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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피해자 재활 치유의 길 열어김근태 이름으로…국가폭력 ‘치유센터’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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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6  10: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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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의 충격은 10년, 20년이 지나도 마음엔 흉터로 남는다.

‘트라우마’, 정확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한다.

유엔은 고문방지협약(1987년)이 발효된 6월 26일을 ‘세계 고문희생자 지원의 날’로 정하고 있다.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을 맞아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선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가 문을 열었다.

치유센터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적ㆍ신체적 외상을 치유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기관으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죽음을 계기로 설립된 것이다.

김 전 고문은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혹독한 고문을 겪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2011년 12월30일 세상을 떠났다.

김 전 상임고문은 생전에 자신의 수기에서 “(죽음이 닥쳐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노래를 뇌까리면서 과연 이것을 지켜내기 위한 인간적인 결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절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고문생존자들이 만든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을 인내해 온 고문과 국가폭력의 생존자들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매년 인권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첫 수상자는 서승 교수였고, 두 번째 수상자는 김 전 고문이었다.

진실은 행동하는 양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

“우리는 모두 그에게 빚을 졌다.”
2011년 12월 파킨슨병을 앓다 숨진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추모 미사에서 함세웅 신부는 말했다.

김 전 고문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씨 등으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평생을 후유증에 시달린 대표적인 국가폭력 피해자다.

함 신부는 김 전 고문을 기려 “오늘을 계기로 아직도 고통 중에 있는 수많은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1년6개월 만에 실현됐다.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이사장 함세웅)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국내 첫 민간 전문치료기관인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문을 연다”고 밝혔다.

정식 명칭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이 땅의 수많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김근태 치유센터)이다.

김근태 치유센터 설립을 위해 지난해 10월 고문 피해자와 유족을 포함한 각계 인사 70여명은 설립추진위원회와 집행위원회를 꾸렸다.

김 전 고문의 아내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1000만원의 기금을 종잣돈으로 댔다.

1980년대 일가족 20여명이 간첩으로 몰렸다가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른바 ‘송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들은 국가배상금 가운데 1억원을 내놨다.

여기에 시민 기부를 더해 3억원을 모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성가소비녀회(수녀원) 성재덕관에 터를 잡았다.

김근태 치유센터는 독재정권 당시의 고문 피해자뿐 아니라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대상자 등 모든 종류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적·신체적 외상에 대해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국가폭력 피해와 치료에 관한 연구 조사 △고문·공권력 남용 방지와 피해 보상 법제화 △국가폭력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사회연대기금 조성 △국제고문방지기구들과의 협력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인권의학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과거 억압적 정권에 의한 국가폭력 피해자가 수십만명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고문방지법’도 제정되지 않았고 ‘고문피해자 구제·지원법안’ 등 피해자 지원책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치유센터 설립을 통해 고문 피해자를 치유하는 것은 그들의 희생에 존경을 표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 그와 같은 국가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중요한 인권 활동”이라고 말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 30만3,480명

센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실질적 운영을 맡게 될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의 역할이 컸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이 소장은 2000년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암센터로 연구를 하러 갔다가 미국·유럽에서 외국 망명객이나 난민들의 고문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목격하곤 진로를 ‘인권의학’으로 수정했다.

미국이 자국 공권력에 피해를 입은 이들은 물론 망명객·난민들을 치유하기 위해 1998년 고문피해자 구제법을 만들어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 걸 본 그는 2007년 귀국해 연세대에서 ‘인권의학’을 강의했다.

2009년엔 인권의학연구소를 만들어 고문피해자들과 용산참사 피해자 등을 상담해왔다. 이 연구소의 치유 프로그램이 ‘김근태 치유센터’로 발전하게 됐다.

현재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30만3,480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소장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몇몇 국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고문피해자 치유센터를 설립하고 고문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양산한 수많은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구제법이나 치유센터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유엔(UN)은 지난 1985년 피해자 인권선언을 통해 공권력 남용의 피해자에게 배상, 손실보상, 물질·의료·심리·사회적 원조와 지원 등의 구제수단을 제공하는 조항을 둘 것을 권고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공권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별도의 법률적 근거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문피해자들의 정신 심리적 후유증은 높은 자살시도와 함께 광범위한 복합성 후유증이 많은 편”이라며 “신체·심리·정신과적 치료와 재활, 문화·사회·역사적 지식에 대한 교육, 사회활동과 지원시스템에 대한 국가적 대응책 마련 같은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나치 투쟁을 벌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가까스로 살아난 프리모 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괴물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위험한 존재가 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인 인간들 말이다.”

잊혀진 역사는 반복된다. 이처럼 부서지고 깨어지고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생명의 바다가 그리워지는 난국에 처해있다.

그리고 진실은 행동하는 양심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이것이 우리가 김근태란 이름을 끝까지 기억하는 이유일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근태 치유센터에 가서 속죄하고 싶어진다.
 

온라인 팀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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