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배경으로 한 발레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가 189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될 당시 제작된 안내전단(팸플릿)이 발견돼 화제다. 이 발레 일본 침략을 받은 조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19세기 유럽 예술의 수도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소개됐다는 점에서 ‘코레아의 신부’는 ‘원조 한류’ 공연인 셈이다.

정상수 한국방송통신대 통합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빈 궁정오페라단의 1897년 10월30일 '코레아의 신부' 공연 당시 관객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보이는 팸플릿을 찾아냈다고 14일 밝혔다.

2012년 악보가 발견된 '코레아의 신부'는 1897년 5월 빈 궁정오페라하우스(현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이후 5년간 정식 레퍼토리로 공연되는 등 오스트리아 현지에서도 관심을 끈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코레아의 신부’는 동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유럽에서 일본이 배경인 오페라 ‘나비부인(1904년)’이나 중국 소재 오페라 ‘투란도트(1926년)’보다 앞서 한국적 소재가 유럽인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청일전쟁 당시 운명도 의지로 돌파했던 한국인의 사랑과 정열을 격정적인 드라마에 담은 4막 9장의 발레다.

1897년 5월 22일 오스트리아 빈 궁정오페라하우스(현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됐다. 지난해 독일 본 대학 일본한국학과의 박희석 교수가 발레 줄거리가 소개된 소책자와 모든 악기의 악보와 지휘방법이 기록된 543쪽 분량의 총보(總譜)를 발굴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은 당시 궁정오페라하우스 악단장이던 요제프 바이어가 작곡하고 요제프 하스라이터 하인리히 레겔이 대본을 썼다.

이번에 발견된 팸플릿은 1쪽짜리로, 당시 빈에서 공연된 오페라, 발레, 연극 등의 팸플릿 모음집(Sammlung)에 포함돼 있었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코레아의 왕자, 왕자의 집사, 집사의 딸, 사랑의 여신 등 등장인물과 해당 배역을 맡은 무용수, 각 장면의 내용과 출연자 등이 명시돼 있다. 무대장식 제작을 당시 궁정화가 안톤 브리오시가 담당했다는 내용도 보인다.

'대본은 30크로네에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3막과 4막 사이에 긴 휴식이 있다' '각 막이 시작할 때는 공연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벨이 울린다' 등 작품 관람과 관련한 안내 문구도 적혀 있다.

'코레아의 신부'는 2012년 독일 베를린자유대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박희석 박사가 독일 현지의 한 출판사 창고에서 악보를 비롯한 자료를 발견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발레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국립발레단에서 복원해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정식 공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제작상 문제로 취소됐다.

권충현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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