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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혜 작가] “청 테이프로 환경을 다시 생각하다”‘원파운드샵’ 잔잔한 감동 물결
박관식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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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2  14: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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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6월 9일까지 전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2019년 첫 전시로 서울 포커스 ‘두 번의 똑같은 밤은 없다’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 기간은 2월 26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 포커스는 매년 특정한 주제를 선정해 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반영하고, 커뮤니티 친화적인 북서울미술관의 정체성을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 훼손된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삶을 미술의 언어로 살펴보려고 시도한 것.

지난 2월 26일 오후 6시 특별 전시 ‘ONE POUND SHOP(원파운드샵)’의 거래 퍼포먼스를 실연한 이번 단체 기획전의 첫 번째 주인공인 여운혜 작가를 만나 보았다.

청테이프 조각, 화폐로 설정

“2018년부터 길거리에 버려진 청테이프 조각을 교환수단으로, 즉 화폐로 설정해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고 버려진,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해 재판매하는 프로젝트와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주변의 버려진 물건들은 본인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또한 앞으로 쓰지 않을 용품들입니다. 이곳의 판매 제품은 지인과 함께 저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장기간 수집한 여러 기부자님들의 소중한 물건들입니다.”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대학에서 순수예술학과를 전공한 여운혜 작가는 이번 ‘원파운드샵’을 준비한 동기에 대해 말했다.

‘ONE POUND SHOP(원파운드샵)’은 설치, 조각, 영상, 음성 작업 등 다양한 매체와 함께 관객 참여가 가능한 퍼포먼스 등 여러 개별 작품들로 이루어진 상점 형태의 설치 작업이다.

여운혜 작가는 지난해 “영국에 가상의 본점을 설정하고 한국 분점인 서교점(개인전)을 진행했다. ‘원파운드샵’이라는 상점형 장소를 설정하고, 전시 기간에만 임시로 생성된 이 공간은 개인전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진다”며 “그렇게 임시휴업 상태로 있었던 ‘원파운드샵’은 2019년 봄, 그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두 번째 분점인 노원점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파운드샵’은 보통의 전시 기간에는 작품을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설치 작업이다. 또한 특정 거래일인 퍼포먼스가 있는 날에는 여느 상점처럼 누구든 진열된 물건들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고, 청테이프 화폐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전시이다.

여운혜 작가가 ‘원파운드샵’을 기획한 계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소위 공적으로 환경을 다루는 관료들보다 더 애국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상투적인 치레를 오히려 거부한다. 애오라지 순수예술이기 때문이다.

여 작가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이슈화된 플라스틱이 적당한 예가 되겠지만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일회성 생활용품, 물품의 남용·판매 등의 이면에 대해 집중하면서 비롯됐다”며 “우리 주변에 쌓여가는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다시 한 번 바라보며 집중해 보기 위해 집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순환시키는 것을 구상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원파운드샵’에는 아주 좋은 물건들이 많았다. 수집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상품들이 많은 기부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새 청소기, 전기다리미, 장난감, 스피커 등 한계도 없이 쓸모 있는 물건들이 몰려들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던가.

이 물건들을 구매·거래하는 수단은 오직 길거리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청테이프 조각이다. 전봇대 위 전단지 광고물이 사라지고 어디로 갈지 모른 채, 용도를 모른 채 그대로 끈끈하게 남아 있는 흔적들이 여운혜 작가가 소멸시키는 셈이다.

여기에 담긴 이 아름다운 여운혜 작가의 철학을 과연 환경부장관님은 알아챌 수 있을까?

새롭게 생성된 시선이 희망

   
▲ , 2018길에서 수집한 청 테이프, 수집한 자동차 사이드 미러, 공기, 천, 실, 205×205cm

“그런 테이프 조각들을 화폐화하면 거래에 참여한 분들이 우리 주변의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또한 이 프로젝트에 어린아이들의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참여자들이 길거리에서 청테이프를 수거하는 노동의 대가가 오직 원파운드샵에 진열된 ‘물건’이 아닌, 그 청테이프 통해 ‘새롭게 생성된 시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테이프 조각은 우리에게 다가올 일상에서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되고 더 나아가서 뭔가 생각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운혜 작가의 여울 있는 심지(心志)가 새삼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운혜 작가는 상점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를 전시의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번화가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은 청테이프와 화폐를, 더 이상 쓸모없는 물건과 예술품을, 길거리의 상점과 전시장을 병치시키는 작가의 작업은 사회가 동의하는 가치와 물질의 개념, 그리고 그 개념에 투영되는 불필요한 욕망을 유머와 참여의 형식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여운혜 작가는 일상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처럼 영원히 썩지 않는 상태로 한계도 없이 확장되는 것들의 이면에 집중해 왔다. 작가는 저비용 상업주의로 작동되는 소비문화의 구조를 비틀기 위해 관객 참여형 상점을 기획했다.

9개의 개별 작품들로 이루어진 ‘원파운드샵’의 가게 이름과 콘셉트는 영국의 저가 일상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에서 가져왔다.

작가는 영국에 가상의 본점이 있다고 설정하고 2018년 한국 분점인 서교점(‘한계도 모르고 계속 퍼져나가는 것들의 거래’)을 3개월간 운영했다. ‘돈 뽑는 기계’ 속의 청테이프 덩어리는 관객들과 거래를 통해 서교점에서 판매한 수익이다.

이번 전시는 북서울미술관에 새롭게 개점한 노원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작가는 대부분 노원구 일대에서 기증받은 물건들을 의미 있게 순환시켜 보려는 취지에서 분점을 열었다. 작가와의 거래 퍼포먼스가 있는 날(전시 기간 중 총 4회 진행)에는 여느 상점처럼 물건을 마음대로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거래가 없는 날에는 아이쇼핑만 가능하다.

일상에서 뜻밖의 재미와 기쁨을 추구하는 놀이 형식의 ‘원파운드샵’은 관객과 작품 간에 억압적이지 않은 상호 소통을 유도한다.

여운혜 작가의 궁극적인 주제는 참여하는 관객들과 함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이념을 작업 이야기에 붙여나가는 것이다. 아직 큰 주제나 결론이 정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작아도 필요한 게 다 있다

   
▲ , 2019길에서 수집한 청테이프, 벽 위에 접착 시트지, 아크릴 판, 천, 실, 공기, 226×160×240cm

첫날 퍼포먼스 행사의 이름은 여운혜의 거래 퍼포먼스 ‘어머 필요한 게 여기 다 있네’ 였다. 2019년 전시 첫 거래일에 100여명이 찾아와 여운혜 작가 자신도 놀랐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에서 전시 오픈 전에 SNS를 통해 홍보하고 여 작가도 개인 SNS 인스타그램(@mandoo_yo)으로 사전 홍보했을 뿐이다.

여 작가는 “‘청테이프를 화폐 삼아 물건을 거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오니, 거래를 원하시는 분들은 길가의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청테이프 조각들을 모아오시기 바랍니다’라고 간단히 홍보했다”며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거래에 참여해 깜짝 놀랐다. 처음 진열한 물건의 40%가 나갔다”며 웃었다.

2차 퍼포먼스 진행은 3월 31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하고, 그 후 4월과 5월에도 한 번씩 거래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 작가는 어린이들이 많이 온 데 대해 “제 작품에는 즐거운 놀이적 요소들이 항상 존재한다. 이번 작업은 내면적으론 자본주의 시대에서의 소비, 욕망 등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런 주제를 풀어나가며 숨기는 저만의 방식은 놀이적 요소가 중요하다. 이는 시각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단번에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들도 부모님을 따라 전시장에 방문했을 때 제 작품과 쉽게 소통하는 결과 어린이 관객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기자는 어린이들이 청테이프를 가져와 종이에 붙여 화폐화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았다. 이는 혹여 인간의 불필요한 욕망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의외로 솔직했고 정성껏 동참했다.

여기서 여운혜 작가는 “작년에 진행한 개인전에서 노하우가 생겼다. 퍼포먼스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은 거래에 참여한 관객들의 마음이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을 느끼고 얻었다”며 “거래되는 화폐는 오직 개수로 청테이프 크기, 상태와는 상관없다. 위조지폐는 물론 여타 문제도 거의 없다. 어린아이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오히려 즐거워하며 청테이프 화폐를 순수하게 건네주시는 참여자분들이 대부분이다”고 귀띔했다.

오히려 여운혜 작가가 손님에게 건넨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만큼 따스하다.

“돈이 모자라시는 것 같은데요. 물건을 꼭 가지고 싶으시다면 제가 그 모아 오신 테이프를 반으로 잘라도 될까요?”

여운혜 작가는 이번 기획전이 끝난 후 참여자 분들과 함께 수집한 청테이프 화폐들로 어떤 조형작품 제작을 진행할지 고민 중이다.

이미 진행한 거래를 통해 모여진 엄청난 액수의 청테이프 화폐로 지름 2m 이상의 큰 구 형태의 덩어리를 제작해 지난해 개인전 때 ‘Terrifying Whisper(끔찍한 속삭임)’이라는 조형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 그 덩어리는 변형돼 여 작가의 개인 금고인 ‘Cash Machine(돈 뽑는 기계)’라는 신작에 재활용해 돈처럼 보관되어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참여 중인 기획전인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 설치되어 있다.

한편 여운혜 작가는 향후 이번 작업으로 정리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새로운 작업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일테면 애당초 있지도 않았던 가상의 장소 ‘원파운드샵’ 영국 본점 버전이 생길 수도 있다. 

박관식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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