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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연예계로 번진 ‘반페미니즘’사건·사고에 누리꾼들 아우성(性)
이정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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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10: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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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권리 주장과 남성 혐오를 동일시하는 오류

   
▲ ‘Girls Can Do Anything’이라고 적힌 폰케이스로 페미니스트 논란에 시달린 손나은.

여기저기에서 ‘페미니스트’라는 표현이 횡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남녀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런 양상은 연예계까지 번지고 있어 또 하나의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불평등하게 부여된 여성의 지위, 역할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여성운동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좋은 뜻을 가진 ‘페미니스타’가 이를 잘못 이해·해석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남녀 성(性) 대립 논란’으로 점철된 것. 그리고 이런 대립은 연예인을 판단하는 하나의 잣대가 됐다.

최근 배우 ‘정유미’의 이름 석 자가 하루 종일 국내 한 대표 포털 사이트 검색순위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가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복수 매체의 기사가 난 직후의 일이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소설 속 여주인공 김지영의 인생을 통해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담았다. 해당 소설은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지금까지 약 100만 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과 배우 정유미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스트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유미의 인스타그램에는 그의 영화 출연을 반대하기 위한 남성들의 악성 댓글이 무려 4000개가 넘게 달렸다. 이뿐 아니라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도 않았음에도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서 10점 만점에 4.8점 받는 등 평점 테러를 받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달라” “정유미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츨연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들은 “영화 개봉을 기대하겠다” “정말 최적의 캐스팅이 나일 수 없다”며 배우 정유미와 영화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최근 남자친구와 폭행설에 휘말린 구하라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인으로 알려진 구하라의 남자친구가 구하라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자 구하라 역시 자신도 폭행을 당했다며 쌍방폭행으로 남자친구를 맞고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입장을 다 내놓기도 전에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남녀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다. 남성들은 “여자가 맞을 짓을 했다”라며 구하라의 일반인 남자친구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여성들은 “여자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남자가 악의적으로 고발했다”라는 주장으로 구하라 편에 섰다. 누가 먼저, 어떤 이유로 폭행을 가했는지 등의 논점은 이미 성별에 따른 갈등으로 가려졌다.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한 팬미팅에서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꼽았다가 남성팬들이 팬클럽을 탈퇴하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했으며, ‘소녀시대’의 수영은 <82년생 김지영>을 인상 깊게 읽어 자신의 첫 단독 리얼리티 타이틀을 ‘90년생 최수영’이라고 붙였다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또 ‘에이핑크’의 손나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과정에서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적힌 휴대폰 케이스가 노출돼 페미니스트라는 낙인과 함께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국 남성들의 악성 댓글이 지속되는 등 해프닝이 커지자 손나은은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 페미니스트로 오해받은 가수 아이린.

그렇다면 대체 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남성들을 이토록 분노케 하는 걸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페미니스트’의 진정한 의미가 한국에는 잘못 퍼져있는 탓이다. 미국 등을 포함한 서양에서는 페미니스트란 여성들이 사회에서 부당함을 겪지 않도록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로 인식돼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연예계에서는 가수·배우 등 연예인들도 스스럼없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한다. 엠마 왓슨, 테일러 스위프트, 제니퍼 로렌스, 비욘세, 클로이 모레츠 등이 대표적이다. 남성 연예인 또한 마찬가지다. 라이언 고슬링, 마크 러팔로, 조셉 고든 래빗,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에즈라 밀러, 존 레전드, 애쉬튼 커쳐 등이 페미니즘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국내에는 ‘페미니스트=남성 혐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예인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 남성을 혐오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인식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인들 역시 자신이 출연하는 광고 제품이나 광고 콘셉트, 발언 등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일부 비뚤어진 남성들의 남성 우월주의 시각 역시 남녀 대립의 이유로 꼽힌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배우 정유미 캐스팅을 두고 “정유미 씨가 단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몹쓸 마녀사냥”이라고 말하며 “정유미 씨가 아닌 다른 누가 그 영화에 캐스팅이 됐어도 똑같은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특정 여자 연예인을 페미니스트로 치부하는 것은 일부 남성 우월주의 시각을 사진 사람들의 과격한 행동”이라고 꼬집으며 “이것을 대중적인 분위기나 트렌드인냥 시민의 탈을 쓰고 나오는 것을 용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성평등을 남녀의 경쟁, 파이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쪽 성이 불이익이나 부당함을 겪지 않으면 그 불이익과 부당함은 남은 다른 한쪽 성이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이미 충분한 부당함을 겪고 있으며 자신이 사회에서 더 약자라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젠더 대결’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화와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여성들은 모든 사회의 부조리가 남성의 탓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남성들은 여성을 대결상대가 아닌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는 점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정현 기자

이정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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