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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통영 앞바다의 작은 진주, 비진도산호길 트레킹 5.2km, 그 환상의 길을 걷다
임윤식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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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1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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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벽조망-노루여전망대.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속해 있는 비진도는 통영항에서 13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면적 2766㎢, 해안선 길이 9km, 인구 300여 명이 살고 있는 섬이다. 미인도라고도 하며, 안섬과 바깥섬, 내항과 외항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비진도라는 섬이름은 ‘산수가 수려하고 풍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해산물 또한 풍부하여 가히 보배(珍)에 비(比)할 만한 섬’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비진도 가는 여객선은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떠나며, 한솔해운(055-645-3717)이 성수기 주말의 경우 06:50, 09:02, 11:05, 13:00, 14:30, 15:10 등 하루 6회 출항한다. 비진도에서는 09:35, 09:50, 12:00, 14:00, 16:10, 17:15에 배가 뜬다. 평일에는 하루 5회 출항하며, 요금은 왕복 1만 6800원. 이 배는 승객정원 230명의 중형 여객선으로 승객전용이다. 비진도는 비교적 작은 섬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바닷공기가 맑고 하늘 역시 쾌청하다. 배를 타자마자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솜털구름, 하트구름, 뭉개구름, 그리고 태풍 흔적같은 일부 먹구름 등 다양한 모양의 역동적인 구름들이 여행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바다풍경에 취하기도 잠시, 40여 분 만에 비진도에 도착한다. 비진도는 남북에 산봉우리가 솟아 있고 그 사이를 모래해변으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장구 모양을 보이는 섬이다. 혹자는 여자의 가슴가리개를 닮았다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비진도에 배가 닿으면 넉넉한 어머니 품에 살포시 안기는 듯한 따뜻함이 전해온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트레킹을 출발한다. 비진도 트레킹 코스는 ‘산호길’이 대표적이며, 외항선착장-미인전망대-선유봉(312.5m)-노루여전망대-설풍치 입구-비진암-외항선착장에 이르는 5.2km의 원점회귀코스이다. 여기에 비진도 해수욕장-외항마을-배수지-내항마을로 이어지는 1.9km의 산허릿길을 추가로 돌면 금상첨화다.

비진도는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의 3구간이기도 하다. 총 6구간으로 이루어진 바다백리길은 1구간 미륵도 달아길(14.7km, 5시간 소요), 2구간 한산도 역사길(12km, 4시간 소요), 3구간 비진도 산호길(4.8km, 3시간 소요), 4구간 연대도 지겟길(2.3km, 1시간 30분 소요), 5구간 매물도 해품길(5.2km, 3시간 소요), 6구간 소매물도 등대길(3.1km, 2시간 소요) 등이다. 비진도 산호길은 선착장부터 계산할 경우 5.2km이다. 이들 구간 중 1구간 미륵도 달아길만 제외하고는 모두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길들이다. 물론 통영 앞바다에는 이들 바다백리길 이외에도 추봉도, 연화도 및 우도, 사량도, 욕지도, 두미도 등 멋진 트레킹코스를 가진 섬들이 즐비하다.

   
▲ 비진도 산호길 안내도.

드디어 ‘비진도 산호길’ 등산 및 트레킹 출발이다. 선착장에서 파란 실선을 따라 우측으로 300m 쯤 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어느 쪽이든 선유봉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인데, 직진코스는 선유봉까지 1.7km, 약간 가파른 코스인 반면, 우측 길은 선유봉까지 3.2km로 긴 편이지만 완만한 코스이다. 필자 일행은 직진코스를 택했다.

삼거리에서 3분 쯤 가면 아치형의 게이트를 만나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울창한 숲과 너덜길,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들머리에서 약 40분 쯤 올랐을까? 망부석전망대와 선유동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좌측으로 30m 가면 망부석 전망대, 우측 선유봉까지는 900m 거리이다. 망부석 전망대에 서면 한산도, 용초도, 추봉도, 죽도, 거제 노자산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망부석전망대에서 돌아나오면 산절벽 위로 사람 얼굴 모양의 바위가 올려다보인다. ‘여인바위’ 또는 ‘망부석’이라고 불리워지는 이 기암은 “아주 오랜 옛날, 무지개를 타고 비진도에 내려온 선녀가 홀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남자를 만났다.

그의 효성에 감격한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기를 포기하고 산호빛 아름다운 물결이 있는 비진도에서 그 남자와 함께 살기로 결심을 했다. 그들은 평화롭고 행복한 시절을 보내다 바다로 나갔던 남자는 풍랑을 만나 섬을 돌아오지 못하고 선녀는 해가 뜨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올라가 남자를 기다렸고 끝내 망부석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이다. 애틋한 이야기와 어울리는 ‘망부석’의 옆모습이 오뚝한 코를 가진 미인의 옆모습처럼 보인다.

망부석전망대에서 230m쯤 비탈길을 오르면 우측으로 미인전망대에 이른다. 여인바위 바로 위에 만들어진 이 전망대는 비진도 전망대 중 최고의 조망포인트이다. 비진도해수욕장이 그림같이 내려다보이고 내항마을 쪽 최고봉인 대둥산(219m)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진도 뒤로 멀리 오곡도, 곤리도, 학림도, 미륵도, 한산도, 추봉도, 장사도 등이 줄을 서고, 우측으로 어유도, 매물도, 소매물도까지도 시야에 잡힌다.

   
▲ 여인바위.

미인전망대에서 5분 쯤 데크계단을 오르면 흔들바위를 만나고, 흔들바위에서 다시 15분 정도 급 내리막계단과 오르막계단을 타면 드디어 선유봉 정상(312m)에 이른다. 선착장 들머리에서 선유봉 정상까지는 여유 있게 올라서 약 1시간 30분 소요됐다. 2층 전망대에 오르면 이곳에서도 죽도, 거제 망산, 장사도, 가왕도, 어유도, 매물도, 홍도(괭이갈매기서식처), 매물도, 소매물도, 소지도, 국도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선유봉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때죽나무자생지, 자귀나무자생지, 후박나무자생지, 천남성자생지, 동백나무군락지 등 숲길을 30분 정도 내려가면 노루여전망대를 만난다. ‘노루여’란 옛날에 선유봉 일대에 노루가 많이 서식하여 사람들이 산 위에서 노루를 쫓아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하여 잡은 일이 있어 지명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노루여전망대 역시 전망이 수려하다. 발아래 설핑이치(설풍치) 해벽이 웅장하게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연화도, 우도, 욕지도, 외부지도, 내부지도, 추도, 연대도, 오곡도, 미륵도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노루여전망대에서 10분 남짓 내려가면 설풍이치 입구에 이른다. 서쪽해안 코너에 우뚝 솟아오른 단애절벽인 이곳은 이름도 다양하다. 그곳 안내판에는 슬핑이치, 갈치바위로 소개하고, 선착장 앞 한려해상국립공원 안내판에는 용머리바위라고 쓰여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설풍이치, 설풍치 등으로 표기한 지도들도 보인다. 갈치바위는 갈치처럼 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태풍이 불 때 마다 파도가 이 바위 위로 넘나들면서 소나무가지에 갈치들을 걸쳐놓는다고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치’란 해안선에 톡 불거진 단애(Cliff, Scarp), 즉 수직 또는 급경사의 암벽사면을 말한다. 노루여전망대에서 이곳 용머리해안까지의 해벽이 특히 웅장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바다 위에 줄줄이 늘어선 크고 작은 섬들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용머리해안에서 거의 30분 내외 휴식 및 간식을 먹은 후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이곳에서 선착장까지는 1.8km 거리. 이제부터는 거의 평지길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태풍의 뒤끝인가 보다. 바람이 불지않아 다행이다. 돌아갈 배를 타는 데는 이상이 없을 것 같다.

5분 쯤 가면 돌담이 아름다운 비진암을 만나고 아기자기한 숲길이 이어진다. 30분 정도 평지길을 걷다보니 어느 새 날머리 게이트이다. 선착장까지 원점회귀 소요시간은 약 3시간 반. 용머리해안에서의 간식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약 3시간이 걸렸다. 비진도 바다백리길 3구간을 이렇게 마무리한 셈이다.

비가 제법 쏟아진다. 이곳에서 트레킹을 멈출 수도 있지만 당초 예정대로 내항 선착장까지 강행키로 한다. 개미허리 모양의 비진도 해변을 건너면 외항마을이다. 비진도 해변은 서쪽은 은빛모래가 깔린 해수욕장, 동쪽은 몽돌해안인 게 특이하다. 서쪽 선착장 앞에는 춘복도라고 부르는 조그만 무인도도 보인다. 외항선착장에서 외항마을까지 해변길이는 200m. 외항마을에서 내항마을까지는 1.9km 거리이다.

   
▲ 비진도 조망-미인전망대에서.

외항마을에서 좌측 산허릿길을 20분 쯤 걸으면 배수지 (물탱크)가 있는 까꾸막고개에 이르고 다시 10분 정도 가면 내항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근처에는 팔손이나무자생지도 있다. 마을 입구에는 경로당도 보이고 아담한 정자도 눈에 띈다. 배가 떠날 시간은 2시.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았다.

정자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새 간다.

통영으로 귀항할 여객선이 들어온다. 아쉬운 마음으로 배를 탄다. 언제와도 역시 섬은 좋다. 섬에 오면 잠시나마 세상사 잊게 해주고 마음도 비워준다.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섬 1000개 이상을 방문하는 등 한국의 대표적 ‘섬시인’으로 유명한 이생진 시인은 왜 그렇게 섬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저 산 너머 또 너머 저 멀리 모두들 행복이 있다 말하기에…’라는 독일의 시인 칼 붓세의 시를 들려준다. 이 시를 내 나름대로 ‘저 바다 건너 또 건너 저 멀리 외딴 섬에 모두들 행복이 있다 말하기에…’로 바꿔 읊어본다. 이생진 시인은 섬을 낙원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은 ‘물위에 뜬 섬’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연 섬은 낙원일까? 저 바다 건너 어딘가에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정말 기다리고 있을까?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내항마을.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이생진 시인은 그의 시 ‘무명도’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잠도 자지 않고 한 달 만 뜬 눈으로 살고 싶은 섬. 비진도를 떠나면서 난 또 다른 섬 여행을 꿈꾼다.

글·사진 임윤식

임윤식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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