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칼럼
[데스크칼럼] ‘평화의 댐’ 착공이 있던 2월,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되기를
정재형 기자  |  webmaster@k-today.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1.31  13:34:3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건국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평화의 댐 공사가 1987년 2월 28일 시작됐다. 당시 정권의 명분은 북한의 금강산 댐에 맞서는 대응댐 건설이었지만 내심은 북한의 수공(水攻)위협을 내세워 직선제 개헌 열풍을 잠재우고 정권 연장을 꾀하려는 데 있었다. 이에 앞서 전두환 군사정권은 1986년 10월 “북한이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200억t의 담수량을 가진 금강산 댐을 비밀리에 지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수공 위협설을 제기한다.

금강산 댐이 무너지면 서울의 3분의 1이 홍수 피해를 입고, 63빌딩 절반이 물에 잠긴다고 떠들었다. 언론이 맞장구를 쳤다. 시뮬레이션으로 리얼하게 보여줬다.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니 국민들은 겁을 잔뜩 먹었다.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보였다. 북한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달았다. 정권은 즉시 국민 모금을 시작했다. 그 해 1월 14일 박종철 학생이 고문 도중 사망하면서 불리한 정세를 뒤엎기 위한 타개책이었다.

평화의 댐 건설 소식에 코흘리개들까지 성금을 내놓았다. ‘약발’이 잘 듣던 시절이었다. 정부는 국민성금 등 1600억 원으로 금강산 댐에서 20㎞ 떨어진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에 평화의 댐을 착공, 이듬해인 1988년 5월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한다. 후에 문민정부는 군사정권의 구린 데를 하나씩 들춰냈다. 1993년 감사원은 ‘5공 정권이 북한의 수공위협을 부각하기 위해 금강산 댐 저수량을 70억t에서 200억t으로 과장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정권안보용 ‘대형 반공쇼’라는 것이었다.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평화의 댐은 2002년 4월 말 금강산 댐 정상부에 함몰 흔적이 있다는 미국의 위성사진이 공개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금강산 댐인 임남댐 상층부의 균열과 훼손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임남댐의 붕괴가 현실화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피해를 입게 되는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댐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서둘러 증축에 나서 2004년 공사를 마무리했다. 26억 3000만t 규모로 금강산댐이 무너지더라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천덕꾸러기에서 제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받은 셈이었다. 금강산 댐은 공사 중단 등의 곡절을 겪으면서 결국 안전하게 완공됐다.

비록 그 과정은 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살 만큼 울분이 터지는 일이었지만 평화의 댐은 그 존재만으로 평화를 지킬 댐으로 굳건히 서 있다. 만약 평화의 댐이 없다면 조금의 위협이나마 불안한 마음으로 북한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록 공갈이라 하더라도 평화는 그 이름만으로 상징성이 크다. 2월 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의 문이 열린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평창, 평양, 평화’라하여 소위 ‘3평 올림픽’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극적인 타결(?)로 북한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5개 세부종목에 선수 22명, 임원 24명으로 확정하여 파견한다.

남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KOREA’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다. 기수는 남북에서 각각 1명씩, 남자 선수 1명과 여자 선수 1명으로 구성된다. 또 남북 단일팀은 한반도 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착용한다. 이전까지 핵실험을 강행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북한이 왜 갑자기 선수단 파견을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혹자는 평창보다는 평양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남한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북한이 덤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북한은 또 어떤 요구를 해 올지 알 수 없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공갈 협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북한이 가져온 평화라는 이름이 나중에 공갈이 된다할지라도 ‘평화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길이 남을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평화 올림픽’이라는 명칭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상징성을 내포할 수 있는 별칭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북한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참 많은 의미가 있다. 일단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물론 북한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또 어떤 장난(?)을 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으로 북한과 대화라도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비록 이번 올림픽 참가가 하나의 ‘쇼’에 그친다할지라도 ‘평화의 댐’처럼 북한의 전략이 어찌되었건 우리의 가슴속에 큰 위안이 되는 ‘평화 올림픽’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 정재형 편집장

정재형 기자  webmaster@k-today.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재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우리나라 마지막 단풍놀이 완도군 청산도, 20일 절정
2
20대 직장인 빚 평균 1243만 원, 1년새 47%↑
3
[등산트래킹] 수우도 은박산 비경(秘景) 산행
4
교육위원회, 21대 국회 첫 청원심사소위 개최
5
순천 기적의도서관, 개관 17주년 기념행사 마련
6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국회부산도서관 건설 현장 방문
7
미국 화이자 “코로나 백신 효능 90% 이상 개발”
8
[국내여행] 경북 청송 송소고택 가보셨나요?
9
"앞으로 2년 동안 임대주택 11만 4000가구 공급"
10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 국가가 부담 한다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513) 서울특별시 금천구 벚꽃로234 | 대표전화 : 02)702-0111 | 팩스 : 070-4275-1429
잡지사업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5 | 등록일 : 1982년 12월 23일 | 인터넷신문사업등록번호 : 서울 아03244
회장: 임윤식 | 사장: 정희돈 | 편집국장 : 정재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재형
Copyright © 2013 오늘의한국.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