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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제 답 없다중국, 북한 초토화시키고 한국으로 넘어와
김부성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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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30  15: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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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이미 창궐… 백신 아직 없어

   
 

경기도와 인천 등 돼지농가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산속도는 매우 빠르고 생존기간은 긴 ASF의 특성 때문에 중국 역시 한 달만에 반경 2000km가 넘는 광대한 지역으로 퍼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전염병은 이름으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전달된 것이라 여겨지기 쉽지만, 현재 ASF가 들어오게 된 경로는 러시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지난해 랴오닝성 일대에서 첫 발견된 이후 불과 한 달만에 2000km 떨어진 중국 남부지역에도 확산됐다. 중국은 지난 9개월 동안 돼지 1억 3000만 마리를 살처분했으나 ASF는 중국 국경을 넘어 동남아, 몽골, 북한 등으로 크게 확산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어디서부터 시작했나

원래 아프리카와 유럽 일대에서만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던 ASF는 중국에 수입된 러시아산 돼지고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조지아 공화국을 시작으로 러시아 전역에 ASF가 크게 퍼진 상태였으며, 미국과 무역분쟁이 심해진 중국에서 러시아산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ASF가 중국에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는 1960년대 이후 ASF 근절에만 30여 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ASF는 1907년 영국령 케냐의 돼지농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치명적 전염병으로 전조증상없이 갑자기 돼지에 출혈열을 일으켜 수일 내로 사망케 하는 바이러스다. 원래 집돼지는 상고시대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가 원산지로 알려졌으며 이후 전 세계로 퍼졌으나 아프리카는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소수의 야생돼지를 제외화면 별도로 농가에서 대량사육한 역사는 없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서구열강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면서 대량사육과 수출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변종 전염병인 ASF가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무하고 돼지끼리 접촉에 따른 직접 감염, 진드기 등을 통한 간접 감염 등 감염 경로도 다양해 통제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후 바로 출혈열 증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사전방역도 까다로운 편이다.

아직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지만 발생한 지역으로 봤을 때 이미 ASF가 퍼진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은 멧돼지나 돼지의 배설물이나 분비물, 또는 사체가 부패할 때 흘러나온 체액이 묻은 흙이 지난 태풍의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실려 휴전선을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소식이 간헐적으로 들려왔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중국 상륙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돼지고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중국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4억 4000만 마리에 이른다. 이는 지구촌에서 사육되는 돼지 10억 마리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약 1000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피해는 알 수 없지만 지난 5월 한 뉴스에 따르면 100만 마리 넘게 살처분됐다고 한다. 또 1년 전에 비해 사육두수가 4000만 마리나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 지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피해가 어디에 이를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지난 2월 19일 첫 발병이 보고된 베트남의 경우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져 7월 4일 현재 300만 마리가 넘는 돼지가 매몰됐다. 베트남 역사상 최악의 가축 질병이다.

치사율 100%로 걸리면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질병이 어쩌다가 중국에 상륙했고 1년 만에 우리나라까지 들어오게 됐을까.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이름을 보면 아프리카가 진원지로 보인다. 중국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7년 동아프리카에서 조지아로 건너간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SF라는 이름과 이번 전파경로만 보고 아프리카를 탓할 수만은 없다. 오늘날 ASF 창궐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300년 전 유럽(포르투갈) 어쩌면 600년 전 중국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 숙주는 증상 없어

   
 

ASF는 사람이나 소는 감염시키지 못하고 돼지(swine)만 감염시킨다. 좀 더 엄밀히 하면 멧돼짓과(科) 동물만 감염시킨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헷갈리지 않고 이해하려면 멧돼짓과(suidae)의 분류학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므로 간단히 소개한다.

분류학은 ‘계문강목과속종’ 일곱 단계로 나뉜다. 예를 들어 사람과 소, 돼지는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까지 동행하고 목(目)부터 갈라진다. 사람은 영장목이고 소와 돼지는 우제목이다. 다음 단계에서 소와 돼지도 제 갈 길을 간다. 소는 솟과이고 돼지는 멧돼짓과다.

멧돼짓과는 6속 17종으로 이뤄져 있다. 인류가 수천 년 전 가축화한 건 이 가운데 멧돼지속(Sus)에 속하는 한 종이다(학명 Sus scrofa). 앞으로 멧돼지(boar)는 야생 Sus scrofa, 돼지(pig)는 가축화한 Sus scrofa를 가리킨다.

나머지 다섯 속 가운데 세 가지가 중요하다. 혹멧돼지속(Phacochoerus)과 강멧돼지속(Potamochoerus), 숲멧돼지속(Hylohoerus)이다. 멧돼지속이 유라시아와 아시아에 분포하는 것과 달리 이들 세 속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만 분포한다.

ASF는 원래 연진드기(soft tick)와 이들 세 멧돼지속 동물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돼지를 키웠지만 ASF를 몰랐던 이유다.

사실 ASF는 아프리카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멧돼지와 강멧돼지, 숲멧돼지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새끼들이 일시적으로 바이러스혈증을 보이는 정도다. 이때 연진드기가 피를 빨면 바이러스가 옮는다. 이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안정된 생태계를 이루게 진화했다는 말이다.

동물단체 “살처분, 과학적·인도적이어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살처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살처분 등의 방역이 과학적·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희생 역시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축질병이 증가하는 원인은 공장식 축산에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육식주의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이번에 발병된 농가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정부가 감염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라며 “더 많은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들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며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 살처분 요령에는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라 전살법, 타격법 등 동물의 즉각적인 ‘의식소실’을 유도하고, 의식이 소실된 상태에서 절명이 이루어져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동물을 일시에 처리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논평을 통해 “그동안 정부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 발생 시 주변 농장의 건강한 동물까지 살처분으로 일관해 온 것을 볼 때 이번 ASF 사태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 우려 된다”며 “과거 우리 정부는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당시 ‘예방적 살처분’이란 미명하에 마구잡이식 가금류를 살처분해 역사상 최악의 가축전염병 대응이라는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살처분을 진행할 당시 곳곳에서 동물들을 산채로 매장하거나 중장비로 돼지들을 가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며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과정에서 살처분이 진행될 경우 동물단체를 포함한 모니터링단의 구성 및 참관, 장기적으로는 이 내용을 긴급행동지침에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증가하는 가축전염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공장식 축산과 과도한 육식주의를 조장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살처분이 동물의 고통을 가능한 한 최소화해 인도적으로 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먹기 위해 돼지를 집단 사육, 도살하는 현대 축산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상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발병 사태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해법은 ‘전광석화와 같은 살처분’을 통한 방역을 떠나 축산과 육식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탈피하는 것. 이를 위해 정부가 채식 진흥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성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신, 아무리 빨라도 3~4년 걸려

설사 ASF에 감염된 유전자편집 돼지가 혹멧돼지처럼 증상이 없거나 최소한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실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전자편집이 GM(유전자변형)은 아니라는 주장이 널리 지지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거부감이 있고 RELA 유전자가 바뀌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른 변화들도 면밀히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SF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고 현재 백신 연구가 한창이다. 백신은 크게 사백신과 생백신으로 나뉜다.

ASF의 경우 바이러스 일부를 백신으로 쓰는 사백신은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조각으로는 제대로 된 항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성이 약한 균주나 병원성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고장낸 바이러스로 만드는 생백신은 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면이 많아 실제 백신이 나오려면 적어도 3~4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유라시아를 휩쓸고 있는 ASF는 철저한 방역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말이다.

김부성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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