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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람이 제일 무섭다’ 끊이지 않는 분노범죄 심각
김경수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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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5  13: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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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범죄율 매년 증가 추세
감정상태 다스리는 자제력에 관한 사회적 공감 필요해

   
 

지난 1월 20일 새벽 3시경,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서‘ 울장’ 여관에서 불이 나 건물에 있던 투숙객 10명 중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1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방화사건의 주범은 만취한 상태에서 이 여관에 투숙하려다 제지하는 주인과 다툰 중식당 배달원 유 씨(53세)였다. 이 남성은 여관 주인에게 성매매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23일 밤 11시경, 광주 북구의 한 노래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 경찰이 도착하니 노래홀 객석 소파에 흉기에 찔린 채 피해자 A씨가 쓰러져 있었다. 현장 곳곳에는 혈흔이 낭자했고, 범인 장 씨(50세)는 도망가지도 않고 소파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장 씨가 A씨를 흉기로 찌른 이유는 어이없게도 무대에 올라 노래 한 곡 부르고 싶은데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만취한 장 씨는 자신의 노래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노래홀에서 행패를 부리다 A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다른 손님이 다툼을 말려 집으로 귀가한 장 씨는 집에 보관하던 흉기를 챙긴 후 다시 노래홀을 찾았다. 흉기는 평소 요리를 좋아하던 장 씨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장 씨는 노래홀에서 술을 마시던 A씨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렇듯 최근 종로5가 화재로 5명이 사망한 사건이나 광주 북구 노래홀 살인사건 등 분노조절장애가 사건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범인들의 공통점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했다는 점이다. 각박한 사회, 치열한 경쟁구도 환경 속에서 분노범죄가 극에 달하면서 원인과 문제점, 해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고 있다.

현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으며 쉽게 자제력을 잃고, 그 결과 분노범죄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분노범죄에 대해 단순한 개인의 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심리전문가들은 사회 양극화 심화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갈수록 불안정하게 급변하는 사회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분노범죄 또한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내다봤다.

1970∼1980년대에는 치정, 원한 등 동기가 분명한 범죄가 주를 이뤘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존파 등 사회적 박탈감을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하는 범죄가 등장하더니 2010년 이후부터는 특별한 계획 없이 순간 감정이 폭발해 저지르는 범죄들이 이어지고 있다. 분노범죄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내에서 우발적 범행 건수와 충동조절장애로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폭력범죄 중 범행 동기가 우발적인 경우는 해마다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분노범죄는 일상 속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발적 범죄 비율은 29.7%에서 2014년 33.4%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폭력범죄도 해마다 15만 건을 상회하고 있다. 실제로 운전 시비 끝에 보복운전을 해서 경찰에 입건된 사람,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도 지난 몇 년 사이 급증해 다툼이 폭행·살인으로 번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충동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지난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 4934명, 2014년 5544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노범죄가 많아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 씨(33세)는 극도로 심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게 두렵고, 낯선 사람에게 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고 말했다. 과거 학창 시절,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이나 심한 구타를 당했던 박 씨는 수년간의 치료 끝에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최근까지도 종종 불안 증세로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한 해에 약 50만 명에 달한다. 국민 100명 가운데 1명은 불안 증세로 사회생활에 지장받고 있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포장애(질병코드 F41)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 2011년 44만 4995명에서 2015년 52만 2365명으로 17.4% 증가했다. 특히 2015년 병원을 찾은 환자들 가운데 여성 비율이 63%(32만 8967명)로 남성(37%)에 비해 훨씬 높았다. 사람은 누구나 분노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50%가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고, 10%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2011년 4470명에서 2015년 5390명으로 4년 만에 20%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분노조절장애가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더라도 분노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분노범죄의 1차적인 원인은 분노조절장애다. 분노조절장애는 ‘외상 후 격분장애’라는 의학적 용어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자신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이 고착화된 데 기인한다. 이러한 외부적 요인이 반복되면 충동을 쉽게 조절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이 폭력적인 행위로 드러난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전대양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 잠재적 분노범죄자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분노범죄는 분노조절장애 진단이 확정된 사람뿐만 아니라 분노조절장애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저지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분노범죄에서 층간소음이나 운전 시비 같은 사소한 다툼은 사실상 ‘촉발 요인’ 중 하나일 뿐, 심리적 문제가 핵심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다. 그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격한 반응이 나오기 전 인지 작용을 통해 판단이 개입된다면서, 하지만 분노 조절이 쉽지 않은 이들은 이러한 판단의 개입 없이 거침없는 자극과 반응이 나타나면서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심리학 전문가들과 의학자, 전문 수사진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사회 차원의 양극화 해소와 개인들이 가진 불안과 분노를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분노범죄 감소를 위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 지난 1월 20일 발생한 종로5가 여관 화재 현장

사전 예방 쉽지 않지만 사회적 관심 필요

분노범죄의 특징은 범죄의 유형이 각각 다르기에 사전에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분노’라는 감정이 언제 무엇을 계기로 어떻게 발생하는지 규명할 수 없기 때문에 분노범죄는 예방하기가 어렵다. 분노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심리 전문가들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노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데는 분노를 느끼는 감각이 무뎌져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인이 분노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무뎌져서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고, 사건에 대한 개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홧김에 저질렀다’ ‘순간 울컥해서’라는 말 뒤에 감춰진 맥락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대양 교수는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사람이 갑자기 화가 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겉으로 드러난 범죄 동기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가족관계를 예로 들며 “가족 사이에 분노범죄가 많은 이유는 가족에서 받는 일상적이고 작은 스트레스들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일반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분노감이 더 크다. 이것이 사람 심리에서 부정적인 에너지로 계속 쌓이면 결국 폭발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적절히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심리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에는 분노조절 상황을 가정한 ‘가상현실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류창현 교수는 ‘분노형 범죄에 대한 새로운 정책대안으로서의 가상현실치료(VRT)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특수 영상촬영기술 등을 이용해 현실세계를 가상적으로 제공하고, 그 안에서 분노조절과 사회기술능력을 키우는 치유 기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이나 경제적 압박을 받는 계층이 화풀이 형태로 사회적 공격을 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노범죄를 현대사회문제로 간주해 사회 구성원 간 소통, 그리고 신뢰 부족을 개선하는 사회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다른 방식으로의 행복, 다른 방식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 양극화나 물질만능주의 풍조 등에 대해 반성하고 다른 가치들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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