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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나라 위한 헌신, 잊지 않아야 할 보훈독립운동 인정받아도 주인 못 찾는 ‘서훈’ 33%
이지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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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30  10: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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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와 유공자 관리에 역량 넓혀나가

   
▲ 호근덕 지사 후손들이 지난해 4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훈장 전수식에서 건국포장을 받고 있다. 광복 72년, 보훈처가 호 지사를 서훈 대상자로 발표한 지 6년 만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연구회장인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김재기 교수는 일제강점기 미주 지역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 지지대회 참가자들을 찾기 위해 2016년 쿠바를 방문하던 중 우연히 호근덕 애국지사 유족을 만났다. 멕시코 이민 한인 1세대인 호근덕(1889~1975) 애국지사는 1911년부터 미주 지역 한인들이 결성한 대한인국민회에서 활동하면서 독립운동의 길에 들어섰다.

1921년 쿠바로 이주해서도 활동을 계속했고 1930년 이후에는 광주학생항일운동 지지대회와 후원금 모금 활동을 벌였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114원 86전(현재 약 3000만 원 가치)을 모아 중국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총탄이 오가는 전투 현장에는 없었지만, ‘대한독립’을 위해 20대부터 청춘을 모두 바쳤다.

그의 독립운동은 광복 66년이 지난 2011년에 이르러서야 공식 인정을 받았다. 실제 호 지사에게 2011년 내려진 건국포장은 6년이 지나서야 유족 품에 안겼다.

호 지사는 이미 36년 전 세상을 떠난 데다, ‘호근덕’이라는 한국 이름 대신 ‘페르난도 호’라는 현지 이름에 익숙한 쿠바 거주 후손들은 호 지사가 서훈 대상자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립유공자 유손 찾기 캠페인 필요해

정부 주도로 독립유공자를 발굴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유족이 신청하는 경우는 곧바로 서훈이 전달됐지만, 정부의 자료 발굴에 따른 유공자 서훈은 전달할 당사자나 유족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맹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여러 세대가 흘러 후손들조차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거나 기억이 희미해지는 탓도 크다. 이러다 보니 현재까지 발급된 서훈 1만 4651건 중 5469건은 유족에게 전달되지 못해 보훈처에 보관 중이다. 독립유공자 세 명당 한 명꼴로 주인을 못 찾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서훈을 발표만 할 게 아니라 후손을 찾아 전달까지 해야 의미가 있고, 그래야 비로소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완료되는 것”이라면서 “광복 이후 긴 세월이 흘러 후손이 대부분 3, 4대로 넘어가다 보니 조부 혹은 증조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호 지사처럼 서훈을 찾아주거나 가족관계가 확인돼 앞으로 전달될 예정인 쿠바 활동 독립유공자만 해도 10명이나 된다.

김 교수의 지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보훈처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선정된 독립운동 서훈 대상자는 1792명인 반면, 서훈이 실제로 전달된 건 390건(2012년 이전 서훈 대상자도 포함)에 그친다. 이 중 유족이 포상을 신청해 서훈이 곧바로 전달된 103건을 제외하면 보훈처가 직접 유족을 찾아 전달해준 건 5년간 기껏해야 287건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훈처 관계자는 “발굴된 독립운동가 연고가 북한이거나 제적부가 없는 경우에는 사실상 후손을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보훈처는 앞으로 제적부를 통해 후손을 추적할 수 있는 독립유공자를 900명 정도로 추산하고, 향후 대대적으로 후손을 찾는 캠페인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순 열사, 서훈 등급 격상 운동 벌여

3·1운동을 말할 때 많은 시민이 유관순 열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전체 독립운동가로 대상을 넓혀도 유 열사는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러나 유 열사의 서훈등급을 알고 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1962년 정부는 독립유공자 서훈등급(1∼5등급)을 정하며 유 열사에게 3등급인 ‘독립장’을 추서했다. 김구 이승만 안창호 등 30명이 1등급(대한민국장), 이동녕 신채호 이범석 등 93명이 2등급(대통령장)에 추서됐다. 3등급에는 유 열사를 포함해 823명이 포함됐다.

개인 서열을 구분하지 않지만 등급 결과만 놓고 보면 유 열사는 123번째를 넘어서는 것이다.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사업회와 충남도는 유 열사의 서훈등급 격상 운동을 시작했다. 유 열사는 3·1운동으로 이화학당이 폐쇄되자 고향인 충남 천안으로 내려와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1심 재판에서 5년형, 2심에서 3년형을 선고받고 옥중투쟁을 벌이다 모진 고문으로 18세에 순국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이 대부분 1년 6개월에서 3년 형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유 열사는 삶은 훨씬 기구했다.

류정우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장은 “서훈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2014년까지 매년 9월 28일 열리는 유 열사 추모제에 대통령 화환조차 오지 않았다. 2015년부터는 보훈처 건의로 예외적으로 유 열사 추모식에 대통령 화환을 보내고 있다”며 “3등급뿐 아니라 1, 2등급 중에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 있는 걸 감안하면 유 열사의 등급 격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유 열사의 서훈등급을 높여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백석대 김성철 유관순연구소장은 “독립운동의 상징인 유 열사의 서훈등급 격상을 위해 우리 대학과 연구소도 청원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19대 국회 때 유 열사 서훈등급 격상을 위한 상훈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다른 정치 현안 탓에 미뤄지다 결국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이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충남도도 유 열사의 서훈등급 격상을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섰다. 충남도는 이화여고와 함께 2001년부터 ‘유관순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남궁영 충남도지사 권한대행은 “유 열사의 독립운동 위업이 상훈 측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여론이 높고 정부도 여기에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 서훈이 격상되고 위업이 보다 널리 기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오른쪽)이 5월 15일 서울 구로구에 사는 애국지사 이동녕 선생의 손녀 이애희(82) 씨를 방문해 담소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손·자녀 생활지원금 신설

보훈처는 올해 생활이 어려운 독립유공자 손·자녀를 대상으로 생활지원금을 신설하고 보훈요양원 건립 등을 통해 보훈복지를 강화한다. 또 내년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 건립, 만세운동 재현 등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훈처는 독거세대 등을 먼저 발굴해 지원하는 ‘보훈나눔+’ 사업을 도입하고 복지기관과 협업해 나눔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찾아가는 보훈서비스’도 확대해 보훈 복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독립유공자 손·자녀를 대상으로 526억 원 규모의 생활지원금을 신설하고, 유족을 위한 심리상담서비스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강원·전북권 보훈요양원과 재활센터 등 건립을 추진한다.

아울러 보훈처는 군 의무 복무 중 사망자에 대해서는 순직·자살자의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도록 보훈심사를 개선하고, 국민 배심원단을 구성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심사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보훈처는 독립 유공자의 경우, 여성은 전체 포상자의 2%, 의병은 참여자 중 포상자가 0.8%에 그치는 점을 감안해 여성과 의병을 적극 발굴해 포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독립운동사연구소(독립기념관)를 발굴 중심기관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보훈처는 또 제대 군인을 위해 중·장기 복무자 6400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의무복무자 중 고졸 이하 취약계층을 위한 취업지원, 사이버교육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보훈처는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000만 명이 참여하는 ‘독립의 횃불’ 3·1운동 재현행사, ‘위대한 유산’ 헌정음반 제작 등을 계획 중이다.

서울 서대문구 의회청사 부지에는 지상5층·지하1층, 연면적 6236㎡ 규모의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도 건립되며,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보훈처는 이 기념관을 서대문독립공원과 연계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장 중심의 ‘따뜻한 보훈’ 추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국가보훈처가 장관급으로 승격되면서 그동안 많은 정책의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실천하기 위해 ‘따뜻한 보훈’이라는 정책방침을 발표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한 해였다.

지난 12월 6일 국회에서 2018년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국가보훈처 예산은 처음으로 5조 원을 넘으며 올해보다 11.2%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 7.1%보다 높아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2018년 보훈처 예산의 내용을 보면 우선 보상금과 수당의 대폭 인상을 통한 국가유공자 예우강화,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보훈사업 추진, 현장 중심의 따뜻한 보훈 추진 부분을 집중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보상금은 5.0% 인상하고, 이와 연계한 6·25자녀수당, 고엽제 수당의 단가도 각각 5.0% 인상한다. 5% 인상률은 최근 8년 기간 중 최고 인상률이다.

참전유공자에 대해서도 살아 계실 때 제대로 보답하자는 취지에서 현재 22만 원인 참전명예수당을 내년부터 30만 원으로 인상한다. 국가가 60%를 지원하는 병원진료비도 내년부터 90%를 감면한다.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2018년부터 사전 분위기 조성을 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대구신암선열공원(대구 동구 신암동 소재)이 2018년 5월부터 국립묘지로 승격된다. 이로써 국가에서는 10곳의 국립묘지를 관리·운영하게 된다.

또 독립기념관 내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를 독립운동사 연구의 중심 센터로 육성시킨다.

국내외 산재한 독립운동관련 자료수집 등을 통해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독립유공자 서훈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또 독립기념관만의 자연 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운동 테마캠핑장’을 조성하고 전시 및 교육 사업을 연계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독립운동 테마공간을 구축한다.

국가보훈처 차원의 사업뿐만 아니라 유공자와 직접 대면하는 부산지방보훈청에서도 발을 맞춰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학계, 언론계 등 외부위원을 초빙하여 보훈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열린 혁신을 통해 새로운 과제와 문제점을 해결할 계획이다. 또 ‘부산광역시 3.1운동 및 임정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부산시와 공동으로 학술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지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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