피뎀 구매합니다”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자낙스와 졸피뎀은 공황장애나 우울증 치료에 처방되는 약물로 신경안정제 역할을 한다. 이들이 처방 없이 약물을 구매하려는 이유는 정신과 진료 기록이 취업 등에 불이익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또 연말정산의 경우 병원명이 조회되지만 이를 서류로 제출할 때는 앞 글자만 노출돼 회사에서 정신과 방문여부를 알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감기가 걸리면 아무렇지 않게 병원을 찾듯 정신과 진료도 똑같다”라며 “처방 없이 약물을 구매하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의 온라인 거래 상당수는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수면제 성분이 있는 졸피뎀은 물뽕과 같이 액체에 타면 맛도 냄새도 나지 않아 ‘강간 약물’로도 불린다. 구매책들은 우울증 환자들이 가입하는 카페를 통해 회원 개개인에 접촉해 처방약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환자의 사정을 노려 제값보다 비싸게 약을 구매한다. 일부는 항우울제를 다량 복용할 경우 발생하는 환각 부작용을 이용해 마약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수 박유천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올해 7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는 발작이나 우울증에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인 클로나제팜을 다른 사람을 통해 구입해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마약류로 구분되는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전 없이 불법으로 구매할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다른 마약류의약품보다 부작용 심해

한 명이 졸피뎀 1만 1456개를 처방받은 것은 물론 1년간 491번을 처방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1년 동안 졸피뎀이 1억 38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176만 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처방량과 환자 수를 하루 단위로 계산해 보니 졸피뎀이 하루에 4831명 이상의 환자에게 37만 8000개 이상 처방되고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29명 중 1명이 졸피뎀을 처방받은 분량이다.

‘의약품 허가사항 지침서’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에게 졸피뎀 투여는 금지되어있다. 하지만 김상희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0대 이하의 처방환자는 4647명이다.

10대 환자의 처방량이 많은 30개의 의료기관을 확인해본 결과 8개의 의료기관이 전체 평균 처방량보다 비슷하거나 많았다. 특히 A병원의 경우 10대 환자 한 명에게 22번의 처방을 통해 554개의 졸피뎀을 처방했다. A병원의 평균 처방량은 103개로 10대 환자에게 성인 환자보다 5배나 많은 졸피뎀을 처방한 것이다. 다른 병원의 경우 10대 환자 3명에게 총 603개의 졸피뎀을 처방했고, 10대 환자 1인당 201개 졸피뎀을 처방했다.

졸피뎀의 경우 다른 마약류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이 심한 경우 자살, 자살시도, 자살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졸피뎀으로 인한 부작용은 총 3346명으로 매년 700~800명에게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 8명이 10대인 것으로 보고됐다. 졸피뎀으로 인한 자살자 수는 7명, 자살시도자는 15명,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5명이며 자살을 제외한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25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상희 의원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된 지 1년이 지난 만큼 식약처가 책임 있는 자세로 마약류 관리에 만전을 다해야 하며, 의사가 환자의 의료쇼핑을 막고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환자 투약내역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며, “졸피뎀의 10대 환자 1인당 처방량을 살펴보니 성인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처방량이 가장 많은 10대 환자를 확인해 보니 1년간 610개의 졸피뎀을 처방받았다”며, “과도한 졸피뎀 처방을 방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졸피뎀의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환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식약처가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졸피뎀 10대 환자 처방량이 많은 병원 상위 30개, 졸피뎀 처방량이 많은 10대 환자 상위 30명은 (바로가기)를 참고하면 된다.

4년 새 마약류 4.5만개 도난·분실… ‘졸피뎀’ 최다

도난·분실된 마약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도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2019년 8월까지 총 209건의 마약류 도난·분실사건이 발생했다.

도난·분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병·의원이 146건(69%)으로 가장 많았고, 약국 45건(22%), 도매업체 16건(8%), 기타업체 3건(1%)가 그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도난·분실된 마약류는 총 4만 4177.3개(정/앰플/바이알 등 합산)였다. 연도별로는 2015년 4749.5개, 2016년 8630개, 2017년 9905.5개, 2018년 1만 3493.8개, 2019년 8월까지 7398.5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연도별 도난·분실된 양이 많은 상위 10개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졸피뎀이 약 7933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졸피뎀은 최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고유정 사건에서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사용했는지를 두고 논란을 낳고 있는 마약류이다.

올해 5월 식약처와 경찰청이 합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상 불법 마약류 판매광고 단속 결과 GHB(흔히 ‘물뽕’이라고 불리는 마약류, 49%), 필로폰(29%)에 이어 세 번째(29%)로 많은 게시글이 올라온 마약류이기도 하다.

졸피뎀에 다음으로는 디아제팜(약 5771개), 옥시코돈(약 4516개), 펜디메트라진(약 3732개), 에티졸람(약 3157개)의 순으로 도난·분실량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도난·분실된 마약류의 회수 현황 및 결과에 대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마약류의 도난·분실이 발견되면 관련 부처나 보건소 등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회수된 마약류, 회수 전 유통된 마약류 등 수사 결과를 별도로 관련 부처와 공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4만 993건의 마약류 반입 및 불법거래가 적발됐는데, 이 중 판매총책, 중간판매책 등 공급사범은 1만 5197명(37.1%), 밀경, 투약자 등 단순사범은 2만 5796명(62.9%)였다. 적발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난·분실량이 많은 졸피뎀(2527정), 디아제팜(1943.5개), 옥시코돈(395정), 멘디메트라진(2750정), 에티졸람(76정) 등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졸피뎀·프로포폴 안전사용 지원

식약처가 수면제 ‘졸피뎀’에 이어 전신마취제 ‘프로포폴’에 대한 처방·투약 정보를 분석해 처방의사에게 발송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해 각종 수술 및 건강검진 등에 사용되고 있는 전신마취제인 프로포폴 처방·투약 정보를 분석한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을 위한 도우미’ 서한을 처방의사에게 발송하는 것. 이번 서한은 올해 4월 발송했던 수면제 ‘졸피뎀(향정신성의약품) 도우미’ 서한에 이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6개월, 182일) 취급된 493만 건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해 프로포폴 처방정보를 의사별로 분석한 자료다.

분석자료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마약류통합정보관리센터(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다는 설명이다.

주요 내용은 ▲프로포폴 처방 환자수 ▲사용 주요질병 ▲환자정보 식별비율 ▲투약량 상위 200명 해당 환자수 등으로 의사가 본인의 프로포폴 처방·투약 내역을 확인해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투약량 상위 환자의 재방문 주기 ▲투약환자의 방문 의료기관 통계 등 처방 의사가 진료한 환자집단의 의료기관 방문 패턴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프로포폴 적정 처방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식약처는 의사별 처방분석 정보 외에도 대상 기간 동안 우리나라 국민이 처방받은 ‘전체 의료용 마약류 및 프로포폴’ 분석 통계도 서한을 통해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대상 기간 동안 프로포폴을 한번이라도 처방받아 사용한 환자는 433만 명으로 나타나 국민 12명 중 1명(전체 국민의 8.4%)에 해당하며, 의료용 마약류 사용 전체 환자 수에 비하면 36% 수준이다.

성별로는 여성(54%)이, 연령대별로는 40대(27%)가 가장 많았으며, 질병(처치)별로는 사용량 기준으로 건강검진 등 검사(20%), 위·장관 질환(19%) 외에도 기타 건강관리(14%)나 마취가 필요한 각종 처치에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이번 서한이 프로포폴 적정 사용을 유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반기에는 대상 의약품을 식욕억제제 등으로 확대하는 등 앞으로도 안전한 마약류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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