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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제주 차귀도를 걷다약 1시간 30분 동안 마음 설레는 무인도 트레킹
글·사진 임윤식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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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3  17: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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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질공원인 ‘수월봉 엉알길 트레일’ 역시 절경

   
 

지난 6월 8일~13일까지 5박 6일간 우도, 가파도, 마라도, 차귀도, 비양도 등 제주도의 작은 부속섬들을 돌아봤다. 이중 차귀도를 제외한 다른 섬들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섬들이지만 차귀도는 비교적 생소한 섬이다. 필자는 1998~2003년까지 직장관계로 제주도에 산 적이 있는 데 차귀도는 무인도여서 당시만 해도 별 관심이 없었다.

무인도에 갈려면 일반적으로 배편이 마땅치 않고, 설령 배편이 마련된다 해도 사람이 살지 않아 길이 없거나 사라져서 숲속을 이리저리 헤매기 십상이다.

그런데 차귀도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수시로 유람선이 다니고 섬 안의 트레킹 코스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차귀도는 제주시 한경면 자구내포구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본섬인 죽도와 함께 와도(누운 섬), 지실이섬 등 세 개의 섬과, 장군바위, 쌍둥이바위 등 작은 몇 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1970년대 말까지 7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무인도로 되어 있다.

필자는 자구내포구 마을에서 1박2일 머물면서 차귀도 트레킹 및 수월봉 해안길을 걸었다. 자구내포구는 꽤 아름답고 한적한 포구이다. 선착장 정면 바다 위에 차귀도와 와도 등이 그림같이 떠 있고, 포구 뒤로는 당산봉(145.7m)이 병풍을 치고 있는 배산임수 마을이다. 또, 남쪽(좌측)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유명한 수월봉이 바람을 막아주듯 길게 누워 있다. 굳이 관광이나 트레킹 목적이 아니더라도 며칠 머물면서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을이다.

   
▲ 차귀도 트레킹 코스.

이번 제주여행에서 필자는 평생 처음으로 5박 6일 내내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러봤다. 1980년대 말 직장관계로 4년간 영국에서 살 때 짧은 가족여행시에는 B&B(Bed & Breakfast)를 드믈게 이용한 적이 있다. B&B는 숙박과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영국식 민박이다. 숙박료가 저렴할 뿐 아니라 깨끗한 침실과 주인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아침식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때론 같은 집에 머무는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여행정보를 나누고 짧지만 친교도 나누는 맛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게스트하우스(Guesthouse)가 이런 류가 아닐까 해서 이번 제주여행에서는 일부러 게스트하우스를 택해 본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올레길이 생기면서부터 저렴하게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면서 한 때 게스트하우스가 천여 개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며칠간 제주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러본 경험으로는 가정식 민박형, 여관타입 독방형 등 여러 형태가 있었지만 공통적인 건 대부분 한 방에 여러 사람이 잠자는 도미토리형이고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하루숙박료는 아침식사 포함 2만 원~3만 원 정도. 자구내포구에서는 ‘아리아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에 머물렀는데 아담하고 깨끗할 뿐 아니라 방마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붙어 있어 편리했다.

아리아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바로 옆에서 펜션 및 카페도 운영하고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손님에게는 원할 경우 버스정류장에서 픽업 서비스도 해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전 포구 여기저기를 돌아봤다. 유람선선착장 입구에 ‘자구내포구’안내판이 보인다. 자구내는 고산마을의 젓줄기로서 수원이 풍부하여 만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며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포구 내에는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제주 전통등대인 ‘도대불(돌등대)’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포구 안 당산봉 아래에는 조그마한 ‘갯당(신당)’도 보인다. 이곳 신당에서는 지금도 해녀들과 어부들이 바다에서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한다고 한다. 이 광경이 바로 차귀십경 중 하나인 ‘죽포귀범’이다. 또, 신당 옆 바위절벽 아래에는 꽤 큰 동굴도 눈에 띈다. 이 동굴은 1930년대 고산리에 거주하던 좌용찬이라는 분이 어민과 해녀들이 잡아온 생선과 전복 등을 모아 양식하던 곳이라 한다.

   
▲ 장군바위와 송이절벽 해안.

친환경적으로 양식한 수산물을 일본으로 수출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에 주민들은 그의 공을 기려 일명 ‘용찬이굴’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침 10시. 드디어 유람선이 차귀도로 떠날 시간이다. 유람선 승선 정원은 54명. 매시간 출항하는 게 원칙이지만 인원 및 기상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하므로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배는 와도(누운섬) 옆을 지나 곧바로 차귀도로 향한다. 와도는 포구에서 보면 무덤 모양의 밋밋한 타원형으로 보이는데 뒤쪽에서 보니 굴곡이 심하고 지형이 꽤 웅장하다.

차귀도 선착장에서 내려 십여 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완만한 산책로로 이어진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좌측 시계방향으로 섬 해안길을 계속 걸으면 선착장-집터-전망대-등대-차귀도 정상-선착장 순으로 섬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정상 오르기 전 중간에 바로 선착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지만 코스가 짧고 어렵지 않기 때문에 굳이 지름길을 택할 필요가 없다.

트레킹 초입에는 1970년대 말까지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 등 흔적이 남아 있다. 집터에서 약 5분 정도 가면 전망대에 이른다. 코스 내내 띠와 억새, 대나무 등이 넓은 초지를 덮고 있다. 돈나무, 보리밥나무, 순비기나무, 예덕나무, 찔레꽃, 갯쑥부쟁이, 해녀콩, 갯까치수염 등도 눈에 띈다. 차귀도 안내판을 보니 이 섬에서 자라는 식물은 110종 이상이라고 한다. 차귀도는 대나무가 많아 예로부터 ‘죽도(竹島)라고도 불리워 오고 있다. 우리나라 섬 중에는 죽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적지 않다. 섬의 가장자리에는 해송숲도 보인다. 이 섬에는 매, 흑로와 같은 조류와 함께 누룩뱀, 쇠살모사, 도마뱀 등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판도 보인다. 산책로는 야자매트로 깔아 걷기에 아주 편하다. 코스 초입부터 멀리 등대가 있는 볼래기동산이 계속 시야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는 장군바위, 쌍둥이바위, 송이절벽 등을 가깝게 내려다볼 수 있다. 섬 해안은 대부분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섬 중앙은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있어 트레킹하기에 부담도 없다. 약 1시간 30분 정도면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차귀도는 주변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생물학적 가치가 높아 2000년 7월 천연기념물 제 422호로 지정되었다.

차귀도 등대는 고산리 주민들이 손수 만든 무인등대로, 1957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이 등대가 위치한 ‘볼래기동산’은 차귀도 주민들이 등대를 만들 때 돌과 자재를 직접 들고 언덕을 오르며 제주말로 숨을 ‘볼락볼락’ 가쁘게 쉬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차귀도는 1977년 개봉된 영화 <이어도> 및 1986년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공포의 외인구단> 촬영지이기도 하다. 섬 트레킹이 끝나면 유람선이 독수리바위(지실이섬), 쌍둥이바위, 장군바위, 와도 등을 돌면서 각각의 섬 특성 및 유래 등을 설명해준다. 차귀도(遮歸島)라는 이름은 배가 돌아가는 것을 차단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옛날 중국 호종단이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을 경계하여 지맥과 수맥을 끊고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수호신이 매로 변하여 갑자기 폭풍을 일으켜 이 섬 근처에서 배를 침몰시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차귀도 섬 트레킹 후에는 자구내포구에서 시작되는 ‘수월봉 엉알길 트레일’을 꼭 걸어보기를 권하고싶다. 이 역시 약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 수월봉 주상절리절벽.

수월봉 트레일은 자구내포구에서 좌측으로 해안길을 돌아 고산기상대가 있는 수월봉까지 걷는 코스이다. 수월봉 해안절벽은 약 2km까지 이어진다. 이 절벽을 ‘엉알’이라고 부른다. 우측 바다 위에는 차귀도가 계속 보이고, 좌측 절벽에는 화산폭발로 생성된 기암괴석들이 즐비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왜정시대 만들어진 갱도진지도 보인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수월봉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수많은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제주도내 370여 개의 오름(화산체) 가운데 갱도진지 등의 군사시설이 구축된 곳은 약 12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수월봉 트레일 절벽에 있는 갱도진지는 미군이 고산지역으로 진입할 경우 갱도에서 바다로 직접 발진하여 전함을 공격하는 일본군 자살특공용 보트와 탄약이 보관되어 있던 곳이다.

매마른 바위절벽 일부에는 신기하게도 물이 흘러 떨어지고 이끼가 가득 낀 곳도 눈에 띈다. 수월봉 전설에 따르면, 어머니의 병환 치유를 위해 약초를 찾아 절벽을 오르다 누이 수월이가 떨어져 죽고 동생 녹고도 슬픔에 눈물을 흘리다 결국 죽고 말았다. 그 이후 사람들은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이라 불렀고, 남매의 효심을 기려 이 언덕을 ‘녹고물 오름’이라 불렀다고 한다.

   
▲ 차귀도 일몰.

수월봉 해안절벽 곳곳에는 특히 다양한 크기의 화산탄(화산암괴)들이 박혀 있고, 지층이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양을 볼 수 있다. 수월봉은 뜨거운 마그마가 물을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만든 고리모양 화산체의 일부라고 한다.

수월봉 능선 바로 아래 해벽은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년 축소판 같은 기암괴벽이 웅장하게 물결치듯 길게 흐르고 있다.

수월봉은 해발 77m로 별로 높지 않지만 경관이 뛰어나며, 특히 일몰 조망은 제주도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차귀도, 와도, 당산봉을 비롯하여 광활한 고산평야와 산방산, 한라산이 두루 보이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글·사진 임윤식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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