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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전설의 오빠들이 돌아온다90년대 주름잡던 1세대 아이돌 재결합 열풍
이정현 기자  |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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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3  15: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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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큼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체가 또 있을까. 음악은 과거에 함께 음악을 들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그때의 시절, 그때의 장소로 돌아가게 한다. 종종 음악이 ‘시간 여행자’로 묘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음악의 힘이 최근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형기획사에서 쏟아내는 비슷한 콘셉트와 색깔의 아이돌 사이에서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음악을 통해 옛 추억 소환에 나선 3040 팬들이 다시 하나로 뭉쳐 팬클럽 활동을 재개하는 등 전에 없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원조 아이돌 그룹들의 재결합 열풍은 ‘무한도전-토토가’ ‘슈가맨’ 등의 예능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첫 타자는 젝스키스였다. MBC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해 재결합한 젝스키스는 당시 연예계 활동 중이었던 은지원을 비롯해 강성훈, 김재덕, 장수원, 이재진, 연예계를 완전히 떠났던 고지용까지 함께 ‘토토가2’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젝스키스는 고지용을 제외한 5명의 멤버가 YG엔터테인먼트의 지원 아래 꾸준히 신보를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H.O.T. 역시 MBC ‘무한도전-토토가’를 재결합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들은 2001년 해체 이후 17년 만에 완전체 컴백에 성공하며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이들의 컴백쇼는 과거 H.O.T.의 명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공연장은 흰색 풍선으로 뒤덮였고, 수많은 팬들은 눈물을 훔쳤으며, 시청자들 또한 90년대 감성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H.O.T.의 향후 활동 계획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아 이번 완전체 재결합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아니면 젝스키스처럼 소속사를 결정하고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로 남았다.

예능이나 공연이 아닌 다른 무대를 계기로 활동 재개에 나선 그룹도 있다. 이성진, 천명훈, 노유민, 문성훈이 속한 NRG의 얘기다.

1997년 데뷔해 ‘할 수 있어’ ‘히트송’ ‘나 어떡해’ ‘하루’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NRG는 2005년 7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데뷔 20주년 기념 팬미팅을 시작으로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그 후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4월 말에서 5월 초 NRG 완전체 컴백을 계획하고 있다는 낭보를 밝힌 바 있다.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1세대 그룹 가운데 가장 오랜만에 팬들 앞에 드러낸 그룹은 솔리드다. R&B 그룹 솔리드는 오랜 방황 끝에 무려 21년 만에 재결합한다고 밝히며 옛 추억 소환에 나섰다. 솔리드는 1993년 1집 정규 ‘Give Me A Chance’ 타이틀곡 ‘이제 나를’로 가요계에 얼굴을 알렸으며 ‘이 밤의 끝을 잡고’, ‘천생연분’, ‘끝이 아니기를’ 등 저음의 랩과 굵직한 음색, 화려한 R&B 창법이 선보인 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들은 1997년 정규 4집 ‘솔리데이트(Solidate)’를 끝으로 팀을 해체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그러나 최근 이들은 5월 공연을 목표로 대관작업을 진행 중이며 공연에 앞서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라고 귀띔해 팬들을 집결시키고 있다. 사실 이들의 재결합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솔리드 멤버 중 그간 방송출연이 상대적으로 잦았던 김조한은 2016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멤버들과 재결합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으며 솔리드의 리더였던 정재윤은 2015년 11월 자신이 프로듀싱한 밴드 로열파이럿츠 컴백 쇼케이스에서 “멤버 김조한이 부르면 바로 재결합을 준비할 것”이라며 “시작하는 순간 급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해 재결합에 대한 가능성과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들 외에도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god의 재결합설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god 멤버 손호영은 “구체적인 재결합 계획은 논의한 적 없다”면서도 “20주년 프로젝트성 음원 녹음은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해체한 그룹이 재결합하는 경우가 아주 없진 않았다. 1세대 아이돌에 대한 향수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된 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이후 복고 열풍이 불면서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 꾸준하게 진행됐다. 지난 2014년에는 클릭비가 재결합하기도 했고, 그 후 터보가 3인조로 컴백하는 등 그룹의 재결합은 간간이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원조 아이돌들이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며 그야말로 재결합 열풍이 일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한 가요계 관계자는 “모든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요즘의 가요시장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 그룹 NRG.

소속사의 철저한 기획에 기반해 비슷한 이미지의 다인원.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 잇따라 데뷔하고, 어떤 노래가 누구의 노래인지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장르의 노래가 쏟아져 나온다. 쉽게 말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다. 한때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던 가요시장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신선함’을 더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신선함’만으로는 2% 부족했던 것. 마침 ‘슈가맨’과 같은 1990년대 인기 아이돌을 소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1세대 아이돌 귀환을 위한 판이 만들어졌고, 시기상 H.O.T., 젝스키스, god, 솔리드 등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재결합의 명분이나 구실까지 생긴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팍팍한 현재의 삶에서 도피처 역할을 해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90년대 후반 아이돌에 기반한 새로운 문화에 열광한 세대가 벌써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 됐다. 이들은 경제 침체가 거듭되면서 삶의 무게감에 눌려 있는 세대기도 하다.

과거 IMF 등의 위기 속에서 1세대 아이돌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았던 3040 팬들이 다시 과거 가수들에게서 위안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물론 가요계 일각에서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가요계 흐름을 파악하지 않은 채 재결합 열풍에 편승해 무작정 가요계로 컴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음원으로 큰 히트를 치지 못하더라도 완전체 집결 화제성을 높이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에는 털어놓지 못했던 비화를 방송계 콘텐츠로 활용하는 등 1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당분간 90년대 가수의 재결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그룹 솔리드.

이정현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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