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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 부른 소비자 불매운동 애꿎은 가맹점만 고스란히 피해기업과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사회의식 마련도 필요해
김경수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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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1  0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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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불매운동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 또는 오너보다는 가맹점주들이 타격을 입는다는점에서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역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호식이두마리치킨’, ‘미스터피자’는 오너의 비윤리적인 ‘갑질’로, 가구업체 ‘한샘’은 직장 내 성폭력 논란으로 국민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국민들의 분노(소비자불매운동)는 해당사측과 대표의 사과를 끌어내는데 성공했고, 조용히 묻혀가려던 기업문화도 점차 바뀌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고 가맹업계를 바라보는 여론까지 악화되면서 애꿎은 가맹점 주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제발 불매운동 하지 말아주세요”
소비자불매운동 피해를 입은 대표적 사건 중 하나가 ‘호식이두마리치킨’이다. 최호식 회장의 20대 여직원 성추행 논란 이후 주문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 이천 소재 호식이두마리치킨 점주 K씨는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성추행 사건 이후 매출이 더 많이 떨어졌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점주 P씨는 “주문을 받고 음식을 준비하
던 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호식이는 못 먹겠다’고 취소했던 손님도 종종 있었다”며,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이런 식의 불매운동은 결국 우리같은 소상공인들만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화난 것은 알지만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울 서초구 방배동 MPK그룹 본사 앞에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 회원들이 ‘정우현 (전) 회장 경비원 폭행 대신 사과 및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호식이두마리치킨 사측은 지난해 6월 9일, ‘공식 사과문 및 상생혁신 실천방안’을 통해 “최호식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가맹점 주인들을 위한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과문은 최호식 회장의 이름이 아닌 ‘임직원 일동’ 이라는 명의로 적혀있어 논란을 또 빚기도 했다. 윤리의식이 잘못된 기업가들로 인해 발생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피해는 더 있다. 지난 2016년 4월, MPK그룹 정우현 전 회장이 문을 일찍 닫았다는 이유로 음주 후 경비원 폭행,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어 치즈 가격을 대폭올려 가맹점에 강매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그리고 가맹점을 탈퇴한 점주 매장 옆에 직영점을 열고 가격 할인 공세를 하며 이른바 ‘보복 영업’을 한 의혹도 있었다. 결국 그는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를 받아 지난해 7월 6일, 업무방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 이후 수십 개의 미스터피자 매장이 문을 닫았다. 잘못 없는 가맹점주들은 앞장서 사과하기도 했지만 피자업계에서 인지도가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포화상태인 프랜차이즈 업계 특성상 한 번 금이 간 브랜드 이미지를 돌이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기업 대표가 구설에 오르면 가맹점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사실”이라며, “프랜차이즈 특성상 한 업체가 구설에 오르면 전체 업계가 다 그런 것처럼 비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별 업체 문제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생계형 점주들이 많아 불이익을 당해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 피해 입는 가맹점 보호 위해 힘쓸 것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사업본부(프랜차이즈 본사)와 경영진의 잘못으로 애꿎은 가맹점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와 국회에서는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본사 잘못으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는 곧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한 가맹점들이 피해를 떠안은 채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부터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지난해 6월 20일, 프랜차이즈업체 본사의 잘못된 일로 개별 점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배상책임을 경영진에게 지우는 이른바 ‘호식이방지법안’(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애꿎은 가맹점들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개정안을 보면 프랜차이즈 본사와 경영진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 행위 금지 의무 조항이 신설되고, 이들의 잘못으로 가맹점주들의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본사의 배상책임을 계약서에 명기하도록 되어있다. 현행법에는 프랜차이즈 본사나 경영진의 영업 외적 행위로 인해 가맹점이 피해를 보더라도 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보호조치가 없었다. 가맹점주들이 모여 본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일 수는 있지만, 가맹점의 금전적 손실이 본사의 잘못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보상으로 이어지기 힘들었었다. 무엇보다 ‘을’의 입장인 가맹점이 본사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다음 재계약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가맹점주들이 피해 보상에 목소리를 높이기 힘든 이유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프랜차이즈업체 회장이 폭력사건에 휘말리거나 성추행 혐의로 구설에 올라 업체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때 가맹점주들은 본부에 판매 감소에 따른 피해액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가맹점 보호조치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가맹·대리점 거래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정위의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우선 가맹사업법에 가맹점에 대한 보복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보복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안건들이 입법화되면 가맹점주들에게 강력한 보호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적 기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예방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 또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명식(37)씨는 “우리 소상인들을 불매운동으로부터 도와줄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잘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대가 된다”면서, “연이어 발생한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들의 부도덕한 행위 때문에 개정안이 쉽게 통과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기게 되는 셈이다.

   
▲ 지난해 9월 6일 열린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에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다수가 참여한 바 있다. 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윤리의식 필요
소비의 기준과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값싸고 좋은 물건이면 산다’는 기존의 합리적 소비 개념에서 ‘좋은 기업이 좋은 뜻으로 만든 물건을 사겠다’는 윤리적 소비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불매행위가 과연 악덕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 2014년 11월에 실시한 ‘국민통합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사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력(참여)한 만큼 보상받
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절반 이상(52.8%)이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젊은층인 20~30대는 ‘자신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못한다’(60%)고 답했다. 조사 결과는 곧 소비자들이 ‘갑의 횡포’가 문제라는 건 알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진 않는다는 점을 나타낸다. 결국, 소비자가 이런 성향을 가졌다면 불매운동은 자연히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조와 정치적 의식에 따라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기업의 생산 활동
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해외 사례들이 있다. 지난 2012년 ‘애플’은 전자제품 환경평가시스템(EPEAT) 녹색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미국 전역에서 소비자불매운동이 전개될 조짐을
보이자 “우리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당시 회사 경영진은 “녹색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실수”라며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는 소비자불매운동을 계기로 지속가능 경영의 틀을 마련했다. 대기업의 커피산업이 저개발국가의 빈곤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공정거래 커피 구매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후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커피 인증제를 경영방침으로 도입했고, 이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지금처럼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세계에서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 중 하나로 도마에 오른 ‘코카콜라’는 자연과 공동체에 자사가 사용한 양 만큼의 물을 돌려주겠다는 ‘재충전’ 캠페인을 벌였고, 아동의 노동력을 이용해 축구공과 운동화를 만든다는 비난을 받은 ‘나이키’는 개발도상국의 청소년을 돕는다. 

두 기업은 지금도 이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해외에서 불매운동이 힘을 갖는 이유는 뭘까.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기업의 사회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선진국일수록 기업의 사회성이 브랜드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된다. 또 하나의 요인은 소비자단체와 기업 간의 네트워크다. 소비자 단체는 불매운동을 그저 무기로만 삼지 않는다. 불매운동을 빌미로 무작정 기업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소비자단체나 비영리단체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불매운동을 계기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해외 소비자단체처럼 국내 소비자단체 역시 다양한 소비자불매운동 전략과 방안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매운동이 경제·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불매운동을 대하는 국내 기업의 자세도 변해야 한다. 불매운동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기업윤리가 필요하다. 미국 컨설팅업체 ‘매킨지’를 설립한 ‘마빈 바우어’ 전 회장은 “불매운동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 불만을 제기하던 소비자를 오히려 확실한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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