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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②] 성 역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필요해
이지현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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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2  13: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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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리천장 지수’ OECD 가입 국가 중 ‘꼴찌’
남성과 여성 모두 차별받지 않는 사회 만들어가야

   
 

영국에서는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여성참정권 운동이 있었다. 오랜 투쟁 끝에 1928년에 이르러서야 전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이 부여되었다. 1870년 흑인 노예에게 참정권을 준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반 세기가 지난 뒤인 1920년이었고, ‘인권선언의 나라’ 프랑스에선 1946년에야 비로소 여성 참정권이 법률로 보장되었다. 스위스에서는 1971년,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투표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여성참정권이 인정되었다.

참정권이 일찍 부여된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지위와 남녀평등 수준은 꾸준히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통계청의 ‘201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우리나라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15년 기준으로 74.6%로 남학생(67.3%)에 비해 7.4%포인트나 높았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015년 기준 51.8%에 머물러 있어, 73.8%인 남성보다 22%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는 여전해 보인다. 여성의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2015년 기준으로 49.9%로 남성(71.1%)에 비해 여전히 2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남성 대비 여성의 월평균 임금수준도 62.8%에 그쳤다.

국제사회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난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전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까지 융합한 4차 산업혁명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세계경제포럼 특별강연에서 “성별 다양성 확보”를 답으로 제시했다. 즉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새로운 혁명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샌드버그의 주창과는 달리 미국 현실은 아직 답답하다. 국제 비영리기관인 ‘캐털리스트’가 뉴욕증시의 에스앤피500(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대표이사의 비율을 집계한 결과 2015년 말 기준 4.2%에 그쳤다. 이 사회의 여성 비율도 19.2%로, 압도적인 남성 우위다. 미국 주요 기업에서는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업 활동의 자유가 강조되는 미국에선 법이나 제도로 이를 깨기란 어려워 보인다.

반면에 유럽 상황은 조금 다르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 독일은 2년여 동안 치열한 찬반논란 끝에 지난해 여성임원할당제를 입법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1000여 민간 대기업을 시작으로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30%로 채워야 한다.

유럽 국가들이 기업 내 여성의 지위 향상을 법으로 의무화하기까지 이른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인구 고령화 추세를 맞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경영진 내 여성의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 높은 경영성과를 올리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 분석 결과도 많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가 2007년부터 유럽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하고 있는 양성평등 지수를 보면, 최상위 지수를 받은 기업군의 경영성과가 같은 업종의 최하위 지수 기업군보다 훨씬 높다.

   
▲ 2015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경제활동인구조사.
   
▲ 2016년 OECD 가입 국가별 유리천장지수.

한국 OECD 중 양성평등 꼴찌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천장(glass-ceiling)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8개국 중 28등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순위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4위에 해당하나 여성 인재 등용만은 3년 연속 최하위 수준을 지속해왔다. 우리나라 여성은 각종 고시와 대학 입시에서 수석을 휩쓴 지 오래 됐으나 취업과 승진에서만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유리천장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고용차별금지 법령을 제정하고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에서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 경력단절 여성지원정책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여성고용률은 현재 50%대에 머물러 있으며 기업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현재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규직 여성근로자 중심의 육아휴직제 사용을 남성, 비정규직 여성, 중소기업 근로자 및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유연근무제 선택 등 일·가정 양립제도를 확산시켜야 한다.

일·가정 양립제도가 확산돼 여성의 경력단절이 예방되고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면 저출산 문제해결뿐 아니라 현재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로드맵 또한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잘 시행되려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사회인식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내에서는 남성의 가사노동과 육아참여를 통해 가족시간을 향유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일·가정 양립을 남녀 공동의 문제로 이해하는 인식변화가 필요하고, 기업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일·가정 양립제도 시행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면서 국민행복을 실현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유리천장 현상이 완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기업 내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비례대표 여성 의원 할당제 등으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향상됐다. 하지만 기업 내 이사회 및 임원 직에서 여성 비율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노르웨이·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여성의 경제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여성임원목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8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임원할 당제를 의무화한 노르웨이의 경우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성과가 없었으나 이를 의무화한 후 6년 만에 여성임원 비율이 40%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점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여초(女超)국가지만 여성의 삶은 고달파

미국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을 정도로 표면적인 남녀 차별은 거의 없어졌고, 이미 여초(女超)국가가 됐지만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각종 시험에서 수석은 대부분 여학생이 차지하지만 남학생보다 성적이 우수해도 취업은 더 어렵고, 일자리를 얻더라도 출산·육아를 거치면서 남성에게 밀리기 일쑤다.

인류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되면서 여성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나섰고, 이는 여성주의(Feminism)로 발전하였다.

프랑스 여성운동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보부아르에 의하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어 태어나지만 남성과 여성의 역할까지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사회적 역할(젠더)을 규정한다. 여성주의가 주목하는 것은 교육과 사회화 등을 통해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차별적인 성 역할관을 바로잡는 것이다.

여성주의는 남성이 만들어놓은 여성다운 모습이 아닌 여성 고유의 본질과 특성에 주목하면서, 여성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가부장적이고 여성 배제적이며, 여성 차별적인 문화와 사회 구조를 파헤치고 비판하면서 여성의 해방과 자유를 추구한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여성의 삶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양성평등과 ‘모성적 사유’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남녀평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여성을 위한 배려로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도록 구성원 각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인지해야 할 때다.

이지현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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