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사회일반
[사회] 민간기업 유전자 검사 활발하다면봉 하나만 있으면 취약한 질병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
김부성 기자  |  news@kpci.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30  14:19:4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의료계에서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 논란 여전해

   
 

보험·식품·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가 활발하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년 전 개인 유전자검사(DTC)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바뀌고 있는 풍경이다.

DTC는 민간 유전자 검사업체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서비스다. 서비스 신청을 하면 검사업체가 보내주는 검사키트에 있는 면봉으로 입 안쪽 표면을 긁어서 구강상피세포를 묻힌 뒤 다시 회사로 보내면 1주일 안에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비타민C 대사, 피부 노화 및 탄력, 색소 침착, 카페인 등 12개 항목에 대해 유전자 특성을 분석해준다. 가격은 검사항목 수에 따라 10만~20만 원대다.

이전까지는 병원에서 환자 치료 목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2~3년 전까지 100만 원을 웃돌던 유전자 검사 비용이 10분의 1로 낮아진 데다 중간 단계였던 병원을 거치지 않고 기업과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면서 DTC가 활성화되고 있다.

찬반에 관한 논란 여전히 높아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알려주는 DTC는 다양한 영역에서 맞춤형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비의료 기관(민간 유전자 검사 업체)도 소비자 의뢰에 따라 DTC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러 비판에 직면하면서 난관에 빠졌다. 특히 과학계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4월 30일 보건복지부는 DTC 검사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지난해(2017년) 11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5개월간 논의한 결과라며 개선안을 공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웰니스 검사 항목 대폭 확대, 유전체 검사 기관에 대한 인증제 시행 등이다.

하지만 과학계는 개선안을 전면 부정했다. DTC 항목 확대 근거가 과학적 설명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협의체 과학계 대표 위원 2인 가운데 1인으로 참여한 이종극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업계 의견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DTC 검사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등 직설적으로 개선안과 정부를 비판했다.

민관협의체는 검사실 인증제를 필수조건으로 두고, DTC 허용 항목을 유전자명 열거식 검사허용(포지티브) 방식에서 확대하는 안을 제안했다. 항목은 모든 질병이 아닌 웰니스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관협의체 위원으로 참석한 국립한경대 신동일 교수는 “(허용 항목을) 유전자명으로 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유전자명은 각 논문을 쓰는 전문가들이 어떤 유전 특성을 발견했느냐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검사실 인증제를 전제로 유전자명 열거에서 네거티브 방향으로 바꾸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DTC 유전자 검사실별 인증제를 통해 검사실의 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라 검사 항목을 차별화하겠다는 뜻이다.

1등급 검사실은 질병예방 항목을, 2등급 검사실은 웰니스 및 개인의 특성 등에 대해 검사토록 하고, 1등급의 경우 2등급보다 기준(정확성, 효과성, 안전성, 결과 레포트의 전달력)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청회에선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에 따른 안전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관협의체 위원인 삼성서울병원 김종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유전자 검사) 업계가 미국 등 해외사례를 들어 끊임없이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등과 같은 안전장치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은 유전자 검사기관이 DTC를 하기 위해선 복지부 신고를 거친다. 이는 단순 신고제”라고 했다.

이어 “해외 제도와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와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검사실 인증제로 검사실과 검사 내용의 질적 수준에 대한 보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검사 정보의 충분한 제공과 함께 투명성도 확보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에선 유전검체 추출을 의사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질병예방 목적의 유전자 검사는 결과의 불확실성이 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성신여대 김나경 교수(법학과)는 “GenDG(독일 유전자진단법)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진단적 유전자 검사와 예견적 유전자 검사를 구별하고, 예견적 검사는 검사 주체와 상담방식 등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진단적 유전자 검사 주체는 ‘의사’, 예견적 유전자 검사 주체는 ‘인간 유전학 전문의이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유전자 검사를 위한 전문의 자격 또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전문 자격 등을 획득한 의사’로 규정하고 있다.

유전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관리 및 보호하는 근거조항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연대 김소윤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는 “생명윤리법에서 유전정보 차별금지(고용·승진·보험 등) 영역을 제시하고 있지만, 세부규정이 없다”면서 “유전정보가 더 이상 의료기관 내에서만 다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의료기관에서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추가적인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개인정보나 유전정보의 수집을 비롯해 수집, 보호방안, 관리, 폐기, 이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적 근거가 모자란다”

DTC 유전자 검사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이종극 교수(융합의학과)는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업체들은 논문 몇 편에 DTC 허용 항목을 확대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민관협의체가 제시한 인증제 또한 최소 기준일 뿐이지 이에 따라 검사 가능 항목을 구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증제(안) 도입 시, 2등급 검사실에선 웰니스로 분류된 비타민, 미네랄, 운동, 피부미용, 모발, 귀지의 형태, 식습관, 흡연, 음주, 다이어트, 노화, 수면, 스트레스, 빛재채기 증후군 등을 다루고, 1등급 검사실에선 질병예방을 목적으로 당뇨, 고혈압 등 관련 검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제시된 인증제(안)은) 1등급과 2등급의 인증 요건에 차이가 없다”며 “등급제 형태로 DTC 검사항목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위해도가 낮다고 해서 검사신뢰도가 낮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선안에서 신뢰도 기준 예시로 제시된 질병 예방 관련 항목 ‘p-value 0.05 이하’·‘Odd Ratio>1.2’, 웰니스 관련 항목 ‘p-value 0.05 이하’ 등이 검출 신뢰도를 담보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유전적 설명력이 높은 유전자 검사 항목을 채택할 것(다인자 질병보단 단일유전자 질병/표현형 중심으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유전자 검사 항목 상시 승인제도 및 시스템을 구축할 것(DTC 유전자 검사는 신고제보단 승인/허가제 중심으로) ▲유전자 검사에 대한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규제할 수 있는 기관 필요 ▲네거티브 규제(예외를 두고 원칙적인 허용)보다는 포지티브 규제(규정된 부분만 허용)로 소비자 권리를 보장할 것(임상적 유용성의 근거가 부족한 유전검사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불허) 등의 입장을 내놨다.

또 모든 DTC 유전자 검사 기관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하고, 검사실 등급에 따른 DTC 유전자 검사 허용 항목 차별화는 반대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DTC 규제를 점차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강도태 실장은 “과학적 타당성과 유효성, 안전성이 검증된 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무분별한 검사로 국민건강권이 침해되지 않을지 등을 정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기관 책임 강화 인증제 도입 검토 중

하지만 정부는 규제는 완화하더라도 책임에 관해서는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정부는 미국과 같이 각 검사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인증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는 “현재 장관 고시로 되어 있는 한에서는 책임소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검사 정보에 대한 충실한 제공과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며, DTC 검사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내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필요하다”고 산업계의 책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책을 ▲구미 해외제도 기준과 부합하는 제도와 기준 도입 ▲검사실 인증제로 검사실과 검사 내용의 질적 수준 최소 보증기준 의무화 ▲검사 정보의 충분한 제공과 투명성 확보 ▲DTC 유전 검사의 검사실의 자유도 확보에 따른 책임 강화로 요약했다.

김 교수는 “인증제를 통해 검사실 자격을 주고, 인증제 안에서 검사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검사실 책임하에 광범위하게 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내용에 대해 기업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고,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유전자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지적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 김소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조항 하나에서 논의하고 있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유전자 차별 금지에 대한 자세한 규정 없이 활용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DTC 유전자 검사 법제도적 개선 방안의 중심은 DTC 업체 중심 규제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당사자에 대한 법제 패키지 마련에 있다”면서 “정부는 건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회적 안전망으로써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 그리고 상업적 관리에 대한 공공기관의 유전정보 관리 방안 마련에 초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부성 기자  news@kpci.co.kr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부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경상남도 백두현 고성군수]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오로지 군민이 행복한 것”
2
[제58회 통영한산대첩축제 미리 보기] “역사인물축제로서 최고, 최대 규모”
3
올 8월 전국 1만9000가구 분양, 추가대책은 '변수'
4
[기획] 한일 경제전쟁, 서막이 오르다
5
[기자수첩] 조국 전 민정수석, 새 법무부장관 임명 ‘찬성’47.9%
6
[㈜케이마린 이찬우 대표] 태양광보트의 혁신적 기술로 친환경 수상레저산업을 선도하다
7
[대부업] 일본계 금융업체 갈수록 서민 파고들어
8
국회 본회의, 추경예산안 등 176건 처리
9
[문화] 동학농민혁명 125주년 첫 기념식 열려
10
서울 아파트값 41주만에 최대폭 상승… 6주 연속 올라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513) 서울특별시 금천구 벚꽃로234 | 대표전화 : 02)702-0111 | 팩스 : 070-4275-1429
잡지사업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5 | 등록일 : 1982년 12월 23일 | 인터넷신문사업등록번호 : 서울 아03244
회장: 이상대 | 부회장:임윤식 | 사장: 정희돈 | 편집국장 : 정재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재형
Copyright © 2013 오늘의한국.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