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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중독은 질병”… 게임업계, 반대운동 펼쳐“대국민 캠페인 통해 부정적 인식 확산 막을 것”
김부성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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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4  17: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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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이번 결정은 회원국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오는 2022년부터 발효된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지만 한국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면 통계청의 KCD(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 개정시기인 2025년에 반영할 수 있다. 질병으로 공식 관리되는 시기는 2026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KCD 반영 여부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는 각자의 입장과 논리를 앞세워 맞서고 있다. 문화부는 질병코드 등재가 ‘진단기준’과는 달리 의료인들만의 영역이 아니며, 행정가와 교육자, 연구자 등이 관여해야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게임의 질병 코드화에 찬성하는 복지부는 6월 중으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논의할 게임이용장애 민관 협의체를 부처와 단체, 전문가들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KCD 반영은 여러 가지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의견 청취, 연구용역 등의 과정을 거쳐 통계청이 결정하게 된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기존의 PC온라인이나 콘솔게임보다 모바일 게임이 더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중독 및 스마트폰 중독 등과의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게임학회 및 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공대위)는 최근 성명을 내고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의 국내 도입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공대위는 차후 국내 도입 반대운동을 펼쳐나간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해시태그·검은정장… 반대운동 ‘START’

국내 게임업계가 질병코드 이슈를 계기로 뭉친다.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저지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는 질병코드 도입을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게임 관련 단체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글, 사진, 동영상을 첨부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공유한다. 또 게시물에 ‘#게임은문화다’, ‘#게임은질병이아닙니다’ 해시태그를 넣어 온라인 여론 확산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는 공식 SNS 계정에 캠페인 게시물을 올렸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캠페인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게임 관련 단체들을 총망라한 공동 대응 조직도 출범한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한국게임학회, 게임산업협회, 게임개발자협회 등 단체들과 게임 관련 대학 학과들이 참여한다.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은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의미로 검은색 복장을 입을 예정이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게임 질병 코드가 확정될 경우 산업 타격이 우려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이덕주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게임장애 질병코드화 이후 2023~2025년 3년간 게임시장 위축 규모가 최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업계는 이에 따라 WHO의 질병 분류 오류와 허점을 알리는 동시에 무비판적 수용에 대한 위험과 피해를 경고하는데 힘쓸 전망이다. 이는 WHO의 총회를 통해 게임 질병 코드가 등재되는 것을 반대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립각을 세울 상대가 우리의 제도권이 된다는 점에서 격렬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는 평이다. 특히 게임 과몰입 예방 및 치료 등을 위시한 WHO 코드 수용을 찬성 측과 이를 막으려는 친 게임계의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공식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엔씨와 네오위즈는 각각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카드뉴스 형식의 게시물을 올리고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반대 의사를 밝혔고,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와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공대위에 이름을 올리며 반대에 참여했다.

업계는 앞으로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WHO가 질병코드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시킨 점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게임 개발자는 더 이상 어린이들의 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질병 분류 등재 어떻게 이뤄졌나

업계 및 학계는 1996년 킴벌리 영 박사가 미국 정신의학회에 보고하면서 언급한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 게임 질병 분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과몰입에 대한 논의가 발전되는 과정에서 게임이 지목됐고, 이를 통해 게임 장애 및 중독을 다루기 시작하게 됐다.

이후 2013년 미국 정신의학회가 정신질환진단 통계편람 5판(DSM-5)에 ‘인터넷 게임 장애’를 추가 연구 필요 항목으로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됐다. DSM-5의 게임 장애는 기준이 너무

기획 ① -2 WHO, “게임중독은 질병이다” 인정넓고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학회 측 역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WHO가 ICD-11에 게임 질병을 등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앞서 비판을 받아온 DSM-5를 비롯해 학계의 임상 사례 등을 통해 초안을 작성했다는 점 역시 WHO의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O는 지난해 총회를 통해 게임 질병 등재를 추진키로 했으나 결국 안건에 포함시키지 못하면서 논의가 미뤄지게 됐다. 이후의 유예 기간 동안 반대 목소리가 계속되긴 했으나 이를 철회하지 않고 다시 안건을 상정했다는 것. 결국 1년여 만에 게임 질병 분류가 WHO 총회 안건에 상정되며 해당 내용에 대한 개정안이 의결됐다.

게임계 스스로 자정 작용도 필요해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WHO에 ICD-11 반대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게임이용자 패널(코호트) 조사 1~5차년도 연구(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정의준 교수)’ 결과를 인용하며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부모의 양육 태도 및 학업 스트레스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는 것.

때문에 문화부를 중심으로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한 반대 입장 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게임 질병과의 이해관계가 깊은 정신의학 등 의료계 집단에서는 복지부 및 여성가족부를 통해 여론을 만들며 대척구도를 만들어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셧다운제’ 도입을 통해 게임업계의 역량 부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게임계의 정치력 부족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게임계와 척을 지는 진영의 위세가 그만큼 대단해서 막을 수 없기도 했다는 평이다.

‘셧다운제’ 역시 실효성 없이 게임 산업에 막대한 피해만 초래한다는 무용론을 펼쳐왔으나 결국 도입됐다.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판결이 내려지는 등 게임계의 목소리가 전혀 닿지 않았다.

이번 게임 질병 분류의 경우 WHO를 통해 권고를 받게 됨에 따라 게임계의 주장을 전달하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적 기구로부터의 결정인 만큼 공신력을 내세우기 용이해 여론의 지지를 받기 수월하기 때문에서다.

이에 따라 전면 반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게임 질병 분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WHO의 ICD에는 ▲적절한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여타 행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무시 등이 게임 질병 분류 기준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ICD의 효력이 발생하게 되면 이 같은 기준에 따라 게임 질병에 대한 진료가 이뤄지거나 처방이 내려지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앞서 심도 깊은 연구 없이 질병으로 지정돼 오진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하거나 게임계가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는 모양새를 만들도록 게임업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그나마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3년간 11조 원 경제적 손실 예상

게임중독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해묵은 논쟁거리다. 의견은 크게 의료계와 게임업계로 갈린다. 의료계는 게임중독을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꾸준히 거론해왔다. WHO가 이번에 게임중독을 ICD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중독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게임이 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WHO의 이번 결정은 성장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 내 엇갈린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권고에 따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게임산업에 대한 극단적 규제책으로만 작용할 뿐 게임 과몰입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WHO의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향후 3년간 11조 원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산업은 K팝으로 대표되는 음악산업과 영화산업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콘텐츠산업의 대표주자다. WHO의 결정은 강제사항이 아닌 만큼 적절한 유예기간을 통해 게임업계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부성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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