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부적합 인물 공천 배제해야”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6·13지방선거 유권자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이 4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왼쪽에서 둘째)이 발언을 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10명 중 4명이 전과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의 4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6581명) 분석 결과는 우선 실망부터 던져준다. 모든 전과를 동일 기준으로 재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민선 7기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흐려놓는 요소라는 부분에서 이론이 없을 것 같다. 더욱 강화된 기준으로 도덕성을 검증할 이유가 한결 확실해졌다. 유권자인 국민 눈높이에서는 다분히 충격적이다.

함량 미달 인사는 정당 차원에서 배제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강당에서 ‘6·13지방선거 유권자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도지사 예비후보 73명 가운데 38.4%, 구·시·군 의장 예비후보 1068명 중 40.1%, 시·도의회 의원 예비후보 1603명 중 39.7%, 구·시·군의회 의원 예비후보 6581명 가운데 40.2%가 전과자였다.

정당별 예비후보자의 전과자 비율은 민주평화당이 42.7%로 가장 높았고, 정의당 42.1%, 자유한국당 40.3%, 바른미래당 39.4%, 더불어민주당 37.9%로 나타났다. 전과가 있는 예비후보자의 평균 전과 건수는 정당별로 민주평화당 2.05건, 정의당 1.9건, 바른미래당 1.87건, 자유한국당 1.73건, 더불어민주당 1.62건이었다.

다만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민주화에 투신하는 과정에서 전과가 남은 이들도 있다”며 “정당의 전과 건수가 더 많다고 해서 무조건 더 잘못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무면허·음주 운전이 1362건으로 예비후보들의 전체 전과기록 중 28.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여기에 도로교통법 위반과 교통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을 포함하면 차량 관련 전과 비중이 42.9%에 달했다.

비슷한 유형별로 묶어 파악한 결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국가보안법 위반이 9.8%였고, 폭행·상해·추행 등 8.8%, 사기·절도·공갈·횡령·간음·협박 4.9%,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4.8%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사회 분위기는 음주 운전을 잠재적 살인으로 여기는데 주요 정당들의 공천 기준은 음주 운전 2회 이상으로 너무 관대하다”며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없게 공천이 이뤄지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정당들이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민주화 관련 범죄를 제외한 전과가 있는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생계형 범죄의 경우 소명 기회를 주는 방안을 제안하며 “부적합한 인물을 공천하지 않는 배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경실련은 “선거가 70일도 남지 않았는데 개헌과 남북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밀려 지역 이슈가 외면당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재정 분권, 주민자치 실질화 등 24개의 핵심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이 같은 과제가 반영되도록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당 체제로 후보가 난립한 이번 지방선거는 후보자 적격 여부 판단에 최우선의 비중을 둬야 한다. 당선 가능성만 고려해 이런 사안들을 놓치면 유권자의 선택은 역대 선거보다 왜곡될 소지가 크다. ‘화려한’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도 대중적 인지도만 신뢰해 전략·밀실 공천하는 행태도 사라져야 할 병폐다. 전과 기록이 없고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더라도 공적 시스템의 교차적인 검증장치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지방권력에서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고인 물’을 정화하려면 지금 손쓰는 게 효과적이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과 지방의원을 불문하고 하나같이 전과 보유율 40% 안팎이다.

정직과 청렴과 염치가 부족한 정치인은 지방자치의 장에서 원천 배제돼야 가장 좋다. 3연임에 도전하려던 현직 기초단체장이 소위 ‘미투’로 낙마한 사례도 하나의 본보기다. 여러모로 선거는 인적 적폐 청산의 기회이기도 하다.

후보자이기 전에 민주시민으로서 기본 자질이 결여된 함량 미달 인사는 정당 차원에서 미리 취사 선택해줘야 한다. 좋은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가 지역주민에게 있다. 후회 없는 한 표가 행사되려면 정책, 인물, 능력, 자질이 경선이나 공천 과정부터 투명하게 드러나게 해야 한다. 여기에는 예비후보 전과의 유형별 기록 분석과 엄격한 잣대를 통한 사전 검증이 포함된다. 한낱 10명 중 4명이라는 전과기록 통계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준법정신 여전히 바닥

여야가 이번 주부터 6·13 지방선거 경선전에 돌입하는 가운데 전체 예비후보 7800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3개의 원내 교섭단체(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 정의)에 소속된 야(野) 4당의 예비후보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로, 이번 선거의 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된다.

아시아경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비후보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3521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 지난 8일까지 모두 7755명의 예비후보가지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의 평균 경쟁률은 2.2:1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기초자치단체장인 시·군·구청장 경쟁률이 5.2:1로 가장 치열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이 전체의 45.5%(3531명)를 차지해 여당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다른 야 4당 예비후보들을 다 합쳐도 비율은 43.6%(3388명)에 불과했다. 특히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예비후보는 민주당 소속이 각각 53.0%(626명)와 51.8%(918명)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당적을 갖고 출마하려는 후보가 많아 예비후보들의 직업군은 정치인이나 지방의원인 경우가 많았다. 37.3%(2889명)의 예비후보가 직업을 정치인이나 정당인(1955명), 지방의원(934명)이라고 기재했다. 시·도지사 예비후보의 경우 과반인 52.1%(38명)가 정치인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여야가 성 평등과 선거연령 하향에 힘을 쏟고 있지만 지방선거는 ‘남성들의 리그’이거나 ‘노령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예비후보 6695명이 남성으로 전체의 86.3%를 차지했고, 연령대가 50대인 후보는 3740명, 60대는 1858명으로 각각 48.2%, 24%를 점유했다. 반면 20대 예비후보는 1%(80명) 안팎에 불과했다.

강원도 삼척시의 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15건으로 최다 전과경력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벌금만 2650만 원을 냈다. 예비후보들이 가장 많이 저지른 범법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이었다. 이 중 음주·무면허 운전은 전체 전과기록의 28.7%를 차지했다.

각 당별로 예비후보들의 전과자 비율을 살펴보면, 민주평화당이 42.7%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정의당(42.1%), 한국당(40.3%), 바른미래당(39.4%), 민주당(37.9%) 순으로 나타났다. 교통관련 전과를 제외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집행 방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 민주화운동 관련 전과자 비율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9.2%, 61.3%를 차지했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은 폭행, 상해, 추행 등 폭력 전과 경력자가 각각 8.3%, 6.6%, 10.2%순으로 나타났다. 무소속의 경우에도 예비후보의 46.1%가 전과 경력자였다.

학력도 여전히 ‘고공행진’이었다. 예비후보 중 68.4%(5306명)가 대졸 이상이었고, 시·도지사 예비후보의 경우 73명 중 69명이 대졸 이상으로 무려 94.5%를 기록했다. 시·도지사 이하로는 그 비율이 줄었다. 학력을 기재하지 않은 예비후보는 139명이었고, 무학·독학이 7명으로 나타났다. 

정재형 기자  news@kp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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