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조이 애쉬모어 피치(George A. Fitch, 1883~1979)를 2018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한국독립운동을 도와준 조지 피치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 필드는 1845년 1월 28일 오하이오주 에이번에서 태어나 허드슨에 위치한 아델버트대학(Adelbert College, 현 Western Reserve College)을 졸업했다. 1893년 11월, 상하이에서 윤치오(尹致昊)를 만나면서 미지의 세계인 한국을 알게 됐다. 그가 한국인들과 본격적으로 접촉하게 된 계기는 협화서국(協和書局)을 통해서였다.

협화서국 위탁판매부에는 난징의 ‘금릉대학’(현 南京大學)에서 공부하던 여운형(呂運亨)이 1917년부터 활동하고 있었다. 여운형과 만나면서 일제의 한국에 대한 강압적인 식민지배 실상을 알게된 필드는 이후 중국인과 외국인들의 성경공부 모임을 운영하던 아들 애쉬모어에게 여운형을 소개해 주었다. 한국독립운동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은 아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애쉬모어는 1906년 미국 오하이오의 우스터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에 있는 연합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목사가 되었다.

1909년상하이에 도착한 애쉬모어는 결국 YMCA 총 간사가 돼 매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성경공부모임을 주도했다. 모임에는 쑨원(孫文)·탕사오이(唐紹儀)·왕충휘(王寵)등 중국 국민당 인사와 유명한 사업가 쑹자수·니치지에·모우추 등이 참여했다. 그는 상하이 로타리클럽의 창립멤버로도 활동을 이어나갔다. 만주사변 발발로 중국침략이 본격화되자 애쉬모어는 중국과 한국의 항일투쟁을 지원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윤봉길 의거 직후 일경들이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있는 한인들을 검문하기 시작하자, 김구를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은 검거를 피할 은신처를 물색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애쉬모어는 자신의 집 2층에 이들을 한 달 동안이나 숨겨 주었다.

1936년 9월, 난징 YMCA 총간사로 임명된 애쉬모어는 27년 동안 활동하던 상하이를 떠났다. 그가 난징에 도착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일제는 중일전쟁을 일으켰고 국민당 정부의 수도의 난징을 점령했다. 일본군은 군인·포로·시민 가릴 것 없이 대량 학살극을 벌였다. 이에 애쉬모어는 지멘스사 난징지사장 ‘욘 라베’와 난징대학교의 미국인 교수 ‘마이너 베이츠’ 등과 함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지대를 설정했다. 국제위원회도 조직해 난징에서 벌어진 참극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 일본군 만행을 폭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미주 한인들의 생활개선 사업도 지원했다. 하와이 당국이 약 200만 원의 비용으로 재개발사업을 시작하자 애쉬모어는 한인 거주지역 재개발사업을 위해 하와이 당국과 협의를 주선하는 한편 모금사업에도 관여했다.

1941년 4월, 미주 한인들이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해외한족대회를 개최하고 대미외교를 전할 기관으로 주미외교위원부를 조직했다. 이 때 이승만(李承晩)이 자신의 대미외교를 뒷받침해 줄 조직으로 한미협회와 한국기독교인친한회를 설립하자 애쉬모어는 부인과 함께 이 두 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 1947년 7월, 한국 YMCA 총 간사로 한국에 파견된 애쉬모어는 한국독립운동을 도운 인연으로 이승만과 김구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2년 동안 각지에 YMCA 회관을 설립하고 구호물자를 공급한 그였기에 당연한 환대였다. 그는 1963년 캘리포니아 주 클래몬트로 돌아가 1979년 96세를 일기로 자택에서 운명했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68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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