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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일 경제전쟁, 서막이 오르다일본, 한국 백색국가 제외... 이제 어떻게 되나
정재형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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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2  13: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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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이 허가 개별적으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일본은 여러 이유로 불허 방침 고수하며 압박할 듯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등과 관련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한국을 ‘화이트 국가’(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3만 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이 지난 7월 1일 시작해 전날 자정 마감한 의견 공모에 3만 건이 넘는 의견이 들어왔다.

경산성은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의견을 받았는데, 대부분은 일본 국내에서 이메일로 개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미우리는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번 무역관리령 개정에 90% 이상이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경산성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일반적 의견 공모 때 제기되는 건수는 수십 건 정도”라며 “3만 건을 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경산성은 이들 의견을 토대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이 한국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를 통과하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서를 한 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공포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에 시행된다.

일본의 정례 각의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리지만 임시 각의로 의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은 유동적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내주 중 각의에서 의결돼 8월 하순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유력한 상황이다.

일본이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지위를 인정하는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이른바 ‘캐치올’ 규제를 받아 식품,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캐치올(catch all) 제도에 따르면 전략물자는 물론 민수품이라고 해도 무기로 쓰일 수 있는 품목은 개별 물품마다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백색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모두 27개국이 있다.

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통상적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준다고 밝히고 있지만, 군사 전용 우려가 있다고 작위적으로 판단해 불허할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수출거래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 국가에는 한 차례 포괄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3년간 원칙적으로 개별 허가 신청을 면제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7월 24일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일본 정부 방침의 철회를 요구하는 15쪽 분량의 의견서를 이메일로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양국 간 신뢰관계 훼손 등 일본 측이 내세우는 금번 조치의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 수출 규제 정책을 이끄는 일본 세코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주장은) 근거가 불명확하고 상세한 설명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재래식 무기로 전용 가능한 화물에 대한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에 대해 “의문스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의 이번 조치가 안보상 정당성을 갖는다고 거듭 강변했다.

‘백색국가’ 제외… 韓 기업, 일일이 서약서 내야

한국이 일본의 우방국인 화이트 국가(백색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일본산 전략물자 등을 수입하려는 한국 기업은 서약서와 함께 사업내용 명세 등을 상세하게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목적과 용도, 최종 수요지 등을 일일이 알려야 해서 번거로울뿐더러 일본 정부가 입맛에 맞게 수입을 허가, 불허 또는 지연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4일부터 수출규제를 적용받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이 지금까지 단 1건의 수출허가도 받지 못했다.

업계와 전략물자관리원 등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의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면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항법 장치 등 전략물자를 포함해 군사 전용의 우려가 있는 1100여 개 품목은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매번 한국 기업은 수입하기 위한 서류를, 일본 기업은 수출하기 위한 서류를 일본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품목마다 차이는 있으나 개별허가를 받는 데는 일반적으로 9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물자관리원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될 경우 수입기업(한국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서약서를 안내했다. 수입기업은 수입자와 최종 수요자의 사업내용, 존재 확인에 도움이 되는 서류(등기부, 화물 보관장소, 임대계약서 등), 회사 안내 등 기업에 관한 대외 공표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최종 수요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수입자의 사업내용 및 존재 확인에 도움이 되는 서류와 함께 화물 보관 방법, 보관장소 등에 대한 설명서를 내게 된다.

자료가 영어나 일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돼 있으면 수요자의 명칭, 소재지, 사업내용은 일문 또는 영문 번역을 첨부해야 할 수 있다.

수입하는 물품이 대량살상무기(WMD)나 WMD를 운반할 용도 등으로 쓰이지 않고 `오직 민간용으로만 사용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보내야 한다. 서약서에는 일본 수출기업 이름과 수입하려는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이 함께 들어간다. 공통 자료 이외에도 품목별로 경제산업성이 규정한 자료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수출기업(일본 기업)은 일본 경제산업성에 수출 개별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 해당 신청서에는 수입 기업명과 최종 수요자, 용도 등을 적어야 한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해당 서류들이 모두 필수 제출 자료는 아니지만, 수입을 위해서는 제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 “일본, 정치적 보복 수출규제”

정부는 7월 2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WTO 규범 위반이라는 점을 회원국들에 강조하면서 공개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제안했다.

정부 수석 대표로 이사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 수출 규제를 다루는 안건 논의가 끝난 뒤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 대표에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고위급 대화를 제안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일본이 (스스로) 한 행위를 직면할 용기도, 확신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본은 (자신의 행동에) 눈을 감고 있고, 피해자들의 절규에도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조치 발표 후 20일 동안 일관되게 직접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의 조치는 명백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보복이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회의에서 과거 정치적인 무역 보복 때문에 다자 교역 체계가 만들어진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반도체를 주도하는 국가이나 일본의 조치로 제3국과 아무 잘못도 없는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회원국들에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

아울러 자유무역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이자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자유·공정무역을 강조했던 일본이 불과 한 달 만에 한국만을 특정해 이와 정반대의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양국 대화와 관련해 김 실장은 “대화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은 한국 정부가 꾸준히 유지해온 입장이다”라며 “오후 회의 재개 후에도 일본 대사에게 대화를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단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규제조치가 명백한 WTO 규범 위반이며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회원국에 강조하면서도 법리나 근거를 대기보다는 일본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데 더 무게를 뒀다.

향후 제소까지 갔을 때 상대방에게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구체적인 위반 조항은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날 이사회에서 수출 규제가 국가 안보를 위해 이뤄진 조치로 WTO에서 논의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는 “한국이 언급한 조치는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WTO에서 의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다른 나라처럼 정기적으로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이 교역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는 신뢰 아래 2004년 교역 절차를 간소화했으나 최근 3년간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의 요구에도 한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하라 대사는 “추가로 대한(對韓) 수출 중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대해 간소화했던 수출 절차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의 조치가 자유 무역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지만 자유무역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이나 기술을 아무런 통제없이 교역할 수 있게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하라 대사의 발언 후 WTO 일반이사회는 점심 식사를 위해 2시간 휴회했다.

일본 수출규제 안건 논의는 이날 낮 12시4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이뤄졌으며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50분간 진행됐다.

한국이 일본의 WTO 규범 위반을 지적하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이하라 대사가 이를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이는 동안 다른 회원국들은 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실장은 한국의 대화 제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회원국이 있느냐고 다른 대표들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면서, 회의 중 다른 나라의 발언이 없었던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회의에 앞서 한일 양국간 입장대립이 첨예한 사안인 점을 감안, 제3국에서는 별도 입장 표명을 자제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이사회 의장인 태국 WTO 대사는 양국 간에 우호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한국과 일본은 7월 9일 상품 무역 이사회에서도 제네바 대표부 대사들이 수출 규제 문제를 놓고 충돌한 바 있다. WTO 일반 이사회는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다. 최고 결정 권한을 가진 WTO 각료회의는 2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으로 기능한다.

앞으로 정부는 국제 사회에 일본 조치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다.

정재형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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