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해서 예전부터 내려온 유명한 말들을 기억해 왔다. 글쓴이는 사회복지학과 교육학을 전공한 자로서 세월이 흘러 노인이 돼 글쓰기가 취미인지라 시니어 관련 칼럼기사를 많이 게재해 왔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체험담과 함께 옛날 얘기를 펼쳐 보고자한다.

노인(老人)은 나이가 많이 들어 늙은 사람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이 들다보니 그동안 얻은 것은 경험임이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경험은 무엇인가? 경험이란 실지로 보고 듣거나 몸소 겪어보면서 체험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경험과 체험은 동의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뒤에는 반드시 지혜가 뒤를 따르기 마련이다.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유명한 그리스 격언이 있다. 이 말은 오랜 세월을 겪으며 만들어진 지혜인 삶의 경륜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 세상에는 지혜로운 노인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반면에 누구나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상실되기도 하며, 고집이 세지면서 남의 얘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 단점도 많이 노출돼있다.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경향도 없지 않아 갈등과 불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기억이 떠난 빈자리엔 통찰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노인의 지혜를 비유한 역사 이야기이다. 당나라 사신이 똑같이 생긴 말 두필(두 마리)를 끌고 와서는 어미와 새끼를 알아맞히지 못하면 조공(예전에 속국이 종주국에게 때맞추어 예물을 바치는 일이나 그러한 예물을 이르던 말)을 올려 받겠다고 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정승은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해봐도 알 수가 없어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그걸 본 정승의 노모가 말하기를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주어 보라 먼저 먹는 놈이 새끼란다“고 말했다. 정승은 무릎을 치고 기뻐하며 왕에게 고하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됐을 때 수레를 끌던 말 중에 제일 늙은 말 한 필(마리)을 풀어 놓고 그 말의 뒤를 따라서 무사히 귀향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에서도 우리는 늙음의 지혜를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다.

누구나 늙는다는 걸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만 할 일도 아니다. 늙은이는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젊은이는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말이 있다. 노인은 누구나 젊어봤기 때문에 늙어갈 수 있는 것이니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중에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일 수도 있다.

그러니 노인이 된다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노인의 장점을 살려 풍요롭고 편안하게 황혼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마(老馬)의 지혜, 집안 어른의 지혜 세상에도 가정에도 꼭 필요한 것이다. 지식은 배우면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세월을 겪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진리이기도 하다.

노소(老少)를 막론하고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노인은 젊어봤다. 그러나 청장년은 아직 늙어 보질 못했다. 그래서 노인은 젊은 소년장년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고 배려해 줄줄 알아야 하며, 반면에 젊은이들은 노인(어르신)을 공경할 줄 알아야 행복한 가정과 사회생활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정환 기자

정정환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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