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산악회는 2017년도 추계산행을 설악산 ‘필례약수터’로 정했다. 지난 10월 11일 오전 7시 30분, 가을비가 아침부터 촉촉이 내렸지만 신청회원 전원이 다 참석하여 정시에 출발했다. 매일경제신문사 주최 최우수상과 전국 산악연맹 주최 등산 대회에 참가해 수 차례 입상한 경력도 있어 더욱 감회가 깊었다. 2017 추계산행 출발에 앞서 회장단이 준비한 대추(한봉지), 초콜릿과 음료를 공급받고 빈속을 달래며 출발했다. 빗속에서도 차는 순조롭게 달려 오전 9시, 가평휴게소에 도착했다.

창 밖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버스 안에서는 김용림 노래 메들리가 운치를 더해줬다. 버스는 정체 없이 계속 달렸다. 어느덧 인제 지역에 도착하자 비는 그쳤고, 날씨는 화창하게 변했다. 인제에서 한계령 코스로 접어들어 7부 능선에서 필례계곡 코스로 우회전했는데, 이 도로는 한계령을 넘는 44번 국도가 막힐 때 우회도로로 이용하기도 한다. 비온 뒤라 계곡에는 맑고, 푸른 물이 흘렀고, 주변에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선경을 방불케 한다.

필례계곡은 영화 ‘태백산맥’ 전투장면 촬영지로 잘 알려진 명소이기도 하다. 또한, 필례계곡에는 약수터와 온천이 있는데, 필례약수는 1930년경에 발견된 탄산수로, 설악산 끝자락에 가려 아는 이들만이 찾는 약수터였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개통되면서 피서와 휴양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필례약수는 피부병과 위장병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멀리 서울이나 지방에서도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단, 약수는 탄산수로 철분이 있어 맛이 비리며 약간 역겹기도 하다. 지하 2m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필자도 한 사발 떠서 마셔 보았는데 역시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맛은 별로였다.

산악회 일행은 서울을 출발한 지 3시간 30분후, 11시 인제군 인제읍 필례계곡에 위치한 ‘필례산장‘에 도착했다. 산장부부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산장주인은 필자가 44년 전, 직원산악회를 이끌고, 설악산과 치악산 등지를 등반할 때, 대한상가연맹구조대장으로 우리들을 항상 안내해주셨던 분이었다. 당시에는 ‘허영호’ 등반대장과 같이 에베레스트 등반 대원으로 활약하던 총각이었다.

너무나 반갑고 감격스러웠다. 산장 주인인 부부는 우리들을 위해 준비한 당귀차, 오미자차, 커피를 원하는 대로 한없이 따라주며 반가워했고, 마지막 작별할 때는 귀하고 수십 년 된 마가모술(위장병과 관절에 특효)과 더덕술 1병씩을 선물로 줬다. 우리회장단에서는 고급 등산양말 1세트를 답례로 주었으나 미안할 뿐이었다.

산장에서 환대를 받은 후, 일부는 온천을 하고, 일부는 등산을 한 뒤 12시 10분까지 차량으로 집결해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2시, 식사를 마치고 필례에서 온천을 못한 일부 회원은 오색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겼다. 나머지 분들은 주전골 계곡을 따라 주전골 만경대까지 산행을 했다. 주전골 관람을 마치고 오후 3시 30분, 국내 최장(11km), 그리고 세계에서 11번째로 긴 터널과 인접한 ‘내린천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40여년 전, 같은 직장에서 산악회 활동(등반대장)을 했던 배계택 동료를 만났는데 역시 감개무랑 했다.

배 씨는 내린천에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우리들 전원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대접하겠다고 했으나 시간 관계로 성의만 받아주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오후 5시 30분, 서울 강변역에 무사히 도착하며 내년 춘계 산행을 기약으로 올해 추계 산행 행사를 성공리에 종료했다.

정리·정우산악회 김정일 신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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