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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①] ‘지라시’와 ‘황색뉴스’가 관심을 끄는 이유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집단 이기심으로 번져
정재형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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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6  13: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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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전달보다 합리적 의심이 먼저 이뤄져야

   
 

우리나라에서 일명 ‘지라시’의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1970년대 대기업 고위 간부들이 정부 관료들과 접촉한 내용을 정리한 게 그 시초다. 당시만 해도 단순 소식지에 불과했다. 1980년대 증시 활황을 누리던 증권사마다 ‘정보분석실’이란 조직을 만드는 분위기 속에서 지라시는 자랐다.

2000년대 지라시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는다. 갱지묶음 형태로 주고받던 지라시가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기 시작한 것. 특히 증권가에서 쓰는 메신저는 다수에게 동일한 내용을 한 번에 전송할 수 있어 지라시의 대량 유통을 가능케 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 사회 경제 관련 소식뿐 아니라, 연예가 소식도 종종 포함됐다.

2005년 3월 ‘연예인 X파일(연예인 99명의 신상정보가 담긴 문서) 유출’ 사건으로 정부가 근절 방침을 세우고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자 지라시는 잠시 주춤한다. 곧 휴대용 저장장치에 파일을 담아 건네거나,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문서가 열리는 등 보안을 강화한 신종 지라시가 등장했다.

지라시 시장은 2010년대 초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시대를 맞아 급성장한다. 증권사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대기업 정보담당자 등 몇몇 수요자 중심으로 공유되던 지라시가 SNS를 통해 새어 나가 빠르게 ‘대중화’했다. ‘받은 글’이라는 형태로 유통되는 SNS 지라시는 유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덧붙여져 재생산된다. 실제 2013년 ‘사회지도층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SNS에는 최소 5가지 버전(종류)의 리스트(명단)가 만들어져 유포됐다.

연예인, 재계 인사 등이 주로 등장하는 SNS 지라시의 대부분은 허위 사실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대기업 내 사원 간 불륜 등 일반인들의 사생활마저 지라시의 소재가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잘 모르면서 단순 호기심, 관심 끌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본 것을 짜깁기해 유포하는 일이 잦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메신저 활용으로 ‘거짓 뉴스’ 판쳐

지라시에 담긴 내용들을 가짜뉴스(Fake news)라고도 부른다. 사람들의 흥미와 본능을 자극해 시선을 끄는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의 일종으로 사람의 심리상 진짜뉴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유포된다.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거짓 뉴스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확산되면서 개인 미디어들이 자유롭게 생겨나면서부터 진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 뉴스처럼 퍼뜨리는 사태가 많이 일어나 가짜뉴스가 사회 문제가 되자 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목적을 얻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즉 물질적이거나 정치적 등 자신의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로 왜곡 작성해 배포되어 진위를 가릴 능력이 없거나 무조건 맹신, 맹종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목을 받고 그들이 적극 배포함으로써 그 위력은 작지 않다. 따라서 더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 과장, 거짓 등으로 포장되어 있다. 혹자는 웃어 넘길 수 있는 풍자와 패러디 정도라고 대수롭게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앞서 설명했듯 가짜뉴스는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다르다.

미국 유명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성조기 앞에서 연설을 하는데 평소와는 다른 어색함으로 “President Trump is a total and complete dipshit”라는 표현으로 당시에 주목을 받았는데 나중에 가짜로 밝혀졌다. 버즈피드와 조든필 감독(영화 ‘겟아웃’)이 공동으로 만든 가짜 동영상 ‘딥페이크’(deepfake)였다.

국내에서는 해외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보다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 가짜뉴스가 전파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실성을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에서 가짜 뉴스를 받아본 경로는 카카오톡 메신저가 39.7%로 가장 높았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는 27.7%, 가짜 뉴스 사이트를 통해 이를 받아 본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이해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해 여러 사람들의 신고로 가짜 뉴스로 판정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소위 말하는 자기들만의 자정작용) 메신저로 전송되는 콘텐츠들은 내용 진위 파악을 떠나 친구 또는 단체라는 연대감으로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자세히 파악하지 않고 마구 전파한다는 점에서 대처하기가 무척 어렵고 따로 통제할 방안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체 카톡방처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정보 교류를 통해 가짜뉴스들은 잘못된 집단 동질성을 강화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확산에는 ‘확증 편향’(선택 편향의 한 종류로 자신의 선입견에 확신을 더해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려는 경향)이 큰 역할을 한다. 이 확증 편향은 자신이 믿는 것과 반대되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굳이 찾으려, 믿으려 하지(심지어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않는 극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확증편향은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년 처음 언급한 용어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을 말한다.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신념이나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집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워런 버핏은 “사람들이 잘 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견해들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사자성어에도 확증편향의 함의가 내재된 단어가 많다. 견강부회(牽强附會)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자신의 입장만 우기는 꼴이니 확증편향과 맥락이 같다. 내 논에 물대기란 뜻의 아전인수(我田引水) 또한 자기에게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한다는 의미다. 수석침류(漱石枕流)는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다는 뜻이니 이 역시 가당찮게 억지를 부린다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들은 자기 의견만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 말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 흔히 인용한다.

눈앞의 유불리만 따져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확증편향은 언론계의 고질이기도 하다. 전체 흐름과 문맥은 무시하고 자사의 논조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 편집하고 재단(裁斷)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확증 편향’의 저변은 삶의 불안

가짜뉴스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제작자, 대량 배포자 모두에 대해 엄중한 처벌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법률적 판단으로 무엇이 가짜이고 진짜인지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또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의 경계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자체적으로 가짜뉴스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고 기능을 활용해 많은 이용자들의 참여를 통한 집단 지능(일종의 자정작용)으로 대처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법률적, 기술적 대처보다 중요한 것이 이용자들의 올바른 판단과 행동이다. 이런 면에서 영국 BBC의 가짜뉴스 진위 판단 가이드라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짜뉴스 생성은 어떤 형태든지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범죄행위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쌓였던 서로간의 신뢰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며 사악한 의도로 악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고 사전 대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체 이용자들이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늘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수용과 맹목적인 재미 추구 전파를 지양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스스로 노력해 매의 눈으로 가려내는 능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가짜뉴스는 제 신념과 맞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려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토대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키워드’는 탈진실(post-truth)이었다. 객관적인 사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그 후 확증 편향은 더 심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가짜뉴스를 과연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한국 사회를 포함해 전 지구촌 사람들이 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려 하는지에 천착해야 하지 않을까.

가짜뉴스 확산의 저변에는 삶의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곧 사람답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불안은 날로 확대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 지나친 경쟁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다.

삶의 불안은 이기심과 탐욕을 부채질한다. 이기심은 다시 삶의 불안을 부른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탈진실 시대엔 진실도, 공동선도 찾기 어려워

탈진실 시대에는 언론 역시 본연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저널리즘의 첫째 의무는 진실 추구이다. 미국 스크립스사(Scrips Company)에서 제작하는 신문들의 발행인란(masterhead)에는 ‘빛을 비추어 주면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확증 편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언론이 빛을 비춰 준다고 믿지 않는다. 탈진실 시대에는 진실도, 공동선도 찾기 어렵다.

독자나 시청자뿐만 아니라 확증 편향 기자들도 늘어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가짜뉴스는 아니지만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본질, 곧 머리와 꼬리를 바꿔버리는 자의적 프레임의 언론 보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뉴스 소비자들은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 곧 뉴스 바로 알기를 공부해야 한다. 언론이 보내는 정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갖고 뉴스를 구성했는지 해석하는 힘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렇더라도 궁극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삶의 조건이 가혹해질수록 집단이기심과 확증 편향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현대 세계의 삶의 불안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비롯된 빈부격차 확대와 중산층의 붕괴 탓이라고 하면 지나친 단순화일까. 가짜뉴스의 토대가 삶의 불안이라면 궁극적인 해결책은 그 불안을 완화하는 공정한 사회·경제 체제를 만들어 가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어려운 중장기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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